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서복’, 공유와 박보검의 열연만으로는 아까운 부유함

[Y리뷰] ‘서복’, 공유와 박보검의 열연만으로는 아까운 부유함

2021.04.14.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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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서복’, 공유와 박보검의 열연만으로는 아까운 부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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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을 통해 섬세한 연출을 선보이며 설레면서도 쌉싸름한 첫사랑의 감정을 스크린 밖으로 옮겨냈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 ‘서복’으로 돌아왔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시한부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2시간이 가까운 시간 내내 ‘서복’은 집요할 정도로 죽음과 두려움에 관해 질문한다. 불로장생의 꿈이 담긴 불로초를 찾아오라는 진시황의 명령을 받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사자 ‘서복’은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감독은 이미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Y리뷰] ‘서복’, 공유와 박보검의 열연만으로는 아까운 부유함

더 나아가 극 중 인물들은 비유나 은유 대신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묻는다. 극 중 서복이 민기헌과의 만남에서 한 최초의 질문 역시 사람을 죽여보았는지, 그렇다면 몇 명의 사람을 죽였는지에 대한 것이다.

영화 내내 모든 인물의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죽음’이다.

서복이 던지는 모든 질문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이면서도 순수한 의문이다. 감독은 서복의 입을 빌려 관객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또한 악의 없이 순수한 박보검의 눈을 통해 관객이 죽음이 갖는 두려움에 대해 사유하길 희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Y리뷰] ‘서복’, 공유와 박보검의 열연만으로는 아까운 부유함

그러나 감독이 죽음과 두려움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이고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선명한 메시지가 스크린 밖으로 전해지지 않는 것은 장황하게 늘어지는 전개 탓이기도 하다.

복제인간과의 특별한 동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기획 의도는 극이 마지막을 향할수록 부유한다는 인상을 준다.

[Y리뷰] ‘서복’, 공유와 박보검의 열연만으로는 아까운 부유함

“의미 있는 무언가 되고 싶었다”라며 욕망하기 그 자체를 욕망하는 서복처럼, 영화 역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같은 주제가 변주 없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탓에 영화는 오히려 힘을 잃는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액션 역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화려하고 폭발적인 액션의 향연을 기대했다면, ‘서복’은 적절한 선택이 아닐 것이다. 극 중 서복이 발휘하는 초능력에 가까운 독특한 능력은 사실상 영화의 주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신학선(박병은)의 말처럼 서복의 독특한 능력은 정확한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사이드 이펙트’(부작용)에 불과하다.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를 표현하는데 단지 부가적인 요소일 뿐, 액션이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는 아쉬움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하다.

[Y리뷰] ‘서복’, 공유와 박보검의 열연만으로는 아까운 부유함

실험체 서복을 연기한 박보검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에이 아이(AI)' 속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를 연상케 한다. 그는 세상 밖으로 처음 나와 미지의 현실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을 특유의 맑은 얼굴로 소화해낸다.

순수와 의문 그리고 분노를 넘나드는 그의 표정은 청춘스타 박보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공유 역시 죽음을 앞두고 생에 집착하는 민기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죄책감으로 가득한 삶의 끝에서도 삶에 대한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복잡한 심경을 공유는 특유의 처연한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Y리뷰] ‘서복’, 공유와 박보검의 열연만으로는 아까운 부유함

장황하게 반복되는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한 배우들의 열연이 다소 아깝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을 맡고 이용주 감독이 연출한 ‘서복’은 오는 15일 극장과 티빙(TVING)을 통해 동시 개봉한다.

YTN Star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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