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송강호가 하드캐리한 '브로커', 의외의 결말이 인상적

[Y리뷰] 송강호가 하드캐리한 '브로커', 의외의 결말이 인상적

2022.05.31. 오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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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아이를 버리고 누군가는 그 아이로 이익을 취하며 누군가는 이들을 추적한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가 전작에서 선보였던 종류의 충격은 존재하지 않지만, 거장의 첫 한국영화 진출작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의미로 자리매김한다. 무엇보다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송강호의 특기가 129분 동안 펼쳐진다는 점에서 반가움을 자아낸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는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버린 여자 소영(이지은), 베이비 박스에서 아기를 꺼내와 새로운 부모를 찾아준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 그리고 이들이 아기를 판매하는 현장을 덮치기 위해 조용히 그 뒤를 추적하는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가 등장한다.


영화는 비가 세차게 내리는 어느날 밤, 소영이 베이비 박스에 자신의 아들 우성을 두고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베이비 박스에서 인신매매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후배 이형사와 함께 잠복 수사 중이던 수진은 아이를 두고 가는 소영을 목격하지만 "책임을 못질 거면 낳지 말았어야지"라는 차가운 한마디만을 읊조릴 뿐, 찬바닥에 뉘여진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넣어주며 씁쓸해한다.

베이비 박스에 도착한 우성은 상현과 동수에 의해 빼돌려진다. 이들은 아기를 원하는 부부에게 우성을 데려다주기 위해 채비를 하지만, 다음날 소영이 우성을 찾아 시설에 되돌아오자 모든 상황을 밝히고 천만원을 삼등분하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불신하던 소영도 이들이 우성에게 제대로 된 부모를 찾아주길 바라며 동참한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예기치 못한 여정을 함께 하게 된 이들은 점차 서로에 대해 하나둘 알게 되면서 미묘한 감정의 파동을 느끼게 된다.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따스하게 비추고 이들의 관계성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물들이 서로 일상을 나누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한 연출력으로 표현하고,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전세계 관객들에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러한 감독의 능력은 '브로커'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현실적이면서도 암담한 환경에 놓인 소영과 상현, 동수가 서로를 만나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게 펼쳐낸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감성적인 장면이 돌출하고는 한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만큼 몇몇 대사나 인물들의 행동이 일본식으로 느껴져 부자연스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석되지 않을 장점이 더욱 뚜렷한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색채가 가장 묻어나는 부분은 단연 엔딩 장면이다. 상현 역의 송강호 씨가 언급한 것처럼 '브로커'는 초반 아기 우성의 귀여운 모습을 클로즈업해 따뜻한 인류애를 심어주는 것으로 전개를 시작하고는, 인물과 인물 간의 따스한 서사를 길게 풀어내다가 냉정한 현실을 반영한 의외의 결말로 극을 마무리짓는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영화의 마지막 10분 동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생명에 대한 인류애를 다뤘다고 하나 그다지 깊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감독은 생명을 둘러싼 주제를 두고 엄격한 비판의 화살이 어머니를 향해 있다는 점을 통감하여, 고질적인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으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를 엮는 것만으로는 그 부분을 채우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주연 배우 송강호 씨의 연기가 극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듯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전 송강호 씨가 베이비박스에 있는 아이를 안아들고 굉장히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떠올랐다. 선악이 혼재된 존재로서의 송강호 씨가 영화의 출발점이었다"라고 말한 만큼 송강호 씨가 연기한 상현은 이전에 우리가 여러 작품에서 봐온 송강호 씨의 모습이 많이 묻어나는 캐릭터다. 송강호 씨는 다시 한번 자신의 특장점을 관객들에게 선보였고,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러닝타임 129분, 12세 관람가, 6월 8일 개봉.

[사진=영화사 집/CJ ENM]

YTN 이유나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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