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님아' 진모영 감독 "결혼을 설파하는 게 아니에요"

[Y터뷰] '님아' 진모영 감독 "결혼을 설파하는 게 아니에요"

2021.04.16. 오전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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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님아' 진모영 감독 "결혼을 설파하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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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 결혼을 해라' '이 사람들처럼 살라'고 설파하는 게 아니에요. 커플을 이뤄서 살겠다고 한다면, 여러분이 우리 다큐멘터리를 참고하실 수 있겠다는 정도죠."

진모영 감독은 15일 YTN Star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이하 '님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 공개된 '님아'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영감을 받아 긴 시간을 함께해온 미국, 스페인, 일본, 한국, 브라질, 인도 등 여섯 나라 노부부의 일상을 통해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사랑과 감동의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진모영 감독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LA 영화제에서 대상을 탔고, 이 영향으로 미국 파트너를 만나 2017년 미국에서 개봉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책임자가 그걸 보고 시리즈로 해보고 싶다고 제안해줘서 이번 시리즈가 탄생하게 됐다"고 '님아'의 출발을 소개했다. 첫 번째 회의 후 3년 반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새로운 '님아'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진 감독은 "매우 특별한 작업을, 매우 행복하게 협력하면서 했다"며 각 국의 제작 담당자, 감독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이번 '님아'는 진행형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진 감독은 "성인군자 둘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둘이 어떻게 더 나은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을까를 그리는 것"이라며 "둘이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과거 자료를 많이 동원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작품은 여섯 커플의 현재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했다.

서로 언어도, 사는 모습도 다른 각 국의 부부들이지만, 이들은 오랜 시간을 서로와 함께 해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섯 명의 감독들은 여러 부부들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한다. 다만 진모영 감독은 "사랑의 형태를 정의하지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대신 그들의 일상을 조용히 따라가며 보는 이들이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진 감독은 "보시는 분들이 편안하게 보시면서 '저러니까 사랑하게 되지'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면, 그를 통해 변화를 해야 하는 지점들을 느낀다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Y터뷰] '님아' 진모영 감독 "결혼을 설파하는 게 아니에요"

오래된 부부의 일상에서 묻어나는 사랑의 순간들을 '님아'는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들은 심장이 떨리고 설레는 거창한 감정들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오랫동안 서로가 해온 노력들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한국 부부가 서로의 손을 주물러주는 행동을 꼽았다. 진 감독은 "남편 분이 계속 부인의 손을 주물러준다. 이러한 터치들은 하면서 좋아지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노력하고 배려를 하는 것들이고, 의미가 있는 몸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부들이 서로를 위해 하는 배려, 노력을 지켜본 진모영 감독은 철학적인 개념의 사랑보다는 연민 혹은 동정심 같은 마음에서 출발하는 감정을 '님아' 속 부부들이 보여주는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날 위해 고생하는 사람'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사람'이라고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에 나는 또 어떤 행동으로 응수를 해줄 것인가. 사랑이 유지되고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연민을 느끼며 하는 행위들이 서로에게 쌓여 있는 신뢰를 높은 단계로 나아가도록 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좋은 의미를 완성하려면 상대의 마음에 내가 어떤 행위를 내가 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려고 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시간을 거쳐오면서 좋게 쌓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Y터뷰] '님아' 진모영 감독 "결혼을 설파하는 게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일상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지만, 고령의 출연자들과 함께 하면서 걱정도 피할 수 없었다. 진모영 감독은 "출연자들의 건강을 걱정했었다. 조마조마했던 편은 스페인과 일본 편이었는데, 일본 편의 부부는 암 수술, 스페인 부부는 심장 수술을 했다. 다큐멘터리를 하면서 출연자들이 위험한 고비를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셨을 때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 분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각 국의 문화적, 언어적인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진 감독은 "한 달에 한 번씩 각 국의 편집본들을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눠왔다"며 "모든 감독님들이 편안하게 소통했다. 대부분 각 감독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그분들이 하고 싶어하는 걸 할 수 있도록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함께 맞춰 나가기도 했다.

노부부의 이야기라고는 했지만, 단순히 남녀의 구분을 하지 않는 것도 '님아'의 중요한 특징이다. '님아'는 남녀의 결합이라는 부부의 개념을 넘어 두 사람이 만난 공동체로 커플을 바라본다. 진모영 감독은 "가부장적인 권위, 강요들이 누그러질수록 부부의 관계에서는 훨씬 더 강력한 소통과 친밀감이 형성된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며 "결국에는 개별화된 객체에 대해 만나서 형성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님아' 속 부부의 의미를 정의했다.

"단순하게 부부라는 것보다도 확장된 형태의 커플, 결혼의 유무를 떠난 존재의 결합들의 삶이 더 좋게 나아가면 좋겠어요." '님아'를 통해 오랜 시간 노부부의 사랑을 들여다본 진모영 감독은 이 시간에도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오랜 커플을 응원했다.

YTN Star 오지원 기자 (bluejiwon@ytnplus.co.kr)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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