[와이파일] 임오경 의원의 오지랖?...'강정호 국회 조사'의 진실은

[와이파일] 임오경 의원의 오지랖?...'강정호 국회 조사'의 진실은

2020.06.19. 오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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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임오경 의원의 오지랖?...'강정호 국회 조사'의 진실은
지난 5일 귀국하는 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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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스포츠동아는 <[단독] 강정호 사태, 국회까지…임오경 의원, KBO에 상벌위 자료 요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공분을 산 강정호의 국내 복귀 시도에 국회가 조사를 시작했다'는 머리 문장은 강렬했습니다. 기사에는 21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체육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에 대한 악성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강정호를 국회로 가져가느냐, 튀려고 강정호를 이용한다, 세비가 아깝다…. 초짜 국회의원의 멋 모르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위기입니다.


'솜방망이 징계' 왜?…임오경, KBO에 자료제출 요구

임오경 의원은 정말 개념 없이 오지랖을 부린 걸까요? 임 의원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유명한 핸드볼 선수·감독 출신입니다. 체육계에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배정도 받았고요.
임 의원이 금배지를 달던 6월 1일, 야구판은 강정호 선수 복귀 여부로 시끄러웠습니다. KBO 상벌위는 앞서 1년 유기 실격으로 사실상 국내 유턴 문을 열어줬죠. 키움으로 공을 넘겼고요. 대체 왜, 어떤 절차에 의해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는지 알려진 바 없습니다. 하다못해 상벌위 만장일치였는지, 상벌위원 간 팽팽한 의견 다툼이 있었는지도요.
임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강정호 징계 여부 관련 KBO 상벌위원회 녹취록 및 회의록>과 <최근 3년 비위 유형별 각 프로스포츠리그 징계 현황>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문체부는 지난 18일 회신했습니다. "개인 및 관련 단체의 정보보호 등으로 인해 공유 받을 수 없었던 강정호 관련 상벌위 회의자료를 제외하고는 제출합니다."


'국회 본연의 통제·감시 기능'…문체위원 평균 998.2건 요구

현행 국회법은 행정부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 본연의 기능인 정부 통제와 감시를 위한 특권입니다. 국정감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국회는 매년 15만 건 넘는 서류를 행정부에 요구합니다.
아직 집계 중인 작년 국정감사는 차치하더라도 2018년에 15만581건, 2017년 15만3450건, 2016년 12만1022건에 육박합니다. 특히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문체위는 지난 2018년 상임위원 한 명당 무려 998.2건의 서류를 행정부에 요구했습니다. 국정감사 기간 의결을 통해 신청한 것만 이 정도고, 개별 의원실마다 관행적으로 하는 자료요구는 훨씬 더 많다는 게 국회 사무처 설명입니다. 그만큼 통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의정활동이라는 뜻입니다. 실제 지난해 '호날두 노쇼 사태' 때도 문체위원이던 당시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은 프로축구연맹과 주최사 더페스타의 계약서를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임오경 의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거칠게 말하면 <[단독] A 의원, 여성가족부에 정의연 기부금 내역 요청>과 같은 당황스러운 보도입니다. 기부금 내역이 특종보도가 될 수는 있어도, 기부금 내역을 요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단독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심지어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 역시 KBO에 '강정호 상벌위' 관련 자료를 요구했고 지난 9일 '앙꼬가 쏙 빠진' 회신까지 받았습니다.


국감장에 나온 선동렬…손혜원 트라우마?

[와이파일] 임오경 의원의 오지랖?...'강정호 국회 조사'의 진실은

그렇다면 야구계의 이런 히스테릭한 반응은 왜 나왔을까요? 일단은 국회의 자료요청이라는 개념 자체가 스포츠판에서는 생소합니다. 여기에 정치와 국회의원을 '혐오'하는 정서와 스포츠계 특유의 피해의식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특히 2년 전 국정감사는 많은 야구팬에게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는데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야구대표팀 선동렬 감독을 국감장에 세웠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쉽다, TV로 선수를 선발하느냐, 연봉이 얼마냐>는 등 마치 죄인을 다루듯 고압적으로 다그쳤죠. 선동렬 감독은 표정관리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미필 선수에 병역 특혜를 주기 위해 대표팀 선발 공정성이 깨졌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는데, 이런 목소리마저 손 전 의원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 때에 대한 방어기제도 분명, 이번 자료요청에 '발끈'한 이유였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강정호 못 막는 '강정호 방지법'…23일 사과 기자회견

[와이파일] 임오경 의원의 오지랖?...'강정호 국회 조사'의 진실은

다시 강정호입니다. KBO 상벌위원회는 <제14장 유해행위,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라 음주운전 3회 이상 발생 시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8년 개정된 법으로, 강정호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강정호 때문에 강화된 '강정호 방지법'인데 정작 강정호는 막을 수 없는 블랙코미디가 연출된 겁니다.
KBO는 부칙 제1조[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를 통해, 총재가 리그 발전과 권익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운찬 총재가 일벌백계, 철퇴를 내릴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쨌든 강정호 복귀 여부는, 이제 KBO 손을 떠났습니다. 원소속구단 키움이 판단할 겁니다. 미국에서 돌아와 자가격리 2주를 마친 강정호는 오는 23일 기자회견을 합니다. 음주운전 전과를 사과하고, 야구선수로 뛸 기회를 달라는 읍소가 주를 이루겠죠. 얼마나 심금을 울릴지, 이후 여론이 어떻게 요동칠지가 복귀의 열쇠가 될 겁니다.

[와이파일] 임오경 의원의 오지랖?...'강정호 국회 조사'의 진실은

'38년을 체육인으로 살았다'는 임오경 의원이 자료요청을 한 근거는 뚜렷합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음주운전 한 번에도 선수생명, 나아가 인생이 멈출 수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화끈하게 '영구제명'도 할 수 있습니다. 비인기 종목도 서러운데, 부와 명예, 인기까지 남부럽지 않게 누리는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왜 유독 따뜻한 건지, 임 의원은 그걸 묻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조은지[zone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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