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지옥’ 연상호가 쌓고, 유아인이 다듬다… 참신하고 파괴적인 질문

(본 리뷰 기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1~3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참신하고 파괴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제적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언론 시사회를 통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간 ‘돼지의 왕’, ‘사이비’, ‘부산행’ 등을 통해 혼란을 겪는 사회 속의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묵직한 질문을 던져왔던 연상호 감독은 ‘지옥’을 통해 자신이 쌓아 올린 염세적인 세계관의 절정을 보여준다.

특히 연상호 감독이 최근 선보인 영화 ‘염력’, ‘반도’, 드라마 ‘방법’ 등에서 다소 허술한 연출과 자기복제로 팬들의 아쉬움을 샀던 것을 고려한다면, ‘지옥’은 감독이 모든 것을 쏟아 정성스레 빚어냈다고 느껴질 정도다. 연출과 스토리 모두 그간의 실망과 아쉬움이 말끔히 씻겨질 정도로 유려하면서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지옥’이 흥미로운 점은 천국과 대비되는 상상 속의 지옥이 아닌 우리네 삶, 즉 현생의 지옥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데 있다.

감독은 눈에 보이지 않고 실재하는 지조차 알 수 없는 지옥이 실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러한 일말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두려움이 현실로 뿌리내렸을 때, 우리 사회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공포가 모두를 집어삼키며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은 그간 연상호 감독이 보여줬던 어둡고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의 절정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감독이 탄탄하게 만들어낸 현실의 지옥을 더욱 매끄럽게 빚어내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할을 맡은 유아인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특히 유아인은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듯한 연기로 비이성적인 상황에 현실감을 더한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그간 사이비 교주가 다소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면, 정진수라는 역할은 입체적이고 양면적이다. 유아인은 이러한 캐릭터를 영리하게 연기해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 보인다.

여기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어느 날 갑자기 지옥행 선고를 받은 여인 박정자로 변신한 배우 김신록의 연기는 경이로울 정도로 섬세하고 눈부시다. 그는 혼란스럽고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온 몸의 세포를 동원한 것처럼 보인다. 김신록이 보여주는 웃음과 눈물은 ‘지옥’으로의 몰입감을 높이며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감독은 작품 내내 선과 악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그가 던진 강렬하고 파괴적인 메시지는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 그 자체로 변한 배우들을 만나 그 효과를 더한다.

다소간 미흡한 완성도의 CG가 작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지옥’은 그 마저도 상쇄시킬 정도로 짙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지옥’이 올 겨울 가장 많이 회자될 작품이 될 것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YTN 김성현 (jamkim@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