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몰입하면 불편"...'인간수업', 선과 악 경계에서 김동희가 받은 연기수업

[Y터뷰] "몰입하면 불편"...'인간수업', 선과 악 경계에서 김동희가 받은 연기수업

2020.05.16.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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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배우 김동희(21)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2018년 화제의 웹드라마 '에이틴'를 통해 핫 데뷔한 김동희는 이후 출연한 두 작품 JTBC 'SKY캐슬'과 '이태원 클라쓰'까지 연이어 히트하면서 단숨에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가 됐다.

연타석 홈런은 단순히 운이 아니었음이 분명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진한새 극본, 김진민 연출)은 지난달 29일 공개되자마자 한국 인기 콘텐츠 1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데뷔한 지 2년 된 배우의 필모그래피치고 그 기세가 매섭다. 이쯤 되니 작품을 고르는 남다른 비결이라도 있지 싶다.

배우 친구들로부터 대본을 같이 좀 봐 달라고 부탁하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는 김동희지만 “정말 특별한 안목이 있진 않다고 생각해요”라며 자신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대본을 보고 나서 ‘뭔가 잘 될 거 같아’ 이런 건 아니었어요. 순간적인 촉이랄까. 현재 저의 상태와 시기에 도전해 볼 만하다, 끌린다, 이런 작품을 해 온 거 같아요”라며 쑥스러움이 묻은 미소를 지었다.

‘인간수업’은 성매매 등 상상 못 한 범죄에 빠져드는 10대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개 전부터 주목받았다. 기존 드라마에서 다루지 못한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 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를 정주행의 늪에 빠뜨렸다.

김동희는 ‘인간수업'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연기하기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보자마자 ‘어렵다’고 느꼈어요. 캐릭터 하나하나 되게 입체적인 데다가 지문도 어렵고, 상상은 많이 되는데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됐죠. 이런 소재를 다룬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만큼 두려움도 있었고, 또 한편으론 도전하고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요. 제가 어떻게 연기할지 상상이 안 갔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거 같아요.”

신선하고 파격적인 전개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인간수업’의 인기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동희가 연기하는 오지수는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조직적인 성매매 범죄를 저지르는 이중생활로 보는 이의 허를 찌른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 비밀 알바를 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되돌릴 수 없는 낭떠러지 앞이다. 김동희는 선과 악을 구분 짓기 어려운 오지수의 이중성을 위화감 없이 그려냈다.

“저도 고민에 빠졌어요. 용서받을 수 없는 선택과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인데, 극을 이끄는 주인공이잖아요. 보통 드라마라면 감정 이입을 끌어내야 하지만,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시청자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범죄를 선택한 지수에게 이입이나 몰입을 하게 되면 불편해지는 지점이 있어요. 지수는 성매매 알선을 하면서도 ‘포주가 아닌 보호 업체’라는 식으로 얘길 해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고 사회성이 많이 결여 된 친구여서, 그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 여기는 인물이죠. 그래서 이기적으로 연기했죠.”

감정 이입으로 인한 불편함은 연기자라고 다를 바 없다. 그런 지수의 복잡하고 어두운 내면으로 들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김동희는 “상황에 몸을 던졌다”라고 표현했다.

“지수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크게 지수가 지닌 양면성, 이중적인 행동, 이질감,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해 봤어요. 결국 한 인간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잘못됐다’라는 것을 느낄 때도 많았지만, 상황에 온전히 빠져들려고 노력했죠. 테이크마다 다르게 연기하는 경우도 잦았어요. 순간순간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게 감독님이 많이 열어 주셨죠. ‘느껴지는 대로 다 해보고, 아니면 다시 하자’라는 말씀이 도움이 됐어요. 주어진 상황과 지수의 상태에 집중하고, 몸을 던졌죠.”

그저 상황에 집중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답변을 내놨지만, 연기의 디테일을 좌우한 김동희의 통찰력도 눈길을 끈다.

“지수를 연기하면서부터 내려놓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우선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자’, ‘외적인 거에 신경 쓰지 말자‘라고 생각했어요. 지수가 소리 지르거나 화를 내는 장면에서도 ’사회성이 부족한 지수가 지금까지 화를 내봤다면 과연 얼마나 내봤을까‘ 싶었어요. 남자라면 그런 순간에 멋있어 보이려고 할 수도 있는데, 지수는 소리치는 것도 어눌할 거로 생각했죠. 민희에게 무릎 꿇고 비는 장면의 경우도 정말 많이 내려놨죠. 몇십 번을 울면서 촬영해서 체력적 감정적으로 아주 힘들었던 신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김진민 감독도 이를 알아본 듯하다. 전개가 휘몰아치는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만의 해석보다는 김동희의 해석과 비교하면서 길을 찾았다고 하는 것을 보니. 배우의 분석력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처음엔 감독님을 우선으로 믿고 따랐고, 어느 순간 연기를 한 뒤 아무 말씀이 없으실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물으니 ‘이제 네가 알아서 하잖아’ 하시더라고요.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시곤 ‘레디 액션’을 외치시던 기억이 나요. 아마 절 믿어 주셔서 그런 거 같아요. 감독님께 항상 의지를 많이 했는데 그러시니까 또 뭔가 허전한 감정이 들기도 했죠.(웃음) 감독님이 그만큼 큰 버팀목이셨어요.”

전작들에서도 길 잃은 10대의 모습을 자주 연기한 김동희였지만, 지수를 통해 여태껏 연기한 캐릭터들과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연기적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간수업’ 속 지수에게는 배규리(박주현 분)와 함께 하면서 보고 느낀 모든 것이 새로웠을 거예요. 저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조금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인 거 같아요. 용기가 생겼다고 볼 수 있고, 저의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그렇기 때문에, 혹시 다음 작품에서 또 10대 역할을 만나게 된다 해도 두려움은 없다. “저는 상관없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만난 캐릭터와 흡사한 메시지를 던지거나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 이상, 10대라는 데 거부감은 없어요.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또 교복을 입을 수 있을 거 같아요”라는 김동휘의 목소리에서 한층 단단해진 자신감이 느껴졌다.

배우의 연기나 작품성에 대한 호평과 별개로, ‘인간수업’은 성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했다는 점 때문에 우려를 사기도 했다. 최근 ‘n번방 사건’과 같은 성착취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된 시점에, 10대들의 성매매를 소재로 했다는 것만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시청자도 있다.

김동희는 “겉보기에 모범생인 지수가 뒤에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라요. 이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자녀에 대해, 또 청소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어른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인 거 같아요”라고 강조하면서 “아직 얘기는 없지만, 만약 시즌2를 한다면 지수와 규리가 개과천선 했으면 싶어요. 둘에게 변화가 생길 만한 사건이 꼭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랐다.

10대들의 위험한 일탈을 그렸지만, 이를 연기한 김동희에게는 오히려 앞으로 어떤 어른이 돼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단다.

“이 작품을 하고 나서,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발 나아가 행동으로도 영향을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뒤 20년 뒤에 돌아봤을 때 떳떳하게, 얼굴 붉힐 일 없는 사람으로 소신 있게 걸어가고 싶어요. 더 나중에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아직도 교복이 어울리는 앳된 외모의 이 배우 속은 제법 단단히 여물어 있었다. 겨우 2년이지만, 김동희는 말로, 연기로, 그리고 작품으로 이미 입증하고 있다. 좋은 배우로 성장할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것을.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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