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매일 깨질 걸 알면서 부딪혔다"

[Y터뷰①]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매일 깨질 걸 알면서 부딪혔다"

2021.04.1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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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매일 깨질 걸 알면서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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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자유로워졌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로 첫 스크린 주연 필로그래피를 새긴 안희연은 최근 YTN Star와의 인터뷰에서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눈을 반짝였다. 첫 스크린 데뷔에, 첫 연기 도전이었다.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방법을 깨달았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에서 버림받은 십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어울리며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안희연은 주영 역을 맡아 욕설과 흡연을 비롯한 파격적인 연기를 시도하며 인상적인 스크린 데뷔를 치렀다.

EXID 계약이 끝난 후 해외여행을 하던 중 이환 감독에게서 SNS 메시지로 영화 출연을 제안 받았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감독의 전작 ‘박화영’을 찾아봤다. 그렇게 본 영화에서 느낀 감상은 바로 두근거림. 비록 연기 경험은 전무하지만 안희연에게는 충분한 동기가 됐다.

“보통 아이돌들은 계약이 끝나면 두갈래길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나. 그땐 아직 스물여섯 밖에 안됐을 때라 그 선택지 안에서 고르고 싶지 않았다. 그 다음을 선택하기 전 나 자신과 좀 친해지고자 여행을 갔다. 여행 도중 인스타 디엠을 보는데 ‘박화영’ 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시며 영화를 제안하셨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박화영’을 보고 용기가 생겨서 감독님과 미팅을 해보자고 했다”

이후 ‘어른들은 몰라요’ 시나리오를 읽고 주영 캐릭터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다. 자신과는 현저히 다른 면면이 오히려 불을 당겼다.

“시나리오에서도 주영이 다른 캐릭터와 대비를 이룬다. 재필은 묵묵히 감정을 담아내는 캐릭터라면 주영은 감정을 터트리는 캐릭터다. 그 지점에서 설렜다. 정작 저는 스물아홉 살 돼서 처음으로 엄마한테 화를 내봤다. 화를 내보니까 미안해지더라. 그만큼 주영과 제가 다르다는 점에 끌렸던 것 같다.”

수개월동안 이어진 워크숍에서 안희연은 연기에 대한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배웠다. 안희연을 위해 수많은 동료들이 의기투합했다. 안희연에게 이 영화가 더없이 소중한 이유다.

“제일 감사한 건 역시 감독님과 세진 역의 이유미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저도 한 분야에서 7년이나 몸 담은 베테랑인데 여기선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은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며 나를 만들어줬다. 주위에서 연기를 잘한다고 해줄 때마다 민망했다. 사실 전 매일 깨질 걸 알면서 부딪혔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이 날 도와주니 그렇게 안하게 될 수가 없었다. 너무 고마워서, 절로 그렇게 부딪히게 됐다.”

거친 욕설과 흡연 장면은 물론, 오열하고 분노하며 공포에 벌벌 떠는 등 안희연의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외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주영이라는 캐릭터를 체화하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이다.

“워크숍 때 장면을 찍을 때마다 모니터링을 많이 했다. 가장 놀란 건 우는 장면에서 콧물이 줄줄 흘러대던 제 모습이다. 워크숍에 임하면서 그런 제 모습들에 많이 익숙해질 수 있었다. 나중엔 더 주영 같아지고 싶어 주영 스타일의 옷을 사서 그것만 입고 다녔고, 7년 동안 봉인해야 했던 손톱 뜯는 버릇을 해제했다. 넉 달 동안 머리 감을 때 샴푸만 하고 트리트먼트는 안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 캐릭터에 점점 더 욕심이 생기더라.”

기자간담회 때 모두가 입을 모아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으로 꼽은 장면이 있다. 주영이 세진을 돌로 내리치는 장면이다. 안희연은 “제일 납득하기가 힘들었다”며 여전히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 됐음을 피력했다.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 한들, 어떻게 친구를 내리치나. 캐릭터가 무너져내리는 게 너무 낯설었다. 사람을 한번도 쳐본 적이 없으니, 직접적으로 그 느낌을 경험해보면 용기가 날까 싶어 생고기를 돌로 내리찍으며 연습을 했다. 결국 그렇게라도 캐릭터를 무너트렸다. 이렇게 무너지고 나면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자유로워지더라. 이상하면서도 해방감이 느껴지는 경험이었다.”

안희연의 연기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 시리즈 ‘SF8-하얀 까마귀’, 카카오TV 웹드라마 ‘아직 낫서른’에서 이란주 역으로 출연했다. 앞으로 펼쳐나갈 연기 활동에도 “연기가 너무 재밌다”며 기대를 걸었다.

“연기를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운다. 특히 나에 대해서 많이 배운다. 기존에 안희연이 갖고 있던 시각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는 것 같다. 아마 연기는 앞으로도 제게 그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사진제공 =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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