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놀면 뭐하니'라 쓰고 '런닝맨'이라 읽는다

[Y초점] '놀면 뭐하니'라 쓰고 '런닝맨'이라 읽는다

2022.03.21. 오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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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놀면 뭐하니'라 쓰고 '런닝맨'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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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놀면 뭐하니'와 '런닝맨'을 떠올렸을 때 차이점은 분명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와 SBS의 간판이자 장수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그림이 점차 비슷해져가는 모양새다.

당초 두 프로그램의 포맷은 확연히 달랐다. '무한도전' 폐지 이후 방송인 유재석 씨와 김태호 PD의 새 합작으로 '놀면 뭐하니'가 탄생했다. '놀면 뭐하니'는 말 그대로 유재석 씨의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포맷이었다. 프로그램 설명에도 여전히 '유재석이 펼치는 무한확장 유니버스 스토리'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는 많은 것이 변화했다. 우선 김태호 PD가 하차하면서 박창훈 PD가 투입됐다는 점. 또 멤버 구성 역시 유재석 1인 체제가 아닌 이미주 씨, 정준하 씨, 하하 씨, 신봉선 씨가 합류된 5인 체제 변화다. 이는 '놀면 뭐하니'의 방향성을 완전히 틀어놨다.

어느 순간 유재석의 도전기는 사라지고 멤버들간 재밌는 대화를 하고 서로에 대해 집중하는, 단순 토크 형식의 프로그램이 된 것. 더 나아가 혼성 멤버 구성이 되면서 흡사 '런닝맨'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유재석 씨를 중심으로 서로 팀을 나누고 게임을 한다든가 서로의 일상 이야기에 집중하는 등 '런닝맨'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꼬집었다.

특히 '런닝맨'에서 호흡하고 있던 하하 씨도 다시 '무도'에 이어 '놀면 뭐하니' 정식 멤버가 됐다. 방송 시간대와 채널만 다를 뿐 '놀면 뭐하니'만의 정체성이 묻혀지는 모습이다.

이는 시청률 하락세로 완벽히 증명되고 있다. 지난 20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놀면 뭐하니?'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6.6%를 기록했다. 전국 가구 기준으로는 6.2%였다. 지난달 방송분이 최저 7.3%, 최고 8.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또 지난달 26일(8.2%) 이후로는 7.5→7.3→6.2%로 꾸준히 시청률이 하락했다. 물론 낮은 시청률 수치는 아니지만 기존 '놀면 뭐하니'가 전하던 화제성과 명성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Y초점] '놀면 뭐하니'라 쓰고 '런닝맨'이라 읽는다

이와 관련 한 방송 관계자는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의, 유재석으로 인한 1인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의 부캐가 재미 포인트로 다가왔고 중간 중간 보여줬던 음악 예능(환불원정대, MSG워너비)도 결국 유재석의 부캐로 시작된 콘셉트였다"며 "지금은 아니다. 투입된 멤버들도 재미는 있지만 유재석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 '놀면 뭐하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방해하는 듯한 느낌을 줘서 다소 아쉽다"라고 솔직한 평을 내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는 YTN star에 "유재석 씨 정도의 인물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은 PD, 연출자의 위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유재석 씨가 기획적인 부분이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한 쪽에서 원하는 걸로만 가면 이곳저곳 프로그램(유재석 출연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출연자(미주, 신봉선)를 제외하면 무한도전 구성과 비슷하다. 유재석 씨가 가장 쉽게 진행하고 익숙한 그림이 된다. 하하 씨는 '런닝맨', 미주 씨는 '식스센스' 등을 통해 굉장히 겹쳐져 있는 캐릭터이며 타 방송에서도 그 역할들이 이어져 온다. 그렇게 되면 프로그램들마다 변별력이 떨어진다"면서 "이전에는 김태호 PD가 이런 지점을 잘 잡아줬다. 뜬금없는 상황 등 실험적인 게 많았는데 지금 '놀면 뭐하니'는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못내는건지 유재석 씨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달라 진행을 못시키는건지는 알 수 없다. 프로그램 정체성이 불분명해지고 자기 색깔이 없어지는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연출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트렌디한 소재를 그냥 트렌드하게 소비하는 건 의미없다. 비판적이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보며 풍자적으로 풀어낸다거나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연출자 역량인데 그런 의견들이 전혀 없다보니 프로그램이 '유재석'의 색깔에 갇힌 모습이다. 연출자가 목소리를 더 내야하지 않나 싶다"라고 바라봤다.

결국 '놀면 뭐하니'라 쓰고 '런닝맨'이라 읽는 수준까지 온 걸까. 매 회차가 방송될 수록 '놀면 뭐하니'에 대한 비평이 가득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놀면 뭐하니'에 대한 막연한 비판이 아닌 아쉬움과 성장을 위한 채찍으로 보여진다.

[사진제공 = MBC, SBS]

YTN 지승훈 (gsh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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