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다만 악' 이정재, 집요하고 끈질기게 만든 악역의 얼굴

[Y터뷰] '다만 악' 이정재, 집요하고 끈질기게 만든 악역의 얼굴

2020.08.01.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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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다만 악' 이정재, 집요하고 끈질기게 만든 악역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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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킬러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마시는 게 개인적으로 섬뜩한 느껴져서 연출팀에 준비해달라고 했죠. 컵을 돌릴 때 '달그락'하는 얼음 소리도 연기 중의 하나였어요. 일본에서 한 번, 태국에서도 한 번 활용했죠."

"태국에서 갱단과 싸울 때 그들이 긴 칼로 들이대더라도 피하고 싶지 않았어요. 짧은 칼로 맞받아칠 때 칼끼리 부딪히는데, 그때 불꽃이 자작 튀기는 걸 CG로 넣어줄 수 있느냐고 했어요. 그 싸움이 끝나고 난 뒤에는 얼음을 씹어 먹기 위해 큰 얼음을 요구했습니다. 후루룩 지나가는 거지만, 그런 것들이 잘 쌓이면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되죠."

이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 역을 위해 배우 이정재가 끈질기게 고민했던 부분이다. 이정재를 두고 "자기의 역할에 대해서 이 정도로 집요하게 분석하는 연기자는 처음 봤다"라는 황정민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정재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를 통해 자비 없는 킬러 레이로 돌아온다. '도둑들' '관상' '암살' 등을 통해 이미 악역 연기에 정점을 찍은 바 있는 이정재지만, 새로운 악역의 얼굴로 관객들을 맞는다. 이정재표 악역은 역시나 옳다는 걸 이번에도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Y터뷰] '다만 악' 이정재, 집요하고 끈질기게 만든 악역의 얼굴

한번 정한 타깃은 놓치지 않는 레이는 자신의 형제가 인남(황정민)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되고 그를 향한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한다. 인남의 흔적을 뒤쫓던 레이는 태국 방콕까지 인남을 쫓아가 집요하고도 끈질긴 추격을 시작한다.

이정재는 "레이가 단순히 형의 죽음 때문에 인남을 쫓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1차원적이지 않나. 레이는 누군가를 사냥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사냥할 이유가 생긴 걸 확인하러 (형의 장례식장에)갔다"라면서 "생각 자체가 잔인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 행동에서는 크게 잔인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잔인하게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목 전체를 뒤덮은 문신과 반지와 귀걸이, 팔찌 등 과한 액세서리, 화려한 패턴의 옷과 스타일리시한 롱코트, 흰 구두 등 레이만의 특색이 돋보인다.

"레이가 독특하고 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작은 면들까지 조금 더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목에 타투가 들어가면서 의상이나 헤어가 거기에 맞춰 조화를 이루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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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에 따르면 시나리오상에서 레이를 설명하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이정재는 "상상력을 많이 집어넣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인물 설명이나 상대방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어떤 인물인지 설명되고 한계라는 울타리가 쳐진다. 그런데 레이는 그런 게 없었다.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라고 돌이켰다.

"제가 레이의 울타리를 치고 반경을 조정해야 했어요. 꽤 많은 고민과 선택의 결과물이 지금의 레이죠. 자칫 잘못하면 과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뭘 과하게 표현하는 걸 안 좋아해요. 그렇지 않은 한도 내에서 독특한, 레이만의 묘한 매력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고민했습니다. 이번 영화만큼 테스트를 많이 했던 적도 없는 것 같네요."

이정재는 핏기없이 서늘한 레이 역할을 위해 강도 높은 다이어트도 했다. 그는 "석 달 정도 하루에 야채 한 끼밖에 안 먹으니까 온종일 배가 고파서 예민해졌다"라면서 "촬영 끝나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가 너무 그리웠다. 그걸 참아야 하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촬영 끝나자마자 태국에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었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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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야말로 액션에 다 걸었다. 타격감이 넘친다. 폭주하는 두 남자의 맨몸 액션이 강렬한 불꽃을 튀긴다. 이정재와 황정민이 극 중에서 처음 만나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아드레날린을 끌어 올린다. 이정재는 "누구 하나 도망갈 수 없는 좁은 장소에서 싸움이 나니까 긴장감이 남달랐다"면서 "실제 타격하는 느낌을 살려서 촬영했는데, 재미 요소가 더 살아난 것 같다"라고 만족했다.

그는 "처음 해보는 촬영기법이라 '서로 과연 잘 될까?'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가편집을 해서 보니까 아주 그럴싸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정재는 액션 촬영을 하면서 어깨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황정민과는 '신세계'(2013) 이후 7년 만에 재회했다. '신세계' 속 부라더 콤비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이번 만남이 기대도 모았지만, 기시감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 이정재는 "만약 '신세계'와 비슷한 장르거나 캐릭터라면 고민이 됐을 것"이라며 "차별성이 있었고, 굉장히 상반되는 캐릭터다. 황정민과 이정재가 다시 만났는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짚었다.

박정민과는 '사바하'(2019) 이후 다시 만났다. 이정재는 "박정민이 맡은 역할이 되게 어렵고 연기하기 힘든 역할이다"라면서 "너무 궁금해서 촬영장 가서 (박정민이 찍은)현장 편집본을 보여 달라고 하기도 했다. 혼자서 그걸 보면서 많이 웃었다. 너무 뛰어나고 아주 특별한 친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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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내년 '헌트'로 첫 연출에 도전한다. 안기부 에이스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원 각본이 있고, 그걸 제가 각색했어요. 그 시간이 오래 걸렸죠. 시나리오는 그 전부터 썼습니다. 8~9년 전부터 기획하고 쓰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연출하는 것보다 제가 연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느냐 생각이 들면서 (연출)결심을 하게 됐죠."

절친인 정우성이 출연 물망에 올랐다는 말에 "그렇게 되면 제일 좋겠는데"라면서 "어떻게 압박을 해야 할지"라고 미소 지었다.

공교롭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정우성 주연작인 '강철비2: 정상회담'과 맞붙게 된 이정재는 "대결이라기보다 연합인 것 같다. 극장가가 침체한 상황이지 않나. 색깔이 다른 두 영화가 연합해서 극장가를 살렸으면 한다"라고 희망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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