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터뷰] '라디오쇼' PD "박명수, 죽을 때까지 DJ 하고 싶다고…"

[R:터뷰] '라디오쇼' PD "박명수, 죽을 때까지 DJ 하고 싶다고…"

2021.10.19. 오전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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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터뷰] '라디오쇼' PD "박명수, 죽을 때까지 DJ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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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디즈니 플러스까지 흥미로운 플랫폼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고된 출, 퇴근길을 지켜주고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어주는 플랫폼은 여전히 라디오가 아닐까요. 누군가의 하루를 가까이에서 함께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더 좋은 음악을 고르고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는 제작진, DJ의 노력을 YTN star가 [R:터뷰]를 통해 응원합니다.

"짧고 굵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이하 '라디오쇼')다. 2시간 방송이 보통인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 '라디오쇼'는 매일 오전 11시 점심 시간이 다가오기 전 1시간 동안 반짝 찾아온다. 순식간에 청취자들을 한 바탕 웃음으로 정신없이 몰아넣고는 호흡이 가라앉기도 전에 "내일 11시에 뵐게요"라며 홀연히 떠난다.

라디오를 켜두기 좋은 출근 시간대도, 라디오와 잘 어울리는 짙은 감성의 저녁 시간대도 아닌 오전 11시의 '라디오쇼'는 어느 순간 청취율 조사 상위권에 오르더니, 당당히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랐다. 이 전성기를 함께 해온 현인철 PD는 "성적이 쭉 오르고 있고, 많이 올랐다. 이렇게 만들기까지 우여곡절이 얼마나 많았겠나"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애매한 시간대고,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시간대라고 생각했죠." 3년 전 처음 '라디오쇼'를 맡았을 때, 현 PD 역시 '11시대는 뭘 해도 힘든 시간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디오쇼'는 생각의 틀을 깨준 프로그램이 됐다. 그는 "박명수라는 DJ를 만나고 시간대의 한계가 있다는 건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걸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라디오는 DJ 영향이 90% 이상"이라는 현 PD는 박명수의 특색을 잘 살리는 방향에 집중해왔다. "11시라는 시간대의 특성을 규정해서 박명수를 끼워넣기보다는 그가 할 수 있는 걸 맘껏하게 하자"고 마음 먹었다던 현 PD는 초대석 게스트, 새 코너 등 무엇이든 정통보다는 조금 비틀어보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B급 정서'로 웃음을 주는 박명수에게 잘 들어맞았고, '라디오쇼'의 색깔이 뚜렷해지는 출발점이 됐다.

[R:터뷰] '라디오쇼' PD "박명수, 죽을 때까지 DJ 하고 싶다고…"

박명수의 독특한 웃음 코드를 고려해 만든 코너가 '성대모사 달인을 찾아라'(이하 '성달찾')다. 이는 청취자들이 기상천외한 성대모사를 선보여 DJ를 웃게 하는 코너인데, 박명수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아이템을 고민하던 현 PD가 탄생시켰다. 그는 "박명수가 청취자와 전화로 소통하는 능력은 워낙 화제가 많이 됐었고, 성대모사라는 콘텐츠는 클래식하고 진부할 수 있지만 박명수가 하면 다를 거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연예인인 청취자들의 성대모사가 박명수의 독특한 웃음 코드를 건드려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신청자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첫 회만에 사라졌다. 현 PD는 "그 DJ의 그 청취자들이 와줬다"며 "첫 방송부터 성공적이었고, 곧바로 정규 코너로 자리잡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길어야 1년 하겠지 싶었는데 콘텐츠가 끝이 없더라.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다"며 "매 번 DJ가 너무 웃어서 침이 안 튈 때가 없다. 뒷 프로그램 DJ인 정은지를 걱정하는 사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매일 방송 끝난 후 마이크를 교체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해당 코너의 클립만을 게재하는 유튜브 채널도 따로 있다.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성달찾'은 젊은 층 위주의 플랫폼에서 일종의 '밈'이 된 라디오 관련 콘텐츠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중심인 콘텐츠에는 마니아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 콘텐츠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찾는 건 이 시대 라디오PD들이 가진 숙제라고 생각해요. 제게는 '라디오쇼'가 많은 해답을 줬어요. 그 중 하나가 '성달찾' 유튜브 채널이었고요. 콘텐츠가 재밌으니까 알아서 바이럴이 되더라고요. 그 중심에 10대, 20대가 있었고, 그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서 더 열심히 일할 계기를 발견한 것 같아요. 라디오를 잘 모르는 10대, 20대들에게도 계속 문을 두드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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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의 웃음 코드와 들어맞는 코너 뿐만 아니라, 박명수가 가진 캐릭터를 살리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예시가 음악 퀴즈다. 거침 없이 말을 내뱉는 박명수가 작정하고 청취자들을 하대(?)하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설정했다. 청취자들은 여타 DJ와는 전혀 다른 거친 발언에도 웃음을 멈추지 못 한다. 현 PD는 "DJ가 청취자들에게 충분하지 못 했다고 생각하면 나를 하대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 "하대해달라" "혼 좀 내달라"는 청취자들의 문자가 줄을 잇기도 한다고. 현 PD는 "청취자를 하대하는 유일한 DJ"라며 "그게 박명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대한민국에 없는 캐릭터"라고 칭찬했다.

웃음으로 꽉 찬 1시간이 아쉽지 않냐는 물음에 현 PD는 "박명수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송 시간"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명수가 가장 강한 텐션으로 꽉 채울 수 있는 최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2시간 방송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여유로운 틈이 생기는 건 박명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방송 시간은 짧지만, DJ의 열정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오랫동안 뜨겁다. 현 PD는 "박명수가 워낙 라디오를 좋아한다. '라디오 잘 듣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 걸 제일 좋아한다"며 "죽을 때까지 DJ를 하고 싶다더라"라고 라디오를 향한 DJ의 애정을 대신 전했다.

현 PD 역시 "'라디오쇼'는 두고 두고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내 인생에 가장 무게감 있는 프로그램이 될 지도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라디오쇼'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향후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해나갈 현 PD는 "라디오의 위기를 체감할 때 안타깝지만, 라디오PD로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디오의 매력을 알아주는 사람은 계속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그들을 발굴하기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제공 = KBS]

YTN 오지원 (bluejiw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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