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칸 거쳐 부국제 온 '행복의 나라로'...임상수의 순한맛 (26th BIFF)

[Y리뷰] 칸 거쳐 부국제 온 '행복의 나라로'...임상수의 순한맛 (26th BIFF)

2021.10.07.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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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칸 거쳐 부국제 온 '행복의 나라로'...임상수의 순한맛 (26th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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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상수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로'가 드디어 6일, 국내 관객들을 상대로 베일을 벗었다. 시종 경쾌하다가도 죽음에 대한 진한 통찰이 묻어나는 영화는 과연 임상수의 새로운 맛, 즉 선량하고 착한, 순한 맛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건 다, 뒤에 있는 이 남자 때문이다!"

경쾌한 오프닝과 함께 '행복의 나라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인공 남식(박해일)은 오토바이를 타고 정신없이 질주하고, 그 뒤에는 203이라 불리는 남자(최민식)이 타고 있다. 그 둘의 뒤를 여러 대의 경찰차가 쫓는다. 남식은 '이건 다 뒤에 있는 이 남자 때문이다!'라면서도 목숨을 걸고 젖 먹던 힘까지 레이스를 펼친다. 그리고 갑자기, 3일 전으로 플래시백이 이뤄진다. 이 모든 일들이 고작 3일만에 이뤄졌다는 거다. 첫 만남부터 경찰에 정신없이 쫓기게 되기까지, 남식과 203이라는 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행복의 나라로'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죄수번호 203은 교도소 복역 중 인생 마지막 행복을 찾아 뜨거운 일탈을 감행한다. 탈옥을 하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 뇌종양 판정과 함께 앞으로 남은 여생이 고작 2주 남짓하다는 의사의 선고를 듣게 된 203은 하나 뿐인 딸을 꼭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갖는다. 이후 병원에서 기회를 틈 타 탈출하게 됐고, 그 현장에는 병원에서 일하던 청소부 남식이 있었을 뿐이다.

[Y리뷰] 칸 거쳐 부국제 온 '행복의 나라로'...임상수의 순한맛 (26th BIFF)

남식에게도 사연이 있다. 불건강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 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며 빼돌린 약으로 근근히 수명을 연장하며 사는 절도범이다. 있는 가족이라고는 돈돈돈 거리기나 하고, 일하던 병원에서는 남식의 절도 행위를 알아채는 바람에 전화기가 연신 울려댄다. 결국 남식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뭔가 사연 많아 보이는 탈옥수와 함께 도망을 치기로 결심한다. 병원을 빠져나가면서 훔쳐 타게 된 상조회사 리무진에 어떤 비밀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몸 아픈 게 공통점인 탈옥수와 절도범은 기묘한 공조를 이루게 된다.

일종의 버디무비이자 로드무비다. 비슷한 소재나 주제를 다룬 여타 영화들에 비해 특출난 점은 없지만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력,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도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 '행복의 나라로'는 모든 요건을 제대로 갖췄다. 한국적이면서 고즈넉한 산촌 풍경 위를 거닐며 도망다니는 두 남자의 이야기는 시종 흥미를 유발한다. 두 남자 주인공 간의 케미스트리도 좋고, 이들이 서로에게 정을 느끼게 되는 요인도 다분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들도 203과 남식에게 마음이 가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Y리뷰] 칸 거쳐 부국제 온 '행복의 나라로'...임상수의 순한맛 (26th BIFF)

위기에서 달아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음에도 급박한 전개가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는 여유로운 주변 풍경과 느릿하게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을 비추고, 정겨운 배경음악으로 해당 장면들을 감싼다. 고물트럭이 연기를 내며 멈추자, 남식과 203이 트럭에 한가득 실어진 수박을 깨먹는 장면은 별 장면이 아닌 것 같아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저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달아날 수 있을까. 관객들은 질문을 던지게 되지만 달아날 수 있을리 만무하다.

도망자들은 사람에게서도, 죽음에게서도 달아나지 못하고 정해진 결말에 붙들리게 된다. 유쾌하게 시작된 영화는 죽음이라는 소재의 존재감이 육중하게 몸집을 부풀리면서 반전된 분위기가 극으로 치닫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따스하면서 아름다운 결말을 이룬다. 정처없이 걷던 길 위에서 진정한 행복과 활력을 찾은 두 남자의 앞선 모습들이 결말과 오버랩되면서 관객들의 마음도 더없이 뭉클해진다.

명불허전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최민식이 203 역을 맡았다. 하얗게 샌 머리만으로도 짠한 감성을 건드리는 그는 죽음과 그리움으로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203 역을 더없이 완벽하게 소화했다. 최민식과 함께 술병 쌓으며 친해졌다는 박해일은 203의 보조 노릇을 톡톡이 해낸다. 두 배우의 명연기와 임상수 감독의 순한맛이 더해진 '행복의 나라로'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되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YTN 이유나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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