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th 칸은 지금] 8분간의 기립박수… 박찬욱 ‘헤어질 결심’, 칸을 뒤집다

[75th 칸은 지금] 8분간의 기립박수… 박찬욱 ‘헤어질 결심’, 칸을 뒤집다

2022.05.24. 오전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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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배우 탕웨이, 감독 박찬욱, 배우 박해일 ⓒ전용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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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마침내 공개됐다.

23일 오후 6시(이하 현지 시각) 프랑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해일, 탕웨이가 모습을 비췄다. ‘헌트’로 감독 데뷔전을 치룬 배우 이정재도 레드카펫을 밟았다. 전 세계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 사이로 이들은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뤼미에르 대극장은 ‘헤어질 결심’에 대한 열기로 달아올랐다.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감을 증명하듯 박찬욱 감독과 영화의 주역인 박해일과 탕웨이가 모습을 비추는 순간부터 극장 안 관객들은 모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약 2시간에 달하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기립박수는 약 8분간 쏟아졌다.

주연 배우들을 비롯해 현장에 동석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포옹을 마친 박찬욱 감독은 “감사합니다. 이렇게 길고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관객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열연을 펼친 배우 박해일, 탕웨이, 정서경 작가 등을 소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이들에게 돌렸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멜로극이다.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사망자의 아내와 그리고 사건 담당 형사 사이 미묘한 관계 변화가 영화의 주요 볼거리다.

매 작품 독보적인 미장센과 대체할 수 없는 연출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자신의 장기를 뽐냈다. 영화는 끊임없이 언어가 가진 이중성을 활용해 주인공들의 마음을 전달하거나, 파란색과 초록색, 노란색과 빨간색 등 원색의 오브제를 이용해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심리를 대변한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박 감독은 칸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간 저는 로맨스 영화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늘 제 영화의 대부분이 로맨틱 코미디라고 얘기한다”라며 ‘헤어질 결심’의 경우 로맨스가 더욱 전면에 드러나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저의 전작들에 비하면 자극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심심하다’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저의 이전 영화들은 잊고 봐주시면 좋겠다”라면서도 “일반적인 영화라고 치면 그렇게 심심하지는 않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헤어질 결심’은 통속적이고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그의 작품은 주인공 해준의 표현처럼 ‘기품있고 우아한’ 모습을 띈 완벽한 멜로영화라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특히 같은 대상을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박찬욱 특유의 장기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돼 기묘하고 기이한 방법으로 사랑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이야기 속에는 여전히 유려하고 세련된 그의 연출 스타일까지 느껴지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간 인간의 죄의식과 사람들 사이의 사랑 등 원초적인 감정을 강렬하고 압도적으로 그리며 관객들 사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던 그의 전작을 생각하면, 이번 그의 작품은 다소간 ‘순한 맛’에 가깝다.

그러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박찬욱의 세계를 다시 한 번 확장하고, 관습은 ‘붕괴’시킨다. 사랑의 형태와 관계의 정의를 누구보다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인들을 매료시킨 ‘헤어질 결심’은 오는 28일 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 여부가 판가름 난다. 영화의 한국 개봉은 오는 6월 29일이다.

[프랑스 칸 = 김성현 기자]

YTN 김성현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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