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달시 파켓부터 샤론 최까지...'기생충' 성공의 숨은 주역

[Y초점] 달시 파켓부터 샤론 최까지...'기생충' 성공의 숨은 주역

2020.02.11. 오후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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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비롯해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까지 받으며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사상 최초다. 101년 한국 영화 역사는 물론 92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로운 역사를 쓴 '기생충'은 그야말로 2019년과 2020년을 강타한 거대한 사건이다.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 봉 감독은 기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로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기생충'은 그 정점에 서 있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5월 30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008만 5394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 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이어 같은 해 10월 11일 개봉한 북미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카데미 수상으로 인해 '기생충'을 상영하는 미국 내 극장수가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기생충'은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외국영화상,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그리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까지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높였다.

이런 '기생충'의 엄청난 성공의 숨은 주역들로 주목 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말을 영어 자막으로 옮긴 번역가 달시 파켓(Darcy Paquet)과 시상식 캠페인에서 봉준호 감독의 '언어 아바타' 역할을 해낸 최성재(샤론 최) 번역가다.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장벽"을 뛰어넘게 한 미국 출신의 달시 파켓은 한국에서 20년 넘게 자막 번역과 영화평론가 등으로 활동 중이다. '곡성' '아가씨' '택시운전사' '마약왕' 등 수많은 국내 영화의 영어 자막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등 다수의 봉 감독 작품을 번역해 왔다. 이처럼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과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달시 카펫은 외국인들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자막을 완성했다.

극 중 연교(조여정)가 충숙(장혜진)에게 시킨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옮겼다. 기택(송강호)이 재학 증명서를 위조한 딸 기정(박소담)의 실력에 감탄하며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은 없냐"라고 농담으로 묻는 대목에선 서울대를 옥스퍼드로 바꿔 외국인의 이해를 높였다.

달시 파켓은 봉 감독에 대해 "번역, 특히 자막 번역의 과정에 대해서도 잘 이해한다. 그래서 아주 자세한 것도 미리 고민하다"라며 "영어도 잘하는데,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과 어려운 부분에 대해 미리 상의하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최성재 씨는 지난해 칸영화제서부터 봉 감독 옆에서 통역을 도맡았다. 봉 감독 특유의 유머와 달변을 적절하고 매끄럽게 번역하며 호평받았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직후 진행된 할리우드 리포트와의 인터뷰 중 진행자는 최 씨에게 "당신도 '기생충'과 함께 스타가 됐다"라고 소감을 묻기도 했다. 당시 최 씨는 "나 역시 이 영화와 많은 감독의 큰 팬이다. 굉장히 쑥스럽다"라고 미소 지었다.

최 씨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단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라는 점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능력과 영화라는 분야에 관한 높은 이해도로 매끄러운 통역이 가능했다고 분석된다. 봉 감독은 "그녀는 큰 팬덤을 가졌다. 완벽하다. 우리는 모두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 덕분에 모든 캠페인이 잘 굴러갈 수 있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샤론 최가 화제였다"는 질문에 봉 감독은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그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A.M.P.A.S.®,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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