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김지훈 감독, '니 부모 얼굴' 日 원작자 선택 받은 이유 (종합)

[Y터뷰] 김지훈 감독, '니 부모 얼굴' 日 원작자 선택 받은 이유 (종합)

2022.04.2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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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김지훈 감독, '니 부모 얼굴' 日 원작자 선택 받은 이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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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희곡을 한국적으로 재탄생시킨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크랭크업 한 지 5년 만에 관객들을 만났다. 출연 배우들의 사생활 문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거듭 개봉이 미뤄졌지만 김지훈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원작 연극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가해자 부모들의 시선에서 그려내는 차별화된 시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지훈 감독은 영화 개봉에 앞서 진행된 YTN Star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 자체가 겁이 나고 두렵다"면서도 "아픈 아이들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창구가 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기도 하다"라고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일본 희곡을 처음 접한 건 10여 년 전. 김지훈 감독이 처음 공감을 느낀 정서는 단연 분노였다. 감독은 "아이의 영혼이 무너지는 순간들에 분노가 차올랐다. 그 분노가 연극을 영화로 재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며 "그 분노가 아직 영감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영화를 찍고 나면 해소될 줄 알았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Y터뷰] 김지훈 감독, '니 부모 얼굴' 日 원작자 선택 받은 이유 (종합)

하타사와 세이고 작가가 집필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과거 '제2의 도가니'라고 일컬어질 만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희곡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영화화 제안을 많이 받았으나 단 한번도 성사되지 않았던 작품을 김지훈 감독이 연출할 수 있었던 데엔 감독의 전작이 큰 영향을 끼쳤다.

김지훈 감독은 "당시 영화화 제안을 드렸을 때, 세이고 작가님께서 제가 연출한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시고 마음을 움직이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어 "이에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며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작가님은 원작의 내용을 신경 쓰지 말고 한 아이의 아픔을 전달해달라고만 하셨다. 그게 저에게 하나의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원작의 토대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김지훈 감독은 극중 부모들의 직업에 손을 댔고 한국적 정서를 가미했다. 감독은 "시간과 공간의 확장에 주안점을 두고 이야기의 얼개를 풀어 나갔다"며 "원작의 힘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쓰인 참신함이었다. 가해자의 시선이나 마음에 공감하기 어려워 그 시선을 캐치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가해자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스스로 밟으며 이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그게 우리 작품의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까지 5년이 걸렸다. 원작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플래시백을 없애는 시도에 가장 공을 들였다. 김지훈 감독은 "폭력의 연속성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들의 폭력 세계가 어른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부분을 브리지로 만들고 싶었다"며 "강호창(설경구)이 아이들의 학교 폭력 사건을 핸들링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아이처럼 왕따가 되는, 그 소외되는 과정에 입체성을 더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Y터뷰] 김지훈 감독, '니 부모 얼굴' 日 원작자 선택 받은 이유 (종합)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학부모이기도 한 김지훈 감독은 "원작을 접하기 전엔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될까 봐 걱정하며 살았다면, 원작을 접하고 나서는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많이 느껴졌다"며 "영화를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가해자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가해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지, 그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가해를 하는지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게 힘들었고 지옥 같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서사상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에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김지훈 감독은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연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전달해야 하는 것이 연출자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건우를 아프게 해야만 관객들이 느낄 수 있을 거라 봤다"며 "그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의 부모님들을 모셔서 제가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은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참 마음이 아픈 촬영이었다"고 토로했다.

[Y터뷰] 김지훈 감독, '니 부모 얼굴' 日 원작자 선택 받은 이유 (종합)

시나리오를 완성하기까지 5년, 이후 투자사를 얻기 위해 시나리오를 돌릴 적만 해도 제작 여부가 불투명했다. 김지훈 감독은 "투자사를 많이 옮겨 다녀야 했다. 보통 피해자에 감정이입 해 정의를 세우고 책임을 묻는 이야기, 가해자를 처벌하는 이야기에 많이들 이끌리기 때문"이라며 "투자나 흥행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한 채 영화에 뛰어들었다. 사람마다 서사의 방식은 다르기 마련이나 이는 개인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라 판단했고, 어려운 환경에도 이 영화를 붙잡고 싶었다"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게 어렵사리 만든 영화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또 어언 5년이 지났다. 김지훈 감독은 소중히 만든 작품이 여섯 번이나 개봉일이 연기되자 감독으로서의 생명력이 소멸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계속 숨을 쉴 수 있었던 건 극중 피해자인 건우의 아픔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김지훈 감독은 "건우라는 아이의 마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그 아이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같이 아파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잔잔한 불씨처럼 남아있었다"며 "제 노력의 결실이 이뤄져 감회가 새롭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오는 27일 개봉된다.

[사진=마인드마크]

YTN 이유나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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