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앵커’, 관객의 마음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다

[Y리뷰] ‘앵커’, 관객의 마음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다

2022.04.11. 오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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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앵커’, 관객의 마음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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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는 영화의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를 제자리에 정박시키는 닻을 영어로 ‘앵커’라 부른다. 뉴스의 진행자가 닻처럼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앵커’로 불리는 이유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앵커’는 생방송을 앞둔 방송국 간판 앵커 정세라(천우희)에게 자신이 살해될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의문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 뒤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Y리뷰] ‘앵커’, 관객의 마음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다

아쉽게도 영화는 작품의 제목과 달리 관객의 마음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산만하게 부유한다. 지나치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며,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세라는 영화 초반부터 다양한 압박감에 시달린다. 경쟁해야 하는 후배와 자신을 견제하는 선배, 딸의 사회적 성공에 집착하는 엄마와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하는 남편 사이의 갈등까지. 그는 수많은 일들 사이에서 의문의 제보 전화를 받게 되고, 한 모녀의 죽음과 마주한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앵커로서의 명성도 지키려는 그는 계속되는 환영과 복잡하게 얽힌 것처럼 보이는 사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그렇게 세라는 점차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앵커’는 ‘봄에 피어나다’ ‘숭고한 방학’ ‘나는 곤경에 처했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제 난 용감해질 거야’ ‘소년병’ ‘감기’ 등 다수 독립영화를 연출한 정지연 감독의 입봉작으로 연출과 각본 모두 그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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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여러 정신분석학 이론과 실제 뉴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앵커’를 제작한 것처럼 보인다.

엄마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모녀 관계에서 나오는 집착적인 모습과 비뚤어진 모성애, 결국 서로의 욕망을 욕망하는 뒤틀린 관계.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비판부터 ‘동반자살’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의 모순성과 그 무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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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영화를 통해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이를 위해 여러 장치를 동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빛(조명)과 거울이다. 이 둘은 포스터를 비롯해 영화 내내 노골적일 정도로 계속해서 활용된다.

특히 작품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등장하는 거울은 프랑스의 정신분석자 라깡의 거울단계를 떠오르게 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지만, 사실 거울을 통해 비친 겉모습은 실제와는 다른 허구이기 때문에 분열과 욕망의 시작이라는 거울단계는 영화의 줄거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세라와 그의 엄마 소정(이혜영) 모두 결핍 속에서 끊임없이 욕망하고 분열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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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결국 거울이 깨진 후에야 마침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기에 빛과 어둠을 나눠 인물들의 양가적인 심리 상태를 조명하는 연출 또한 끊임없이 반복된다. 명암은 상대성을 부여하고 빛과 그 뒤의 그림자는 인물의 심리를 표현한다. 영화는 111분 내내 마치 라깡의 이론과 여러가지 사회적 메시지를 한 편의 영상으로 풀어내려는 ‘실험’처럼 보인다.

이처럼 다소 산만한 영화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천우희 씨와 이혜영 씨의 고군분투다.

특히 천우희 씨는 언제나처럼 캐릭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낸다. 성공을 향한 강박과 그 사이 불안, 이후 점차 쇠약해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천우희는 천의 얼굴’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이혜영 씨 역시 특유의 날카로운 아우라 속에 무서울 정도로 히스테릭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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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 속에 철학적이고 시사적인 메시지를 모두 담으려고 했던 시도가 다소 과하고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정지연 감독 연출·각본.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4월 20일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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