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②] 물리학자가 본 '어벤져스: 엔드게임' #평행우주 (스포주의)

[Y기획②] 물리학자가 본 '어벤져스: 엔드게임' #평행우주 (스포주의)

2019.05.10.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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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기획①] 물리학자가 본 '어벤져스: 엔드게임' #양자영역'에서 이어짐.

※ 본 기사에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워'가 인류의 절반이 사라진 충격적인 결말로 끝난 후, 후속작이자 시리즈의 최종장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마블 최악의 위기에 봉착한 만큼, 그 해결법 또한 획기적이어야 했다. 마블은 히어로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고, 앤트맨의 능력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양자역학'을 끌어 들여 마블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예측 불가한 전개로 또 한 번 관객들을 환상적인 이야기 속으로 안내했다.

초능력에만 기대지 않고 인류가 발견한 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덕분에 히어로들이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는 희열도 배가됐다. 하지만 그로인해 해석의 차이와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 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관람한 물리학과 교수에게 영화 속 설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4. 왜 과거의 인피니트 스톤을 현재로 가져올까?

물리학에서 시간여행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는 모순으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처럼 인과율에 따른 역설을 피하기 위해 '평행 우주론’을 택했다. 앞서 말했듯이 원자의 위치는 확률적으로만 계산 가능하다. 실제로 관측되기 전까지 확률적으로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 평행우주론은 여기서 파생된 이론이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박성찬 교수는 "양자역학의 해석 중에 '관찰을 하면 그 관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는 것이 있다. 양자역학은 어떤 물리상태가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실제 실험을 하면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상태 중 어느 것 하나로 관측된다고 물리세계를 기술한다. 이를 마치 확률적으로 가능한 우주들이 있는데, 관측을 하면 그 중 하나가 구현되고, 확률적으로 가능했던 우주들이 관측한 우주가 분화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어로들은 영화가 평행우주론을 택하고 있음을 관객도 알 수 있도록 "과거를 바꿔도 현재는 바뀌지 않는다"대화를 나눈다. 과거를 바꾸면 그 시점에서 새로운 우주가 탄생할 뿐 현 우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벤져스는 과거로 가서 타노스를 죽이거나 인피니티 스톤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인피니트 스톤을 현재로 가지고 와서 건틀렛을 재현하려 한다. 타임 스톤을 지키던 에인션트 원도 비슷한 이유로 "반드시 스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단서들로 말미암아 영화 속 양자영역은 평행우주의 세계이며, 양자영역을 통한 시간 여행은 히어로 자신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 혹은 다른 우주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우주의 과거가 아닌 다른 우주에 침범해 일을 벌이기 때문에 '시간 여행'이라기보다 '시간 강탈'인 셈이다. 두 명의 캡틴 아메리카가 격투를 벌이고, 네뷸라가 과거의 자신을 죽여도 멀쩡한 이유다.

이제껏 영화에 등장한 시간 여행과는 다른 접근이라는 점에서 신선하지만, 이론상으로 이 같은 우주간의 교류는 불가능하다. 박 교수는 “분화한 우주는 실제 관측 결과가 일어난 우리 우주와 영영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서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5. 노인이 된 캡틴 아메리카는 설정 오류?

그런 점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엔딩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인피니트 스톤을 원래 시점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다시 한 번 시간 여행을 한다. 그런데 캡틴 아메리카는 양자터널을 통해 귀환하지 않고, 당황한 동료들 앞에 노인이 된 모습의 그가 등장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현재로 돌아오는 대신 과거에 남아 연인 페기 카터와 함께 일생을 보낸 것이다.

박 교수는 "돌아간 우주(과거)에서 그대로 시간을 보내 현재까지 나이를 먹으며 인생을 보냈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돌아간 우주에서 어떤 식으로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엄밀하게는(평행 우주론에 따르면) 현시점으로 복귀가 가능하지 않다"라고 짚었다.

물리학적으로 살펴본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역시나 판타지였다. 그러나 실망보다 더욱 큰 놀라움이 찾아오는 이유는, 과학적 단서를 바탕으로 삼아 미시 세계와 우주에 걸쳐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는 마블의 상상력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블은 이처럼 환상적인 이야기가 담긴 22편의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잊지못할 감동을 선사해 왔다.

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물리학자라고 해서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박 교수는 "영화적인 상상력은 늘 유쾌하다. 시간여행을 하고, 빛 보다 빠른 이동을 하고, 또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 중 반을 한 순간에 없애기도 하는 등 엄밀하게 물리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들을 영화속의 세계관 속에서는 가능하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물리학적으로) 이건 너무했고, 저건 괜찮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물리학 법칙을 따르지 않더라도 나름의 세계관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봤다. 또 선과 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로 봤다"고 관람평을 남겼다.

무엇보다 마블은 히어로의 초능력에만 기대지 않고, 인류가 쌓아 온 과학지식을 활용하려 애썼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보여줬다. 평범한 인간임에도 막강한 부와 천재적인 지식능력을 활용해 스스로 히어로가 된 아이언맨과 냉동기술을 통해 재탄생 한 캡틴 아메리카가 마블 페이즈3를 이끌었다는 점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 같은 과학과 상상이 어우러진 마블만의 창조적인 세계는 계속 확장 될 전망이다. '앤트맨' 페이튼 리드 감독은 "영자영역 속에 문명이 존재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배우들 또한 "양자영역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새 영화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 유니버스에서 지구 바깥의 거대한 우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마블이, 이 어마어마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또 어떤 놀라운 이야기를 펼쳐낼지 기대가 커진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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