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한예리 "'미나리', 출연 불발하면 다른 배우 소개했을 정도로 매력적"

[Y터뷰①] 한예리 "'미나리', 출연 불발하면 다른 배우 소개했을 정도로 매력적"

2021.02.2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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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한예리 "'미나리', 출연 불발하면 다른 배우 소개했을 정도로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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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제 필모그래피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영화로 남을 것 같아요. 작품을 떠나 제 인생에 좋은 점으로 남은 작품입니다. 이 경험과 과정 자체를 살면서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웃음)"

모니카 자신부터, 엄마, 아내, 그리고 딸에 이르기까지 현실과 맞닿은 섬세한 연기가 빛났다.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썼다. 배우 한예리의 이야기다.

23일 영화 '미나리' 인터뷰차 온라인으로 만난 한예리는 개봉을 앞둔 심경에 대해 "지금도 많은 좋은 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이 곁에 없어 그만큼 뜨겁진 않다. 감사하긴 한데 담담하게 보내고 있어 좋다. 다음 작업을 위해 붕 뜨지 않은 이 상태가 감사하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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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특별한 여정을 담아냈다. 영화의 연출과 각본에 참여한 정이삭 감독은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차세대 명감독이다.

배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매료됐다. 이야기가 할 거리가 많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에 대한 신뢰가 컸다.

"처음에 번역본을 받았고 더 이야기해볼 부분이 있겠다, 더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해 감독님을 뵀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같이 만들 수 있는 모니카가 기대됐어요. 심지어 제가 만약 출연을 못 하게 되면 정말 좋은 한국 배우를 소개해드린다고 할 정도로 매력에 빠졌죠. 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고 함께 작업해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아이작(정이삭)의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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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리는 이 작품에서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함께 미국에 온 모니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농장과 이동식 주택에서의 생활이 반갑지 않지만 남편 제이콥을 믿기로 하고 밥벌이를 위해 병아리 감별사 일을 시작한다.

배우는 모니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어 이민자로 접근하지는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가정에서 있을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라 생각해서다.

"이민자처럼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모니카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히려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여성을 생각했습니다. 제 어머니, 할머니, 6명의 이모를 포함해서요. 제가 그 시대에 다양한 여성상을 기억하고 있었던 점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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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리는 모니카는 자신보다도 어머니와 많이 닮은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니카도 저의 부모님처럼 어린 나이에 결혼했어요. 그러다 보면 본인의 성장과 아이들의 성장이 동시에 일어나 성장통을 많이 겪는 것 같다고 생각했죠." '미나리'를 촬영하면서 부모님 세대를 향한 이해가 깊어졌단다.

본인과 모니카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70% 정도 비슷한 것 같다"고 운을 뗀 한예리는 "아이 두 명 타지에서 키우고 위기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지켜내고자 하는 힘이 훨씬 큰 모니카를 보고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모니카를 연기하면서 대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트레일러(이동식 주택)에 도착했을 때 저라면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갔을 것 같아요.(웃음) 그 안으로 들어가는 모니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Y터뷰①] 한예리 "'미나리', 출연 불발하면 다른 배우 소개했을 정도로 매력적"

영화가 미국 현지에서 공개된 이후 호평과 수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을 묻자 이민 2세대 관객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 이민 2세대 분들 반응이 기억나요. 이 이야기를 보고 나서 부모님 세대와 그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게 됐다는 말을 해주셨죠.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기에 본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반응도요. '우리 영화가 정말 많은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미나리'는 현지에서 연일 트로피를 추가하며 오는 4월 예정된 오스카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수상한다면) 좋겠습니다.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럼 주시려나요.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고, 특히 감독님과 윤여정 선생님에겐 정말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죠. 선생님이 또 '그만 좀 얘기해라' 그러겠지만, 내심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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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봉준호 감독은 한예리의 섬세한 연기를 언급하며 "(한예리와 윤여정 선생님이) 외관상 느낌은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아도, 배우 한예리의 섬세한 연기 때문에 '모녀구나', '가족이구나'하고 느낄 수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국내 공개 후 듣고 싶은 평가를 묻자 그는 "'한예리가 힘이 있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칭찬을 일부러 많이 하시는거죠?' 했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이 영화를 좋아하셔서 더 기뻐요. 관객분들에게 듣고 싶은 평가라면 '한예리가 힘이 있네' 이런 소리요! 모니카가 시나리오상 두드러진 인물은 아니었는데 감독님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큰 힘이 생겼거든요. 어디다 가져다 놔도 자신의 몫은 충실히 하는 배우라는 소리 들으면 기분 좋을 것 같습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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