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첫 영화로 아카데미 입성… 박유림, 연기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종합)

[Y터뷰] 첫 영화로 아카데미 입성… 박유림, 연기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종합)

2022.04.24. 오전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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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첫 영화로 아카데미 입성… 박유림, 연기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종합)
배우 박유림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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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4개월이 지났지만 뜨거운 입소문 속에 상영을 이어가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가 있다. 일본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이야기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전 세계 영화제에서 73개 상을 수상하고 95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해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고, 제74회 칸영화제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의 쾌거를 이루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영화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그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만나 삶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출력을 자랑하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특유의 매력이 한껏 담긴 작품이다.

관객을 향해 손을 내미는 듯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은 이번 영화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이 가운데 ‘드라이브 마이 카’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은 낯선 얼굴의 한국 배우 박유림 씨다. 그는 언어장애가 있어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해 수어를 사용하는 연극배우 이유나 역할을 맡았다.

수어로 연기하는 탓에 관객은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배우의 목소리를 한마디도 들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강렬한 눈빛과 단단한 아우라로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차분하고 나즈막하지만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짙은 농도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다소간 경이롭다는 감정마저 떠오른다.

지난 2017년 tvN 드라마 스테이지 '낫 플레이드'로 데뷔한 박유림 씨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연기 인생의 첫 영화 데뷔작이다. 그간 '추리의 여왕' 시즌2' '제3의 매력' '블랙독' 등 여러 드라마에서 조·단역으로 활동해왔지만, 첫 영화로 아카데미에 입성하며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

YTN star는 지난 19일 배우 박유림 씨와 인터뷰를 갖고 ‘드라이브 마이 카’와 관련된 이야기를 비롯해 그가 생각하는 연기와 배우의 삶 등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영화 오디션을 위해 인터넷으로 수어를 독학했다는 박유림 씨는 화상을 통한 1차 비대면 오디션을 통과한 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서울에서 대면했다.

그와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박유림 씨는 “감독님이 배우 박유림보다는 인간 박유림을 궁금해하시는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감독님은 제가 누구인지, 평상시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투를 가진 사람인지 많이 보셨던 것 같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 ‘방패 없이’ 하마구치 감독 앞에 선 그는 이유나로 발탁됐다. 이에 박유림 씨는 “사실 저도 감독님이 저를 선택하신 이유가 굉장히 궁금했지만, 마지막까지 여쭤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정해진 답이 없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 역시 관객에 따라 무엇이든 정답이 되는 작품이었다. 감독님이 저에게서 극 중 유나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신 것 아닐까 싶어 스스로를 믿고 작품에 임했다”라고 웃어 보였다.

하마구치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극 중 연극배우 이유나가 소냐를 완벽하게 연기했듯, 박유림은 이유나 그 자체가 된 듯한 모습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독은 촬영 마지막 날 활짝 웃으며 “유림을 캐스팅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는 인사로 박유림 씨의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그는 “감독님은 제가 카메라 앞에서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주셨다. 느낀 것을 확신하고, 연기로 표현할 수 있도록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신 것 같다”라고 화답했다.

상처받은 모든 이들을 위한 나지막한 위로를 건네는 ‘드라이브 마이 카’가 박유림 씨에게는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영화 촬영 전까지를 ‘죽어 있는 시간’이라고 표현한 그는 당시 ‘드라이브 마이 카’를 마지막으로 연기를 그만둘 생각도 했었다고 밝혔다. 박유림 씨는 “시간을 팔 수 있다면 팔고 싶을 정도로 의미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저 자신을 잃어버린 시간들이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에게 희망을 주었듯, 그 역시 작품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됐다. 박유림 씨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제 인생에 들어왔고, 저를 움직이게 했다. 작품을 하며 용기를 얻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라며 “이 영화를 통해 딛고 일어설 힘을 얻게 됐고, 새로운 꿈과 목표가 생겼다”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인터뷰 말미 ‘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박유림 씨는 ‘자아’라고 답했다. 작품을 통해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았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며 돌볼 수 있게 됐다는 것.

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구하며 자기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그는 누구보다 배우라는 옷이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또 다른 연기를 선보일 그의 모습은 어떤 색깔일까? 박유림 씨의 여정은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YTN 김성현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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