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넷플릭스 ‘낙원의 밤’, 마지막 10분까지 강력하다

[Y리뷰] 넷플릭스 ‘낙원의 밤’, 마지막 10분까지 강력하다

2021.04.06. 오전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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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 신작 ‘낙원의 밤’이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최초의 한국 영화라는 역사를 쓰며 기대작으로 부상했다. 애초 극장 개봉을 염두한 작품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결국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전세계 190여개국의 시청자들이 한국판 감성 느와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시험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세계’ ‘브이아이피’ ‘마녀’ 등으로 세련된 연출 감각을 인정받은 박훈정 감독의 느와르 신작이다. 영화는 서슬퍼런 미장센 위 핏빛이 난무하는 느와르의 세계를 청불 액션이라는 미명 아래 가감 없이 펼쳐보인다.

영화는 조직의 중간보스 태구(엄태구)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상대 조직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부터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태구는 보스 양사장의 지시에 따라 제주도로 내려간다. 그곳엔 태구를 기다리는 여인 재연(전여빈)이 있다. 재연은 양사장과 긴밀한 관계에 놓인 무기상 구토(이기영)의 조카로, 시크하면서도 까칠한 성정과 뛰어난 총격술로 태구를 단숨에 휘어잡는다.

태구를 사로잡은 건 재연의 까칠함이나 총격술 뿐만이 아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과거와 깊어가는 병세로 인해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재연의 텅 빈 눈이 태구를 신경 쓰이게 만든다. 처음에는 원수처럼 티격태격거리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지만, 육지에서부터 건너온 조직과 조직간의 권모술수에 휘말려 비극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된다.

영화의 정체성이 감성 느와르인 것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요소는 단연 아름다운 제주도 풍광이다. ‘낙원의 밤’은 제주도의 지역적 특수성을 제대로 활용했다. 두 주인공의 어깨 너머엔 이국적인 야자수가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넓고 푸른 제주바다는 늦오후가 되면 붉은 노을빛이 내려앉는다. 이러한 풍광은 태구와 재연의 처절한 불행과 극적인 대비를 이뤄, 고요하고 아름다운 제주와 시궁창 같은 현실의 간극을 일깨운다.

‘낙원의 밤’은 전통적인 느와르 서사를 답습하며 잔잔히 흘러가지만, 마지막 10분 동안 펼쳐지는 강력한 ‘한방’으로 이 영화가 지닌 차별점을 입증해 보인다. 이 외에도 목욕탕에서 펼쳐지는 복수신, 제주도 도로에서 펼쳐지는 습격신 등 느와르 장르에 걸맞는 다채로운 액션 장면들이 시종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밀정’ ‘안시성’ 등의 작품을 통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한 엄태구가 주인공 태구 역을 맡았다. 엄태구는 독특한 보이스톤으로 새로운 개성의 캐릭터를 만들어냈으며, 강렬한 스토리에 걸맞는 눈빛 묘사로 호연을 펼친다. 영화 ‘죄 많은 소녀’에 이어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빈센조’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전여빈이 상대역 재연 역을 맡았다. 전여빈은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여인의 처연함과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무자비함을 동시에 소화하며 라이징스타다운 존재감을 발휘했다.

마이사 역을 맡은 차승원은 영화 ‘독전’에서 한차례 선보인 악역 브라이언을 능가하는 살벌함으로 엄태구, 전여빈과 불꽃 튀는 연기 경합을 펼친다. 이 외에도 무기상 구토 역의 이기영과 양사장 역의 박호산, 카메오로 잠깐 등장하나 압도적으로 화면을 장악하는 이문식의 연기력도 빠짐없이 출중하다. 러닝타임 131분. 9일 넷플릭스 공개.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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