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고두심, '시대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배우

[Y피플] 고두심, '시대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배우

2017.10.27.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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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드라마·영화에서 엄마 역할만 무려 50번 이상. 이쯤 되면 질릴 법도 한데 관객들은 그의 얼굴만 봐도 눈물부터 쏟아낸다. 깜깜한 상영관 각자의 좌석에서 저마다의 엄마를 떠올리며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힘. 영화 '채비'에서 애순 역으로 열연한 고두심의 존재감이다.

'채비'(감독 조영준, 제작 26컴퍼니)는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애순이 아들 인규(김성균)와 이별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발달 장애로 남들과는 조금 특별한 삶을 살아야 하는 30대 청년 인규는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든 사고를 치고 만다. 애순은 혼자 남을 아들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실행에 옮긴다.

이미 '꽃보다 아름다워' '인어공주' 등 수많은 작품에서 20년 가까이 시대의 어머니로 살아온 고두심. 그런 고두심에게도 '채비'에서 지체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엄마 애순 역은 조금 특별하다. 45년 차 연기경력의 대배우가 "큰 고민이었다"로 평할 정도로 많은 신경을 요한 작품이었다.

지난 27일에 열린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그동안 엄마 역을 많은 작품 속에서 해왔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큰 고민이었다. 경험이 없으니 주변에서 봐온, 들은 얘기로 대체할 수 밖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나도 엄마가 돼 보니 열손가락 깨물어도 특히 아픈 손가락이 있다"며 "자식 중에서도 너무나 현실적으로 뭔가 받침이 안돼 잘 안 되는 모습을 보면 그 자식에게 열의를 내는 게 부모다. 마찬가지로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엄마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아픔이 배가 되지 않았을까. 이를 표현하려고 노력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을 일찍 잃고 홀로 아들을 키워 오며 강인한 모습만 보여줬던 애순이 죽음을 앞두고 끝내 슬픔과 회한을 드러내는 장면은 가슴 가득 먹먹함을 안긴다. 기쁨부터 가슴 시린 오열까지 캐릭터의 널뛰는 감정선을 완벽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이 나온데 이유는 꾸며내지 않는 그대로의 모성, 즉 고두심표 엄마 연기가 가진 진솔함 덕분이다.

극 중 맏이 문경 역을 맡은 배우 유선은 이런 진솔함 때문에 직접 시나리오를 들고 고두심을 설득했다. 그는 "'우리 갑순이' 때 처음 모녀 호흡 맞췄다. 당시 진짜 엄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하면서 카메라 꺼진 상태에서 누군가를 엄마라고 부른 적이 처음이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5번의 연기대상과 지상파 3사 연기대상을 받은 유일한 배우. 의심의 여지 없는 캐릭터 소화력이지만, '채비'에서 고두심은 조금 더 특별한 자식을 만나 곱씹을수록 우러나는 진한 모성애를 선보인다. "최근 영화계 자극적인 풍토가 '채비'로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실현하는데 그 모성이 한 줄기 든든한 빛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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