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in 부국제②] 임권택·임상수…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만난 인연들

[Y터뷰 in 부국제②] 임권택·임상수…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만난 인연들

2021.10.14. 오전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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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in 부국제②] 임권택·임상수…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만난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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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일 때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지난 3월 25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에 선임되고 첫 축제 개최를 맞은 허문영 집행위원장. 영화전문매거진 씨네21 출신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초창기인 2002년부터 5년간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십수년 만에 집행위원장이 되어 돌아온 부국제에서 오랜 인연들과 재회를 이뤘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3일차이던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집행위원장실에서 허문영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3일 내내 바쁜 일정을 반복하면서도 “예년보다는 힘들지 않다”고 말한 허 집행위원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부국제의 밤을 화려하게 밝히던 영화인들의 만남이 생략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술은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자리를 좋아한다는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술자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인으로 임권택 감독을 꼽았다. 그는 “임권택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말이 어눌하신데, 놀랍게도 그 말투로 엄청난 유머감각을 발휘하신다”며 “보통 나이가 육십이 넘으면 모든 면에서 감각이 쇠퇴하면서 유머감각도 사라지기 마련인데 이분은 여전히 굉장하다”고 감탄했다. 이어 “은근히 사람을 사람들 놀리기를 좋아하신다.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전부 능수능란하게 놀리신다”고 덧붙이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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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은 올해 부국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The Asian Filmmaker of the Year) 수상자로 선정됐다. 후배 영화인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시상대로 올라선 임권택 감독은 “평생을 사랑한 영화를 지금 나이까지 만들며 살았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 또 기쁘다”는 소감을 전해 시네필들에게 뭉클한 감상을 안겼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임권택 감독님은 20대 때부터 뵀던 분이다. 씨네21을 다니면서부터는 조금 더 자주 뵀고, 개인적으로는 아버지 같은 분이다”라며 친분을 밝혔다. 그러면서 “혹시나 편찮으시면 어떡하나 늘 마음이 가는 분이다. 그런 분에게 대단하진 못하지만 상을 핑계로 모시게 되고, 후배 영화인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져 기분이 좋았다. 나만의 존경심이 아니었다는 게 느껴지면서 한국 영화계라가 꽤 괜찮은 곳이라는 걸 체감했다”라며 거듭 애정을 드러냈다.

개막식에는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임상수 감독 역시 함께 자리했다. 신작 ‘행복의 나라로’를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보이게 된 임상수 감독은 개막식 전에 이어진 ‘행복의 나라로’ 기자회견에서 허 집행위원장과의 식사 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허 집행위원장이 이번 영화를 보고 “촌스럽다”는 평을 내놓았다는 거다.

[Y터뷰 in 부국제②] 임권택·임상수…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만난 인연들

이에 대해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영화를 보고 처음 느꼈던 소감을 직접 얘기했던 거다. 임상수 감독의 전작들은 세상에 대한 냉소와 자기 냉소를 동시에 갖고 있는, 차가운 영화다. 그 점이 임상수 감독의 강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듯 차갑고 세련되고 냉소적인 감독이 영화를 촌스럽고 따뜻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거기에 제가 완전히 항복을 하게 됐다는 거다. 그 촌스럽고 투박하고 인간적인 면에 항복을 하고 말았다. 최민식과 박해일이 트럭을 타고 가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더라. 그런 이야기를 했다.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더라. 임상수 감독은 저와 동년배이기도 하고, 옛날부터 알아온 인연이라 특별히 예의를 차리고 말조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개막식에서는 지난 5월 11일 별세해 한국 영화계가 슬픔에 빠지게 한 故 이춘연 이사장이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영화공로상은 해외 영화계에 한국 영화를 소개해 세계화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 하는 상. 올해는 한국 영화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한 故 이춘연 이사장의 업적을 높이 사 예외적으로 선정하게 됐다.

[Y터뷰 in 부국제②] 임권택·임상수…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만난 인연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故 이춘연 이사장에 대해 “한국 영화인들을 위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해주신 분”이라며 “그분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 부국제도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다. 부국제가 어려울 때 곁을 지켜주셨고, 적극 변호도 해주셨다.”고 고백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왜 저렇게까지 남을 도와주지? 의문을 낳게 만드는… 고인은 자연스럽게, 심지어 유머러스하게 한국 영화계에 이바지하는 분이셨다. 그런 분이 돌아가시고나서 많은 영화인들에게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미안한 마음. 받은 게 많은데, 해준 게 없다는 그 미안함. 부국제는 물론 다른 영화제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마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더 큰 것을 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롯데엔터테인먼트]

YTN 이유나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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