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인질' 천상 배우 황정민, 마지막 시선에 숨이 멎는다

[Y리뷰] '인질' 천상 배우 황정민, 마지막 시선에 숨이 멎는다

2021.08.06. 오후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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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인질' 천상 배우 황정민, 마지막 시선에 숨이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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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단순하다. 94분, 짧은 러닝타임의 탈출극 '인질'. 평이한 줄거리의 영화는 황정민의 끝장나는 연기력으로 승부한다. 완성도로는 올 여름 텐트폴 영화들 사이에서 절대 뒤쳐지지 않는 수작이다.

대한민국 오천만 배우 황정민이 괴한에게 습격 당해 납치됐다. 뉴스가 아니고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의 줄거리다. 황정민이 황정민을 연기하는 독특한 설정의 '인질'이 5일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가상의 영화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황정민을 비추며 시작되는데, 그동안 면대면으로 숱하게 봐온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고 있으려니 영화기자 입장에서는 묘한 기분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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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인질' 천상 배우 황정민, 마지막 시선에 숨이 멎는다

다시 영화 줄거리로 돌아오자. 기분 좋게 언론시사회를 끝마치고 귀가하던 황정민에게 편의점 앞에서 만난 취객들이 시비를 붙는다. 여배우 누구랑 해봤냐는 무례한 질문이 날아들고, 기껏 악수해 준 손아귀엔 얼토당토 않게도 힘이 실린다. 가감없이 불쾌감을 표출한 황정민은 취객로부터 무사히 벗어나는 듯 했지만, 뒤따라온 그들에게 전기충격기로 공격을 받아 납치되기에 이른다.

황정민이 다시 눈을 뜬 곳은 바로 산 속에 위치한 가구 공방. 취객 세 명에 그치지 않고 소수의 집단을 이루고 있던 이들은 뉴스에도 나왔던 카페 사장 납치 사건의 공모자들이었다. 범인들은 온몸이 포박 당한 채 깨어난 황정민에게 수억 원의 돈을 요구한다. 황정민은 스스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황정민의, 황정민에 의한, 황정민을 위한 영화 '인질'은 황정민의 개고생을 90여 분의 러닝타임 전후반에 꽉꽉 눌러담아 짧은 영화의 힘을 실감케 한다. 스토리는 특출나지 않다. 하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연예인이라서' 오히려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흥미를 배가한다. 영화는 이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늘어짐 없이 속도감 있는 전개로 펼쳐나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범인들이 이루고 있는 공동체가 와해되면서 긴장감이 다소 줄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한 분위기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무난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줄거리이긴 하지만, 황정민은 이 영화의 무기 그 자체다. '인질'은 스타병과는 거리가 먼 황정민의 소탈한 성격과 매니저 없이 돌아다닌다는 그의 생활상을 그대로 녹여내며 리얼리티를 높였다. 에코백과 같은 소품도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걸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다고 하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중간중간 "드루와 드루와" 같은 실제 황정민과 관련된 대사들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Y리뷰] '인질' 천상 배우 황정민, 마지막 시선에 숨이 멎는다


[Y리뷰] '인질' 천상 배우 황정민, 마지막 시선에 숨이 멎는다

필감성 감독의 입봉작이다. 언론시사회 내내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맺혀가며 긴장하던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한편, 완성도 높은 데뷔작이 향후 감독의 활약들을 기대케 한다. 주연배우가 황정민이라고 하지만, 황정민과 특별출연 박성웅을 제외한 역할들의 대부분을 무명 배우로 캐스팅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3000여 명을 오디션 봐 캐스팅했다는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몫의 역량을 펼치며 나쁘지 않은 하모니를 이룬다.

필감성 감독은 "영화는 영화라는 점을 놓치지 않고 연출했다"고 강조했지만, '인질'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금 고찰해보는 계기를 준다. 그동안 도맡아온 수많은 역할들을 통해 황정민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습득하고 체화했을까. 언론시사회에서 '영화 속 황정민과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쑥스러워하면서도 확신에 차 있던 황정민의 대답처럼, 그는 그동안 축적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영민하고 용감하게 상황을 타파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황정민은 천상 배우다. 배우 본인은 조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그들이 황정민과 연기력으로 겨루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체까지 연기한다"는 필감성 감독의 극찬에 걸맞게 황정민은 온몸을 던져가며 처절한 사투를 펼쳐보인다. 모든 위기에서 벗어났을 땐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며 손을 잡아오는 카페 알바생에게 고개만 덤덤하게 끄덕여주는 황정민의 복잡미묘한 표정과,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 무언가를 맞닥트리고 주시하는 그의 눈빛에서 오천만 배우의 관록이 느껴진다. 러닝타임 94분, 8월 18일 개봉.

[사진=NEW/외유내강]

YTN 이유나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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