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th 칸에 가다] 미리 본 ‘헤어질 결심’… 박찬욱의 기묘한 사랑이야기

[75th 칸에 가다] 미리 본 ‘헤어질 결심’… 박찬욱의 기묘한 사랑이야기

2022.05.25.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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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th 칸에 가다] 미리 본 ‘헤어질 결심’… 박찬욱의 기묘한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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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 간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고, 영화 상영 직후 프랑스 칸 현지는 하루 종일 박찬욱의 이야기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6시(이하 현지 시각)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마침내 전 세계 관객 앞에 첫 선을 보였다. 프랑스 현지에서 칸 국제영화제를 취재하고 있는 YTN star 역시 이날 영화를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멜로극이다.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사망자의 아내와 그리고 사건 담당 형사 사이 미묘한 관계 변화가 영화의 주요 볼거리다.

[75th 칸에 가다] 미리 본 ‘헤어질 결심’… 박찬욱의 기묘한 사랑이야기

그간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욕망과 원초적인 감정을 강렬하고 독보적인 미장센으로 연출해왔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다.

해준과 서래의 관계는 의심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의심의 씨앗은 되려 관심으로 바뀌고 점차 설렘으로 변화한다. 영화 속 표현을 빌리자면 설렘이 호감을 넘어 사랑으로 자라나는 과정은 마치 파도가 덮치는 것처럼 순식간인 것 같기도 하며, 물 속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감정처럼 영화 역시 관객에게 유사한 모양새로 다가온다.

[75th 칸에 가다] 미리 본 ‘헤어질 결심’… 박찬욱의 기묘한 사랑이야기

때로는 휘몰아치지만 때로는 고요하게 관객들의 마음에 조금씩 젖어 든다. 그간의 박찬욱 감독 작품에 익숙했던 관객이라면 되려 낯선 감정을 느낄 것이고, 그의 작품이 낯설었던 이들은 오히려 편하게 바라볼 수 있다.

독창적이면서도 세련되고 섬세한 ‘미장센 장인’ 답게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도 시각, 청각 그리고 언어까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특히 영화의 주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안개’는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동시에 정훈희와 송창식이 노래한 ‘안개’를 통해 청각적으로 관객의 마음에 안착하며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75th 칸에 가다] 미리 본 ‘헤어질 결심’… 박찬욱의 기묘한 사랑이야기

같은 것을 다른 각도로 응시하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시선이 사랑으로 향한다는 점 또한 신선하다.

남편을 잃은 여인을 두고 ‘참 공교롭네’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참 불쌍하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헤어질 결심’ 속 사랑은 누군가에게는 기묘하고 기이하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아름답고 절절하게 느껴질 것이다.

박찬욱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 지난 영화들에서 만들어진 관습과 규범을 ‘붕괴’시킨다. ‘꼿꼿하게’ 자신의 집념으로 영화를 만들어낸 그가 창조해온 세계관은 ‘마침내’ 다시 한 번 확장하며 그의 필모그래피 속 유의미한 족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욱 감독 연출.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고경표, 박용우 등 출연. 6월 29일 개봉.

[프랑스 칸 = 김성현 기자]

YTN 김성현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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