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이영진 "알코올중독母 연기, '국민 엄마'보다 내가 유리해"

[Y터뷰] 이영진 "알코올중독母 연기, '국민 엄마'보다 내가 유리해"

2021.06.12. 오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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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이영진 "알코올중독母 연기, '국민 엄마'보다 내가 유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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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같은 역할이 또 들어올 수 있을까 싶어요. 유미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배우 이영진에게 MBC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는 무사히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던, 어려운 작품이었다. 호흡이 길지 않은 4부작이지만, 그가 맡은 김유미는 4부작이기에 모든 걸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이었기 때문. 촬영을 마치고, 모니터링까지 끝낸 이영진은 "모험이었는데 숙제를 잘 끝낸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김유미는 아픈 현실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다 알코올 중독에 걸리고, 딸 소현(김환희)에게 무심한 엄마다. 드라마 내내 소현의 시선에서 유미, 소현 가족의 아픈 과거가 펼쳐지는 덕분에 유미의 긴 사연은 짧게 설명되거나 생략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영진은 아픈 사연을 가진 유미를 순간의 표정, 눈빛 등으로 드러내야 했다.

"감정의 스펙트럼을 어디까지 표현하는 게 맞는 건지 매 번 고민했었어요. 유미가 가진 서사나 감정은 너무 어둡고 음침한데, 발칙하고 경쾌한 드라마에서 유미만 동떨어져 보일까봐. 그런 데다가 소현 입장에서 극이 전개되니까 유미가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소현 입장에서 좋은 엄마도 아니니까 그 중간에 어느 정도를 찾는 게 매 신 고민됐어요. 불 났을 때 주저 앉을 것인지, 넋을 놓고 볼 것인지. 보육원 찾아왔을 때 감정도요. 모두 짧은 몽타주컷이었지만 저는 머리에 쥐가 나더라고요. 어려웠어요."

무거운 캐릭터의 사연을 모두 설명할 수 없는 4부작이어서 어려웠지만, 이영진은 4부작이기에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는 "16부작이었다면 엄마, 알코올 중독 등 강렬한 설정들과 감정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설명적인 요소가 있었을텐데 내가 그걸 감히 잘할 수 있다면서 도전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며 "오히려 4부작이어서 한 번 도전을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Y터뷰] 이영진 "알코올중독母 연기, '국민 엄마'보다 내가 유리해"

유미의 서사가 촬영 전까지 많이 달라진 것도 이영진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다. 당초 유미는 소현의 가출을 계기로 애절한 모성애를 되찾는 설정이었지만, 대본을 수정하면서 유미의 급작스러운 모성애 회복이라는 설정은 사라졌다. 이영진은 "갑자기 진한 모성애를 발휘를 해서 소현이를 찾아 헤매고 삶의 의지를 발휘하는 설정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그려졌던 '엄마'로서는 익숙한 그림일 수 있겠으나, 감독님과 난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데 그저 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엄마의 이미지를 따라가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흡인력 있는 대본이었지만, 이전 버전의 유미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한 번도 진한 모성애를 경험해보지 못 했는데, 감히 '저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캐릭터 자체에 조금 더 현실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독님과 하게 됐고, 유미의 성장 같은 느낌으로 대본이 달라졌죠. 그렇다면 저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엄마 유미보다는 한 사람으로서의 유미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었다. 아픈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알코올 중독에 걸리고, 도박장이 열리도록 누군가에게 집을 내어주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유미. 엄마이기 이전에 상처가 깊은 사람 유미가 완성됐다. 이에 대해 이영진은 "이전 대본은 유미가 아니라 엄마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면, 지금의 유미는 그 사람 자체에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타지적인 모성애 스토리는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며 "기존에 생각했던 '국민 엄마'보다 내가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유미라는 역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아픔에 깊이 빠져있는 유미를 연기해낸 그는 "방송 나간 뒤로는 주변에서 '너한테 딱이다'라고 한다. 나는 술을 안 마시는데 조금만 우울하면 알코올 중독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나한테 있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냈다.

[Y터뷰] 이영진 "알코올중독母 연기, '국민 엄마'보다 내가 유리해"

캐릭터의 설정이 완성된 후에는 밝고 경쾌한 드라마의 전반적인 톤에 어두운 유미를 묻어나게 하는 게 숙제가 됐다. 이영진은 "드라마가 경쾌한 느낌인데, 우울한 유미와 발란스를 잘 맞췄나 고민됐다"고 이야기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유미를 표현하기에 최적이라고 생각해 민낯으로 촬영한 것도 모니터링 후에 오히려 고민이 됐다고. 그는 "화장을 좀 할 걸 그랬나 생각이 들더라. 나만 나오면 조명, 음악도 다르고, 다른 드라마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더라"며 "연기 톤이 안 맞으면 얼굴 톤이라도 맞출걸 그랬나"라고 농담 섞인 고민을 늘어놨다.

밝은 드라마와 어두운 유미 사이에서 고민했던 부분의 열쇠는 김환희에게 있었다. 발랄한 소현과 어두운 유미가 마주치는 신들이 드라마와 유미의 톤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 이영진은 이 연결고리가 되는 신들을 함께 풀어가준 김환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호흡이 좋았다. 환희는 누구랑 매칭해도 잘 하는 것 같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며 "서로 감정이 깊은 신이 많았다보니 이야기를 깊이 나눴다. 어린 친구보다는 좋은 동료와 대화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김환희를 극찬했다.

표현이 어려웠던 유미라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하나씩 풀어갔지만, '목표가 생겼다'는 이영진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그런 생각의 여운을 남겼다는 점에서 '목표가 생겼다'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러 지점에서 생각하게 했던 대사가 많았던 것 같아요. '손 내밀면 나아질 수 있다' 같은 대사들이요. '이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Y터뷰] 이영진 "알코올중독母 연기, '국민 엄마'보다 내가 유리해"

YTN star 오지원 기자 (bluejiwon@ytnplus.co.kr)
[사진제공 = 디퍼런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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