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박정민·임윤아 ‘기적’, 배우들 호연으로 지워지지 않는 씁쓸한 뒷맛

[Y리뷰] 박정민·임윤아 ‘기적’, 배우들 호연으로 지워지지 않는 씁쓸한 뒷맛

2021.09.01. 오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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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박정민·임윤아 ‘기적’, 배우들 호연으로 지워지지 않는 씁쓸한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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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호연이 아쉬울 정도로 개운치 못한 뒷맛이 맴돌았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기적’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먼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당초 지난 6월 개봉을 앞두고 4월 제작보고회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며 개봉을 연기했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88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 삼아 새롭게 살을 덧붙였다.

순수하고 때로는 어설프지만 수학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주인공 준경은 외딴 시골 마을에 간이역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다. 그의 옆에는 무뚝뚝하고 살갑지 못한 아버지 태윤(이성민)과 준경의 뮤즈가 되고 싶은 라희(윤아), 언제나 곁을 지키는 누나 보경(이수경)이 함께 한다.

[Y리뷰] 박정민·임윤아 ‘기적’, 배우들 호연으로 지워지지 않는 씁쓸한 뒷맛

영화는 1986년 한적한 시골 마을 배경으로 당시의 분위기와 시대 상황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극 중 인물들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한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박정민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을 지우고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모습을 보인다. 누구보다 맑고 깨끗하지만 마음속 상처를 지우지 못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깊이감이 느껴진다.

임윤아 역시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영화 ‘공조’와 ‘엑시트’에서 보여주었던 능청스러움은 ‘기적’에서도 계속된다.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순간마다 임윤아의 등장은 극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

[Y리뷰] 박정민·임윤아 ‘기적’, 배우들 호연으로 지워지지 않는 씁쓸한 뒷맛


[Y리뷰] 박정민·임윤아 ‘기적’, 배우들 호연으로 지워지지 않는 씁쓸한 뒷맛

의외의 발견은 이수경이다. 준경의 누나로 분한 그는 ‘기적’의 씬스틸러라 할 만큼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박정민과 함께 속도를 맞추며 차분히 자신의 연기를 펼치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누구보다 눈에 띈다.

이 같은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야기를 지나치게 극적으로 이끌고 가며 서사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킨다. 영화 속의 갈등 구조와 이것이 해결되는 과정은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기적’ 속 부자(父子) 사이 갈등을 야기하는 죄의식과 부채는 톱니바퀴 마냥 맞물려 돌아간다. 이들이 가진 죄의식은 사실상 그 뿌리가 같고, 영화는 이를 지나치게 ‘영화적’으로 다룬다. 영화 속 준경과 태윤 부자의 행동에 부여된 당위는 관객의 공감을 사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Y리뷰] 박정민·임윤아 ‘기적’, 배우들 호연으로 지워지지 않는 씁쓸한 뒷맛


[Y리뷰] 박정민·임윤아 ‘기적’, 배우들 호연으로 지워지지 않는 씁쓸한 뒷맛

영화는 작중 인물이 죄의식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용서와 화해하는 과정을 게으를 정도로 손쉽게 진행시킨다. ‘기적’은 영화가 ‘지나치게’ 영화적으로 그려질 때 관객은 공감할 자리를 잃기도 한다는 사실을 염두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노력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준경 역시 수많은 난관을 주인공답게 가뿐히 뛰어넘는다. 또한 대통령도 허락한 상황에서 열차가 잠시나마 임시역에 정차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준경의 수험표는 어떻게 돌아왔는지 등 영화는 사건의 배경과 인과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며 설득력을 잃는다.

‘기적’은 80년대 영화 ‘라붐’에도 쓰였던 리처드 샌더슨의 명곡 ‘리얼리티’(Reality)로 막이 내린다. ‘꿈은 나의 현실’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준경의 꿈처럼 아름답지만, 영화는 씁쓸한 맛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출연. 12세 이상 관람가. 9월 15일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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