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이슈] '동백꽃'→'펜트하우스3' 참사 뉴스 방송...드라마 나고 사람 났나

[Y이슈] '동백꽃'→'펜트하우스3' 참사 뉴스 방송...드라마 나고 사람 났나

2021.09.06. 오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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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이슈] '동백꽃'→'펜트하우스3' 참사 뉴스 방송...드라마 나고 사람 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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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가 실제 참사 장면을 고스란히 방송에 삽입해 논란을 야기했다. 과거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역시 동일한 물의를 일으켜 PD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어, 이번 '펜트하우스3'의 논란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에서는 주단태(엄기준 분)가 폭탄 리모컨 버튼을 눌러 헤라펠리스를 붕괴시키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제작진은 헤라펠리스가 붕괴되는 장면을 CG로 처리했지만, 이어 등장하는 뉴스 보도 장면에서 지난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 당시 SBS의 현장 취재 장면을 내보냈다는 의혹이 일어 논란이 됐다.

방송 이후 '펜트하우스3'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거듭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선을 넘었다",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유족에게 사과하라" 등의 항의글로 '펜트하우스3' 제작진을 질타했다. 해당 논란을 인지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유가족 대표단 역시 "죄 없는 피해자인 고인들과 유족들을 모욕하는 유언비어로 인해 2차 가해가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SBS드라마 사태는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는 입장문을 내며 피해를 호소했다.

[Y이슈] '동백꽃'→'펜트하우스3' 참사 뉴스 방송...드라마 나고 사람 났나

이에 '펜트하우스3' 제작진은 4일 부적절한 장면을 사용한 것을 인정하며 "광주 학동 붕괴 사고 피해자 및 가족분들, 포항 지진 피해자 및 가족 분들, 그리고 모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제작진은 발 빠르게 사과했다. 하지만 과거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역시 실제 사고 영상을 사용한 사건으로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를 한 전적이 있어, 비슷한 사례의 되풀이는 더욱 한숨을 자아낸다.

지난 2019년 최고 시청률 23.8%에 달하는 뜨거운 인기 속에서 종영된 '동백꽃 필 무렵'은 마지막회에서 우리 속 평범한 영웅이 만든 기적 중 한 장면으로 마산역 사거리 사고 장면을 사용했다. 해당 장면에는 ‘2015년 창원 시민들의 기적’, ‘차 밑에 깔린 여고생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 맨손으로 차 들어올려’라는 자막과 함께 당시 사고 현장을 담은 뉴스 영상이 흘렀다.

[Y이슈] '동백꽃'→'펜트하우스3' 참사 뉴스 방송...드라마 나고 사람 났나

당시 KBS 시청자권익센터 홈페이지의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해당 사고의 피해자가 청원글을 작성하면서 논란의 불이 지펴졌다. 작성자는 “주인공 엄마에게 일어난 ‘기적’이라는 타이틀에 제 영상이 붙은 것 같더라. 이건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은, 너무나 배려 없는 방송 아니었나”라고 항의했다. 또한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그때의 기억이 악몽"이라며 제작진에 직접적인 사과와 장면 삭제, 사과 자막을 요구했다.

이에 당시 '동백꽃 필 무렵'을 연출한 차영훈 PD는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하고 실제 사고 장면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차 PD는 "사고 당사자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한 점은 죄송하고 유감"이라고 사과를 전하며, 사고 당사자에게 접촉해 직접적으로 사과를 전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평범하고 작은 영웅들의 선의들이 모여 사회의 기적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실제 사고 영상을 가져다 썼다. 의도 자체는 선했으나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고 영상을 무분별하게 가져다 쓴 책임은 피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작품인 '펜트하우스3'가 책임져야 할 피해자들의 슬픔과 고통은 더욱 그 무게가 크다.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은 거대한 사고의 뉴스 장면이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소비된 고통을 유가족들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 나고 드라마 났지, 드라마 나고 사람 난 게 아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이번 '펜트하우스3' 사태를 계기로 경종이 울려져야 마땅하다.

[사진=SBS, KBS2]

YTN 이유나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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