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th 칸 폐막] 박찬욱∙송강호, 경쟁 부문 나란히 수상... 韓 영화사 최초(종합)

한국 작품과 한국 배우를 빼놓고 영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된 분위기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는 문자 그대로 한국 영화의 축제였다.

28일 오후 8시 30분 (현지 시각) 프랑스 칸 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의 폐막식이 열렸다. 지난 12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날 폐막식에서 배우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서 2개 부문을 나란히 수상한 것은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이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로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영화 ‘박쥐’로 제6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영화 ‘아가씨’로는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바 있다. 그는 ‘헤어질 결심’으로 세 번째 칸 트로피를 거머쥐며 다시 한 번 국제적인 거장임을 인정받았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AP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기생충’, ‘비상선언’을 통해 이미 여섯 번 칸 레드카펫을 밟고,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던 송강호 역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새로운 전성기의 문을 활짝 열었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섯 편의 한국 작품이 칸의 초청을 받으며 ‘기생충’ 이후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브로커'의 배우 송강호 ⓒAP

지난 19일 자정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는 칸 영화제의 흥행을 선도했다. 뒤이어 세련되고 독창적인 미장센으로 정평이 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평단의 극찬을 속에 외신의 하이라이트를 받았다. 또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 역시 따뜻한 이야기로 전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정주리 감독 연출, 배두나∙김시은 주연의 ‘다음 소희’나 단편경쟁 부문에 진출한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 또한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힘을 증명했다.

칸 영화제 기간 내내 한국 영화의 낭보가 연달아 전해지며, ‘기생충’ 이후 다시 한 번 한국 영화 신드롬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감독 박찬욱,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 ⓒ김성현 기자

한편 이번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Close)와 클레어 드니 감독의 '스타스 앳 눈'(Stars at noon)이 공동 수상했다. 각본상은 타릭 살레 감독의 '보이 프롬 헤븐'(Boy from Heaven)에 돌아갔고, 최우수여자배우상은 '홀리 스파이더'(Holy Spider)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가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펠릭스 반 그뢰닝엔·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의 '디 에이트 마운틴스'(The Eight Mountains)와 제르지 스콜리모우스키 감독의 'EO'가 공동 수상했다.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토리와 로키타'(Tori et Lokita)의 다르덴 형제 감독은 75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단편 황금종려상은 지안잉 첸 감독의 '더 워터 머머스'(The Water Murmurs)가 받았다.

[프랑스 칸 = 김성현 기자]

YTN 김성현 (jamkim@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