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인터뷰②] 양세형X양세찬 "다시 태어나도 형제, 다시 돌아가도 개그맨"

[반말인터뷰②] 양세형X양세찬 "다시 태어나도 형제, 다시 돌아가도 개그맨"

2020.02.1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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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인터뷰①] "육아 난이도 최상?" 양세형X양세찬 직접 밝힌 꼬꼬마 시절'에서 이어짐.)

“수염 분장 너무 잘 어울린다. 너(기자)랑 코너 짜고 싶다.”

말려도 제대로 말렸다. 개그맨 양세형-양세찬 형제의 함정에 빠져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만 기자를 보며 두 형제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단언컨대 2020년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형제 개그맨, 양세형-양세찬 형제가 YTN star [반말인터뷰]에 떴다. 형제는 인터뷰 시작 30초만에 빠르게 반말에 적응했음은 물론, 인터뷰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제작진들과 친구 먹어버리며 '역대급 소화력'으로 혀를 내두르게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 중 두 사람의 ‘인생 캐릭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양세형은 “아무래도 제일 많이 알아봐 주셨지”라며 나이트클럽 웨이터 캐릭터였던 ‘양세바리’를 꼽았다. 양세찬은 캐릭터 대신 “아픈 손가락”이라며 ‘남조선인민통계연구소’를 언급했다.

이에 기자가 “양세찬은 동그라미 수염 분장을 유독 많이 그려서 기억에 남는다”고 밝히자, 그는 즉석에서 수염을 그려 보이며 화답했다. 이를 본 양세형은 “오늘 친구 하기로 했으니까 나도 그리겠다”며 팔을 걷고 나서 얼굴에 수염을 그렸다. 열정적인 형제의 모습에 기자가 기뻐하는 찰나, 양세형이 “자! 친구니까 너도 그려야지”라며 펜을 건넸다.

예상 못 한 전개에 당황한 기자가 웃음만 짓고 있자. “(친구하기로 한 것)가짜야 뭐야”, “이렇게 할 거면 그냥 존댓말 하고요”라는 맹렬한 독촉이 이어졌다. 개그맨 형제가 그린 ‘빅 픽쳐’에 말려든 기자가 도리 없이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나서야, 두 형제는 비난을 멈추고 박장대소로 만족감을 표했다.

평범한 질문마저 재밌게 만드는 마법의 동그라미 수염 덕에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인터뷰 시간이 흘러갔다. 역시 ‘천생 개그맨’, ‘뼈그맨’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두 형제의 재치를 체감할 수 있었던 인터뷰 내용을 YTN star 독자들에게 지금 공개한다.

[반말인터뷰②] 양세형X양세찬 "다시 태어나도 형제, 다시 돌아가도 개그맨"





YTN star : 형제가 같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장점이나 단점은 뭐야?
형 : 서로 모니터를 정확히 해 줄 수 있는 게 굉장히 좋아. tv를 보면서 분석까지는 아니어도 ‘저거 저렇게 하면 좋을텐데’ 얘기도 하고, 나 역시 공부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
찬 : 남들한테 공유 쉽게 하지 못하는, 가족이라서 얘기할 수 있는 얘기가 있거든. 그게 가장 장점이 아닐까.
형 : 맞아. 아무리 친한 동료 사이에도 얘기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
찬 : 예를 들어 출연료 같은 것도 서로 얘기 안 하잖아. 형과는 그런 부분까지 얘기할 수 있으니까, 그런 예민한 이야기까지 공유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지.
형 : 아마 다른 동료 개그맨들도 간지러운 부분들이 있을거야. 우리는 그런 것들을 서로 중간 중간 긁어 줄 수 있는거지.

YTN star : 단점은 없어?
찬 : 응. 단점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
형 : 나도 없어. 근데 형제라서 장점은 진짜 많아. ‘코빅’ 녹화 같은 스케줄 있으면 같이 출근해서 같이 장 보고 퇴근해서 집에서 먹고 tv 보고. 같이 오락도 하고, 운동이나 취미도 비슷하고 실력도 비슷하니까 모든 걸 다 같이 해.

