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윤한 "첫 설계한 수면음악에 다양한 피드백…의외의 보람 느꼈죠"

[Y터뷰] 윤한 "첫 설계한 수면음악에 다양한 피드백…의외의 보람 느꼈죠"

2021.10.30.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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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윤한 "첫 설계한 수면음악에 다양한 피드백…의외의 보람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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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신이 힘들 때 만든 곡들이기 때문에, 그걸로 사람들이 편해지고 치유받고 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 음악이 가진 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요. 슬럼프가 제 음악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지난 몇 년간 개인적인 슬럼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윤한은 그만의 담담한 말투로 지난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늘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이고, 긴 공백기 없이 꾸준히 활동해온 그이기에 미처 몰랐던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등 개인적으로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든 일도 있었다고. 아내는 첫 아이를 유산했고, 아티스트로서는 문득 히트곡이 없다는 생각에 고민이 있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하지만 결국 그 슬럼프를 결국 음악으로 승화시킨 그다.

슬럼프 시기에 만들어낸 앨범이 총 3개의 시리즈 앨범으로 구성된 '수면음악 프로젝트'다. 지난 7월 첫 번째 시리즈 '더 슬립(THE SLEEP)'을 시작으로, 8월 '더 드림(THE DREAM)', 10월 '더 타임(THE TIME)'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한 앨범당 10곡씩 총 30곡을 수록했다.

공백 없이 꾸준히 신곡을 선보였던 그지만, 특별히 수면음악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이유, 짧은 기간 내에 30곡을 연이어 선보인 이유가 궁금했다. YTN Star는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Y터뷰] 윤한 "첫 설계한 수면음악에 다양한 피드백…의외의 보람 느꼈죠"

◆ "아내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음악"

'수면음악 프로젝트'의 시작은 아내를 위해서였다. 아이를 유산한 아내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윤한은 아내의 불면증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곡을 쓰게 됐다. 거기서 나아가 앨범을 만들게 된 것. 윤한의 아내는 이 앨범의 디렉터로 이름을 올리며 작업의 시작부터 마무리를 함께 했다.

"아내와 같이 곡 모니터링을 했고, 곡 순서와 제목도 함께 고민했어요. 각 앨범의 주제도 함께 잡았고요. 세 번째 앨범 'THE TIME'은 아내가 프로그램을 만질 줄 알아서 앨범 커버도 만들어줬죠. 여러가지를 같이 한 앨범이에요. 아내이자 기획자로서, 디렉터로서 많은 도움을 줬고, 주고 있죠."

3개의 앨범은 각기 다른 주제를 갖고 있다. 첫 앨범이 수면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두 번째 앨범은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현대인이 겪는 질환에 초점을 맞췄고, 세 번째 앨범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정규보다 EP가 더 많이 선보여지는 시대에 30곡을 작곡할 계획을 세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불면증은 누구나 한 번씩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잖아요. 최대한 많은 곡을 작곡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형식, 박자, 템포로 수면음악을 설계해서 많은 옵션을 주고 싶었어요. 하나쯤 얻어걸릴 수 있게요(웃음). 그러다 보니 30곡 정도가 좋겠다 생각을 했고, 3개의 앨범에 나눠 담았죠."

[Y터뷰] 윤한 "첫 설계한 수면음악에 다양한 피드백…의외의 보람 느꼈죠"

◆ "어려웠던 두 번째 앨범 주제…의사 자문 구하기도"

3달 동안 30곡을 발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면음악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곡 작업 자체 보다는 앨범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대인이 겪는 질환에 초점을 맞춘 두 번째 앨범 'THE DREAM'을 만들 때 그 테마를 놓고 곡 작업을 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음악으로 안정시켜준다면 그게 궁금적으로 좋은 수면을 준다고 생각해서 잡은 주제예요. 정신과 의사에게 자문도 구했는데, 의학적 용어를 이해하고 접목시키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또 실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는 민감한 주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죠."

그런가 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간에는 코로나19에 확진돼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되는 일도 있었다. 두 번째 앨범 'THE DREAM'은 격리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던 지난 8월 19일 세상에 나왔다. 당시 코로나 확진 사실이 YTN Star 보도로 알려져 센터에서 지인들의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덕분에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외롭지 않았어요(웃음). 세 번째 앨범은 당초 계획했던 9월에서 한 달 미뤄졌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30곡을 쓴 게 처음이에요. 격리시설에 있어보니 하루 이틀만 지나도 우울해지는데 이런 감정은 누구든 갖게 될 수 있고, 인간은 궁극적으로 사랑과 의로가 필요하다는 걸 마지막 앨범에 담았죠."

[Y터뷰] 윤한 "첫 설계한 수면음악에 다양한 피드백…의외의 보람 느꼈죠"

◆ "다양한 피드백 기뻐…수면음악 연구 계속해나갈 것"

결과적으로 '수면음악 프로젝트'는 일부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첫 번째 앨범은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대학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에서 수면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음악이 국가의 승인을 받아 처방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매우 의미 있다. 윤한은 임상시험 등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지인들이 '독서할 때 집중이 잘 된다', '명상할 때 도움된다', 반려견도 잘 잔다' 등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 내가 만들어놓은 장치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 기뻐요. 하지만 주관적인 내용이고, 유의미한 수치가 나온다면 논문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수면과 음악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이 많지 않은데, 저는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어나가고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윤한에게도 색다른 도전이었다. 그동안 그의 철학, 가치관 그리고 인생 그 자체를 음악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앨범은 그가 설계한 수면 음악 작곡 기법을 응용해 만든 것. 어쩌면 의도해서 만든 음악도 마음을 편하게 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외였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또 하나.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앨범이기도 했다.

"제 인생에서 결혼만큼 큰 터닝포인트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함께할 가족이 생기니 책임감도 생기고 행복함도 컸고요. 그러면서도 슬럼프였어요. (유산으로) 엔딩이 잘못되니까 힘들었고, 10년 정도 같은 일을 계속했는데 히트곡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내 자신이 힘들 때 만든 곡들이기 때문에 그걸로 사람들이 편해지고 치유받고 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 음악이 가진 힘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슬럼프가 제 음악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사진 = YTN Star 김성현 기자]
[장소제공 = 블루 페이지 라운지 카페]

YTN 강내리 (nrk@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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