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학] 배우·감독·제작자로...다재다능한 문소리는 오늘도 달린다

[배우학] 배우·감독·제작자로...다재다능한 문소리는 오늘도 달린다

2021.01.25. 오전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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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학] 배우·감독·제작자로...다재다능한 문소리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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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 촬영이면 사실 피부 관리도 좀 하고 숙면도 취하고 싶잖아요. 프로듀서 역할을 함께 맡으니까 제가 나오지 않아도 찬바람 맞으면서 촬영장을 지켜야 했고, '퇴근을 몇 시에 하는 것이 적절할까' 이런 고민도 있었죠.(웃음)"

배우를 넘어 연출, 제작까지 배우 문소리는 '오늘도 달린다'. 그의 다재다능한 활약이 한국영화계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배우학] 배우·감독·제작자로...다재다능한 문소리는 오늘도 달린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세 자매'(감독 이승원)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소리는 이 작품에 배우뿐만 아니라 공동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인터뷰로 만난 문소리는 "보통 작품 제안받고 시나리오를 볼 때 투자를 어디서 했는지, 촬영은 언제부터인지, 예산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완전히 초고 단계에 만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고민하고 의논하며 마음을 다했던 것 같다"라고 제작 과정을 돌이켰다.

그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엄청 울었다. 그 전엔 김선영, 장윤주 배우에게 '무슨 자기 영화를 보고 그렇게 펑펑 우니?'하고 핀잔을 줬는데 부끄러웠다. 김선영, 장윤주, 그리고 저까지 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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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로서 '세 자매'..."불교 신자지만 교회 다니고 지휘 배워"
문소리는 이 영화에서 둘째 미연 역을 맡았다. 극 중 미연은 신도시 자가 아파트부터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 우아하고 독실한 성가대 지휘자의 위치까지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운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유지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자 폭발하는 인물이다. 불교신자인 그는 동료인 김선영에게 기도문 첨삭을 받고 교회다니며 배역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휘가 짧은 시간에 배우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용어를 알아야 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했거든요. 동시에 극 중 합창곡이 초기에 완성이 된 게 아니라 편곡을 바꾸면 또 지휘가 바뀌었죠.(웃음) 하루에 한 번씩 피아노로 쳐보고 현장에서도 찬송가를 계속 틀어놨습니다. 동시에 미연에게는 하나님의 딸 외에도 다른 면이 있으니까 한 그릇에 조화롭게 담길 수 있도록 노력했죠."

미연 역을 연기하며 제 몫을 다하는 것은 물론, 독창적이고 개성 강한 세 자매 속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아우른다. 자신의 연기를 넘어 타인과의 조화를 맞추는 데서 그의 진가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21년 차 배우는 미연을 두고 "전전긍긍하게 한 캐릭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연이 제 모습 중 제가 감추고 싶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분을 닮았더라고요. 오히려 잘 모르겠으면 궁금해서 탐구하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너무 알아서 짜증나는 느낌, 아시죠? (웃음) 그래서 한번에 정이 가진 않았어요. 품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촬영날이 다가오니까 '네가 나고 내가 너다'라는 마음으로 제가 먼저 기어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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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자로서 '세 자매'..."촬영 하루 전에도 찬바람 맞으며 현장 지켜"
이 작품에서 주연 배우 외에도 공동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영화 탄생에 기대한 역할을 했다. 배우이자 제작자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미연이 나오지 않지만 중요한 장면에서 제작진으로서 찬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지켜야 했다. 쉼 없이 녹음과 편집실도 오갔고 개봉 앞두고는 마케팅회의에도 참석해 예산 내 홍보방안도 생각해야 했다.

"다음날이 촬영이면 사실 피부 관리도 좀 하고 숙면도 취하고 싶잖아요. 프로듀서 역할을 함께 맡으니까 제가 나오지 않아도 찬바람 맞으면서 촬영장을 지켰고 '퇴근을 몇 시에 하는 것이 적절할까' 이런 고민도 있었죠.(웃음) 남편(장준환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전반적인 과정을 보기도 하고, '여배우는 오늘도' 역시 제가 감독과 제작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제작이) 제게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구석구석 노동력을 보태야 하는 작업이었고 재미있게 했습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하루를 보내면서 제작에 참여한 이유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때문이었다. "혹시 (내가) 쓰일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동 제작에 참여했어요." '배우라고 해서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같이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이창동 감독의 말이 그에게 깊게 남았다.

"요즘 세대간에 단절을 느낄 때가 많은데, 나와 다르다고 해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 사회잖아요. 세상살이가 그렇듯 '이상해' 하면서 그저 고개를 돌릴 수만은 없죠. '나는 어떤 자식, 부모였으며 형제였나'를 되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영화가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저 외면만 하기보다요."

[배우학] 배우·감독·제작자로...다재다능한 문소리는 오늘도 달린다

◇ "과거 캐스팅 안 들어오면 불안...요즘은 재미 늘었다"
영화 '박하사탕'(1999)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문소리는 '오아시스'(2002)에서 뇌성마비에 걸려 자기 방 안에 갇혀 사는 한공주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바람난 가족' '가족의 탄생' '하하하' '스파이' '군산' '배심원들' '메기' ‘리틀 포레스트’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대중과 만났다. 특히 '여배우는 오늘도'(2017)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줬으며 '세자매'에선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며 제작자로서도 활약했다. 배우부터 감독 제작자까지 그가 한국 영화계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인상 깊게 미국 HBO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를 재미있게 봤어요. 주연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원작의 판권을 사서 제작했다고 들었어요. 연기로도 어마어마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는데 (그 행보가) 굉장히 존경스럽고 닮고 싶더라고요.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고요.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활발한 행보에는 그만의 영화를 향한 열정과 단단한 소신이 그 바탕에 깊숙이 자리한다. 그는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그것들이 주는 위로와 위안이 우리 삶에 정말 크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 외에도 작품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향으로 재능을 발휘하는 이유일 테다.

"한때는 '캐스팅 제안이 줄어들면 어떡하지?' 불안한 적도 있었어요. 이제는 달라요. 시간이 생기면 더 재밌는 기획과 고민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크죠. 설거지하다가 빨래를 개다가도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면 적고 그래요.(웃음) 영화와 더욱 끈끈해진 느낌이죠. 연출부터, 프로듀싱, 연기까지 저한테 다 영화와 관련된 일이어서 다 반가운 일이라 재밌게 할 수 있다면 언제든 참여할 예정이에요."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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