YTN star : 형제가 아닌 동료로서 서로의 개그 스타일을 평가해 줄 수 있어?
형 : 콩트로 봤을 때 내가 동료인 세찬이를 보더라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살리는 건 따라갈 수 없어. 정해진 대본을 사람마다 다르게 연기하는데, 아무것도 아닌 한 줄도 살려내. 개그맨들은 호흡이 좋아야 하는데 얘는 3번 정도 나눌 수 있는 호흡을 10번으로 쪼갤 수 있어. 그만큼 디테일하게 연기를 하지. 또 아이디어 회의 할 때 장난을 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경우가 있는데, 세찬이는 진득한 경향이 있어서 깔끔하게 정리를 잘 해. 그리고 친화력이 진짜 좋아서 ‘런닝맨’ 보면서 항상 '멤버들이 너 진짜 좋아하나보다. 그게 보인다'고 말해. 어릴 때부터 그랬어. 같이 놀면 동생이 더 인기 많았어.
찬 : 형은 낯을 많이 가리지. 근데 형은 독보적인 형만의 매력이 있어. 남이 하면 욕 먹을 수 있는 이야기도 형 특유의 외모나 센스, 톤 이렇게 어우러져서 특화된 게 있어. 똑같은 대본으로 말해도 남이 하면 기분 나쁠 대사도 형이 하면 호감이 가. 그런 ‘러블리’가 있어. 심각할 정도야.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톤이 있어.
형 : 아니 근데, 안 혼난다는데. 가끔씩 혼나. 하하하. 최근에도 이영자 선배님 약 올렸는데 표정이 안 좋아서, 혼날까 봐 도망갔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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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star : 많은 개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인생 캐릭터를 꼽는다면?
형 : 제일 많이 알아봐 준 게 ‘양세바리’ 캐릭터 아닌가 싶어. 웨이터 캐릭터였던 ‘양세바리’.
찬 : 난 캐릭터보다는 코너를 꼽고 싶은데, ‘남조선인민통계연구소’라고 한 12번 밖에 못하고 내렸는데, 아쉬워서 언급하고 싶어. 공감형 개그 코너인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연기였고, 잘 짤 수 있는 아이디어였거든. 짜임새 있는 코너였는데 당시에 별로 화제가 안 됐어.
형 : 한 번 다시 봐봐, 재밌어. 옛날 코너 다시 보면 재밌는 게 많아.
찬 : 그게 제일 아픈 손가락이라 그런지 기억에 남아.

YTN star : 세찬이는 얼굴에 수염 그렸던 캐릭터가 많이 생각나.
찬 : 어찌 보면 나만의 무기 부적 같은 거 같아. 평범한 얼굴로 나갈 때랑 다른 기분이 들어.동그란 수염을 그리면 개그맨 양세찬이 되는 거 같아. 캐릭터가 확 사니까. 데뷔 때 동그란 수염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그 수염을 그리고 다른 패턴의 연기를 해 보려고 노력하지.
형 : 펜 있으면 지금 그려볼까?
찬 : 어, 충분해. 보드마카 있으면 돼.
(제작진이 가져 온 펜으로 수염 그리는 세찬.)
형 : 실제로 무대 할 때도 이렇게 직접 그려. 이걸 그리면 뭔가 가면 쓴 거처럼 자신감도 생기고. 세찬아! 오늘 우리 친구하잖아. 나도 그릴거야. (수염 그리는 세형.)
찬 : 이 형도 가끔 이거 그리고 나가.
형 : (다 그림 세형, 기제에게 펜을 건네며) 자!
형 : (당황한 기자에게) 우리 다 친구 하기로 한 거 아니야? 야 실망이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찬 : 너 이렇게 가짜로 할 거면 나도 존댓말 하고요.
(결국 수염 그리는 기자)
형 :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봐.
찬 : 잘 그리네. 에이~ 연습했네! (웃음)
형 : 잘 하네~! 이제 우리 진짜 친구야. (웃음)
형제 : 진짜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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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star : 형제가 제일 처음 호흡했던 무대는 어떤거야?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안 듣는 두 형제)
찬 : 봐봐 질문도 얼마나 재밌어? 아까는 밋밋했는데.
(박장대소하는 두 형제)
형 : 그래 난 이게 진짜라고 봐.
찬 : 앞으로 혹시 인터뷰가 잘 안 풀릴 때는 이 펜을 하나 갖고 있다가 수염을 그려. 그럼 인터뷰가 술술 풀릴거야!

