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유퀴즈' 사태, 누가 유재석을 희생양 삼으려 하나

[Y초점] '유퀴즈' 사태, 누가 유재석을 희생양 삼으려 하나

2022.04.28. 오전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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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지석진 씨는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그의 오랜 지기인 유재석 씨를 향해 “유느님 부담스럽지 않니?”라고 물었다. 농담처럼 던진 이 가벼운 질문은 누구나 유재석 씨에게 묻고 싶었지만 물어보지 못하고 있던 것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실제로 유재석 씨는 지난 수년간 ‘유느님’, ‘국민 MC’라는, 그동안 그 어떤 예능인도 가져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그만큼 국민들의 유재석 씨를 향한 호감도와 신뢰도가 높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호감도가 쌓이고 쌓여 개그맨이자 예능인인 그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을 묻는 조사에서 2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런 여러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 씨가 결코 ‘신성불가침’의 영역일 수는 없다. 그의 행실에 만약 잘못이 있다면 마땅히 비판 받아야 하고 그가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시청률 혹은 화제성이 떨어지면 이에 대한 날선 의견도 감수해야 한다. ‘누가 감히 유재석을 건드리느냐’는 말은 농담으로 할 수는 있어도 민주사회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명제다.





그럼에도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두고 오가는 여러 의견에 유재석 씨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지극히 불필요하고 논리적으로 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정치권이 쏘아올린 ‘오발탄’에 유재석 씨가 피 플리는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이치에 맞는 것인가.

시작은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에서 시작됐다. 지난 13일 ‘유퀴즈’ 녹화에 윤 당선인이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 게시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정치가 예능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견, 당선인이 국민들과 예능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이에 더해 그동안 소시민들의 일상을 조명해 오던 ‘유퀴즈’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다.

정작 본 방송이 송출되자 사태는 더욱 점입가경이 되었다. 경호처 직원들이 ‘유퀴즈’ 촬영장을 에워싼 모습에 긴장한 유재석, 조세호 씨의 표정이 ‘윤 당선인의 출연을 불쾌해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되었고 불똥은 유재석 씨가 윤 당선인의 출연을 사전에 알았는지의 여부로 튀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총리, 이재명 전 경기도 지사 등 정치권 인사들이 출연이 불발되고 윤 당선인의 출연이 성사된 상황을 두고 각계 인사들이 온갖 말들을 쏟아냈다. 그 와중에 CJ 측은 정치권에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진행자가 불편해한다”는 불필요한 말로 고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유재석 씨가 ‘유퀴즈’ 출연자를 선정하는 전권을 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말들을 뱉고 다닌 것이다.

작금의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윤 당선인의 출연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안 되고 윤 당선인은 출연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다. 그리고 이걸 밝히는 것은 CJ여야 마땅하다. 아무리 유재석 씨가 ‘국민 MC’이고 ‘유느님’이라고 불려도 그는 다른 예능인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일개 ‘예능인’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민생을 챙기고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정치권 인사들이 유재석 씨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국민 MC이니 그가 직접 답하라’고 생떼를 쓴다. ‘국민 MC’도 어쩔 수 없는 연예인이고, ‘결국 만만한 것이 연예인이구나’ 싶다.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데이브 샤펠은 마크 트웨인 유머상을 수상하면서 “이 나라의 어떤 의견도 코미디 클럽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이 없다. 여러분 각자에게 챔피언이 있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들(코미디언)에게 화내지 말고 그들을 증오하지도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데이브 샤펠의 말처럼 개그맨들은 그동안 정치인들보다 더 많이 국민들과 함께 하며 제 몸을 불살라 웃음을 선사했다. 유재석 씨 역시 오랜 무명 기간을 거쳐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국민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런 그가 때 아닌 정치권의 오발탄에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싸우는 방식도 틀렸고 싸워야 할 상대도 잘못 골랐다. 그래서 이 사태가 더욱 황당하다. ‘관대함’은 사라지고 ‘불편함’만 남았다. 정치권의 갈라치기가 유재석 씨와 대중 사이를 기어이 갈라놓고 마는 것인가.

[사진제공=OSEN, tvN]

YTN star 곽현수 (abroad@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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