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in 부국제①] ‘첫 부임’ 허문영 집행위원장 “마주보고 건배하는 축제를 위해”

[Y터뷰 in 부국제①] ‘첫 부임’ 허문영 집행위원장 “마주보고 건배하는 축제를 위해”

2021.10.14.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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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in 부국제①] ‘첫 부임’ 허문영 집행위원장 “마주보고 건배하는 축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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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에서 가장 많은 자리에서 얼굴을 비추고, 능수능란한 진행 솜씨로 굵직한 프로그램들의 진행을 맡았다. 집행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원래 이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자리였던가 싶을 만큼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열흘은 바쁘게 흘러간다.

지난 3월 25일 부국제에 선임되고 첫 축제 개최를 맞은 허문영 집행위원장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집행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영화전문매거진 씨네21 출신인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초창기인 2002년부터 5년간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여기에 더해 2005년부터 시네마테크부산과 영화의전당에서 프로그래밍과 시네마테크 운영을 총괄해온 경력으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대위기 속에서 영화제를 순항 개최중이다.

Q. 가는 곳마다 위원장님이 계시더라.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나.
A. 예년 같았으면 더 힘들었을 거다. 원래대로라면 밤 8시 즈음부터는 부국제 방문객들을 위한 일정이 시작된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부국제 프로그래머로 일했었다.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귀가 시간이 보통 새벽 3~4시 정도 됐다. 한국영화 프로그램을 주로 담당했었는데, 제가 모신 손님들만 해도 배우까지 포함하면 100명 정도였다. 올해는 핑계가 있어서 10시만 되면 취침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힘들지는 않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한 번 하는 영화제, 밤새 술도 마시고 사람들 얼굴도 익히고 싶기도 하다.

[Y터뷰 in 부국제①] ‘첫 부임’ 허문영 집행위원장 “마주보고 건배하는 축제를 위해”

Q.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되고 드디어 축제가 개최됐다. 처음으로 집행위원장으로 부임해 기자회견을 거쳐 개막식에 참여하게 된 소회가 남다르셨을 듯하다.
A.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주역은 아니다. 한 편의 영화로 치면 제작자나 프로듀서 정도?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 늘 마음은 못 놓는다. 다만 최민식씨가 무대에서 “‘행복의 나라로’라는 작품으로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열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영화인들이나 관객들이 애정 어린 표현을 해주시면 약간 으슥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Q. 올해 오프라인 개최를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영화제를 개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듯싶다.
A. 근본적으로 사람의 본능 속에 축제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모여서 뭔가를 나누고 교감하는 욕망 같은 것들이다. 팬데믹이 욕망을 죽이지는 못한다. 팬데믹 와중에 인상적이었던 외신 보도가 하나 있는데, 격리된 이탈리아 사람들이 테라스에 나와 서로 건배를 하더라. 뭉클했다. 사람들이 만나나, 마주본다, 건배를 한다, 이 기본적인 욕망이 충족될 때의 감동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축제인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의 방향은 오프라인, 즉 대면이었다.

Q. 코로나 여파로 진행하지 못한 섹션도 있는 반면 신설된 섹션들이 방문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온스크린’ 섹션은 영화제에 OTT가 정착했음을 시사하는 듯해 관심이 크다.
A. 온스크린 섹션은 프로그래머들이 먼저 제안을 했고, 제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합시다!’ 해서 정한 섹션이다. 만일 프로그래머들이 제안하지 않았다면 제가 제안할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시리즈물은 웬만한 영화보다 미학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OTT 작품은 아니지만 HBO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가 제게 그랬다. 모든 면에서, 특히 촬영이 웬만한 영화들 보다 훌륭했다. 어떤 시리즈물은 학자들에게 충격까지 준다. 이를테면 2000년대 초에 나온 시리즈물 ‘24’가 영화의 개념을 뒤흔들만 한 작품이라고 평가받았다. 제일 최근에는 데이비드 린치의 ‘트윈 픽스 시즌3’가 까이에 드 시네마라는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고 전통적인 영화 잡지에서 베스트로 꼽혔다. 이미 영화에 전문적이거나 미쳐 사는 사람들에게 영화와 시리즈물의 경계는 허물어져 있다. 무엇보다도 자유롭고 진취적이어야 될 영화제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공생, 상생을 넘어 영화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거다.

[Y터뷰 in 부국제①] ‘첫 부임’ 허문영 집행위원장 “마주보고 건배하는 축제를 위해”

Q. 올해 부국제에서 선보인 수많은 영화 중 개인적으로 궁금한 작품들이 있나.
A. 너무 많다.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가 세 작품이 있다. 첫번째는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의 ‘메모리아’다. 21세기 아시아에 등장한 감독 중 가장 빛나는 재능을 가졌다. 이 감독은 늘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놀라움과 종파를 일으켰다. 두번째는 프랑스 부르노 뒤룡 감독의 ‘브람스’다. 프랑스에서 가장 지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지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충돌을 만들어낸다. 그 충돌이 어긋나는 경우도 가끔 봤지만, 프로그래머의 전언에 따르면 이번 영화는 아주 아름다운 만남을 이뤘다고 한다. 세번째는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카우’. 꼭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소만 찍어내는 발상 자체가 너무 놀랍고 실제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됐는지가 궁금하다.

Q. 과거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경험으로 올해 프로그래머들에게 조언한 게 있다면?
A. 영화광들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 아이콘 섹션이다. 아이콘 섹션에 영화를 전문적으로 보는 관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영화를 최대한 끌어모으라고 했다. 또 영화제 고정 섹션만으로는 부족하니, 부국제만의 시야를 볼 수 있는 특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래머들이 두 주문 모두 열심히 수행해줬는데, 중국 영화 특별전은 유독 만족스럽다. 제가 아는 한 2010년도 이후 중국 영화의 경향을 보여주는 특별전을 선보이는 영화제는 부국제가 처음이다. 2010년도 이후 중국영화의 새로운 세대들은 어떤 경향으로도 통일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고, 미학적 수준의 성취를 하고 있다. 그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중국 영화 특별전은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올해 부국제에서 관객들이 어떤 것을 느끼고 얻어가길 바라는가.
A. 전문적인 관객들, 시네필들은 ‘아, 이렇게 훌륭한 영화들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 다 보란 말야’ ‘며칠 더 있어야 하나’ ‘아깝다’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셨으면 좋겠다. 보다 포괄적으로는… ‘부국제 재밌구나’라는 느낌을 받아가셨으면 좋겠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YTN 이유나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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