YTN star : (자포자기) 형제가 제일 처음 호흡했던 무대?
찬 : 우리가 처음 둘이 올라간게?
형 : ‘양아치’ 아닌가?
찬 : 아, ‘양아치’네.
찬 : 그때 내가 전역을 하고, 형은 ‘코미디 빅 리그’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어. 형들과 함께 한 덕에 좀 더 편하게 복귀 할 수 있었지.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리진 않았지만 마니아가 있었어.
(※ ‘양아치’(2012) : 양꾼 사장의 공개 오디션에 도전한 양아치들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빅 리그'의 한 코너. 양세형, 이용진, 양세찬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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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star : 세형이는 ‘양세바리’하면 유행어가 유명하잖아. 어떻게 만든 거야?
형 : ‘바리바리 양세바리~’ 만들었을 때, 나이트를 배경 한 코너를 짜야겠다고 일단 생각하고 있었어. 웨이터 역할이라 춤추면서 등장하고 싶은데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면서 하나 하나 단어들을 연결해 본거야. ‘바리로 끝나는 게 뭐가 있나… 아, 다금바리 있지?’ 하면서 다 붙였는데 코너 검사 받을 때부터 ‘빵’ 터졌지. 유행어를 만들어야지 하고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어. 아이디어 짜면서 놀고 장난치다가 어떤 특정 단어를 사람들이 따라 해주면 그게 유행어가 되는 거 같아.

YTN star : 형제가 함께 하기도 하지만, 각자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을 하면서 개성을 보여주고 있잖아. 만약 바꿔서 해 볼 수 있다면 한 번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있어?
형 : 나는 세찬이 하는 것 중에 ‘런닝맨’? 게임 하는 거 좋아하고 전략 쓰는 거 좋아하니까. 그리고 가서 (이)광수 약을 올리고 싶어. 방송은 합법적으로 하는거니까. 미친 듯이 약 올릴 수 있잖아. (웃음)
찬 : ‘맛남의 광장’. 백종원 선생님 만들어 주는 음식 언제 먹어 보겠어. 그리고 요리도 배우면 좋을 거 같아. 좀 힘들 거 같은데 재밌어 보여.

[반말인터뷰②] 양세형X양세찬 "다시 태어나도 형제, 다시 돌아가도 개그맨"

YTN star : 다시 돌아가도 다시 개그맨을 할거야?
형 : 응. 나는 지금 내 직업이 너무 마음에 들고 좋아. 다시 돌아가도 할 거고. 지금 내 인생이 리셋이 돼서 36살에 비연예인이다. 그래도 또 개그 할 거 같고, 잘 할 자신 있어!
찬 : 나도 다시 할 거 같아. 만약 돌아 간다면 공연장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고, 꿈도 많았던 시절 같아. 돈은 없고 그래도 소소한 것에 행복을 크게 느끼던 시절이었어. 지금 다시 공연 해도 되게 재밌을 거 같아.
형 : 예전에 동생이랑 둘이 ‘컬투쇼’를 이기는 공연을 만들자고 기획을 한 적도 있어.
찬 : 다 할 수가 없더라고.

YTN star :같이 살고 일도 같이 하는데 정작 소속사는 다르잖아. 같이 해볼까 생각해 본 적은 없어?
형 : 내 생각엔 소속사가 다른 게 좋아. 소속사가 같으면 아마 얘랑 엮어서 하는 방송이나 행사들만 하게 될 걸? 그게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보거든. 형제지만 따로 하는 게 맞다고봐.
찬 : 맞아. 일은 다른 거 같아. 주위 선배들도 따로 하는 게 낫다고들 조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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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star : 형제지만 이건 내가 절대 따라 갈 수 없다. 본 받고 싶다 하는 면이 있다면?
형 : 세찬이의 연기력? 개그맨 중에서 나는 연기는 좀 못하는 편이거든. 얘는 개그맨 중에 최상급이거든. 보면서 따라해 보는데 어렵더라고.
찬 : 나는 방송 보면 형이 중간 중간 치는 멘트들 웃긴 게 되게 많잖아. 많이 배우고 싶고.
형 : 그건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야. 타고난 센스지.
찬 : 이런 멘트도 다른 사람이 하면 ‘으휴~’ 싶은데 형이 하면 귀엽잖아. 이것도 배우면 좋은데, 잘못하면 비호감 되지. (웃음)

YTN star : 멀리 봤을 때 포부?
찬 : 일단 코미디가 예전보다 많이 기세가 약해져서 좀 아쉬워. 코미디를 살리는데 모든 걸 집중할 순 없지만,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어. 좋은 코너를 짜서 부활시키고 싶은 마음이 커.
형 : 나는 나래 도연이랑 술 먹고 하면 항상 얘기하는 게 ‘우리가 나이 들었을 때 어르신들 나오는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활약하는 그림을 꿈꾼다’야. 그때 되면 잘 하는 후배들이 무대를 차지하고, 우리끼리 웃으면서 재밌는 방송 만들면 어떨까. 그게 꿈이야. 꾸준히 오래 활동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최고인 거 같아.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PD(twk557@ytnplus.co.kr)]
[영상 편집 = YTN Star 이준혁 PD (xellos9541@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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