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그때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루카’

[Y리뷰] 그때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루카’

2021.06.17. 오전 01: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리뷰] 그때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루카’
AD
햇빛 찬란하고 청량하며 사랑스럽다. 그간의 여타 픽사 작품들처럼 커다란 스케일에 엄청난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아도 ‘루카’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루카’(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가 바다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아슬아슬한 모험과 함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디즈니·픽사가 올해 초 국내 200만 관객을 돌파한 ‘소울’에 이어 이번 여름 새롭게 선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Y리뷰] 그때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루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국내에서 진행된 화상 콘퍼런스에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투영해 ‘루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주인공 루카와 감독의 외모가 닮게 느껴지는 건 우연이 아닐테다) 어릴 때의 스스로를 어디 섞이지 못하고 자신감 없는 아이였노라 평가한 감독은 동류의 아웃사이더 친구와 함께 보냈던 찬란한 유년시절, 그리고 자신의 정겨운 고향 이탈리아에 대한 헌정이 되는 작품이라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비단 감독 개인의 이야기뿐만은 아니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비슷한 감상을 이끌어낸다. 아이들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루카의 서사를 다루는 방식이 매우 섬세하며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영화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우리의 추억 속 ‘그’ 친구가 머릿속에서 자연히 떠오르는 듯하다. 어린 시절 외로웠던 나에게 용기를 주고, 함께 세상으로 나아가준 그 친구를 소환시켜주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Y리뷰] 그때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루카’


[Y리뷰] 그때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루카’

루카는 해저에 가라앉은 시계나 전축 등을 주워 모으며 바다 밖을 향한 호기심을 키워온 바다괴물이다. 언제나 불안정하고 친구를 필요로 하던 그에게 어느 날 알베르토라는 동족의 친구가 등장한다.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앞서기 일쑤던 루카를 물 밖으로, 세상으로 나아가게 도와준 알베르토는 인간들의 마을에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하기에 이른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마을에 도착한 것도 잠시, 루카와 알베르토는 유쾌하고 정의감 넘치는 인간 친구 줄리아를 만나 마을에서 펼쳐지는 ‘포르토로소컵’에 돌연 도전하게 된다.

물 위를 열망하는 꼬마 바다괴물들의 이야기는 땅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새삼 일깨우게 해준다. “모든 좋은 건 다 물 위에 있다”는 알베르토의 말을 듣고 물 위로 나아간 루카는 말 그대로 별천지를 경험한다. 처음 먹어본 스파게티에 함박웃음을 짓고, 자신이 ‘육지괴물’이라 부르던 배에 올라타 생선을 잡아도 봤으며, 우주의 존재를 배우는 과정에서 까만 하늘에 점박힌 것이 멸치가 아닌 ‘별’이라 불리는 돌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배움에 대한 욕구가 피어오른다.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달려 내려갈 땐 비로소 살아 숨 쉬는 기쁨을 누린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행할 수 있는 용기의 근간은 전부 알베르토, 그리고 줄리아와의 우정에서 비롯된다.

[Y리뷰] 그때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루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익숙했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우정이 가진 마법 같은 힘에 주목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의 작은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설정해 더욱 동화적이면서 아름다운 우정을 그려냈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스쿠터를 타고 푸른 바다 위에 펼쳐진 공중으로 날아가는 찬란한 장면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루카가 외친 “씰렌시오, 브루노!(저리 가, 브루노!)”와 같은 주문을, 어른이 되어 현실에 안주하게 된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살았나를 일깨워준다.

영화에서 걱정과 두려움을 ‘브루노’라 칭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와 반대되는 개념인 용기를 ‘친구’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볼 수 있었던 이종족과 인간의 우정에서 더 나아가, 이종족끼리의 우정을 주요하게 그리고 있어 더 특별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시원한 레몬에이드와 같은 영화에서 이토록 따스한 감성이 스며나온다. 러닝타임 95분, 6월 17일 개봉.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사진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YTNstar에서는 연예인 및 연예계 종사자의 학교폭력 피해 사례를 제보 받습니다.
현재까지 학교폭력 의혹으로 나온 스타들 관련 제보 및 다른 스타들 제보 받습니다.
press@ytnplus.co.kr / winter@ytnplus.co.kr
YTN STAR 학교폭력 피해 제보 1대 1 오픈 채팅 카톡방(https://open.kakao.com/o/sjLdnJYc) 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