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女신서유기#30초낙오#김피탕...PD가 밝힌 '지락실'의 모든 것

[Y메이커①] #女신서유기#30초낙오#김피탕...PD가 밝힌 '지락실'의 모든 것

2022.07.29.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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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대 교체] 메이커, tvN '뿅뿅 지구오락실' 박현용 PD입니다.

“저희가 어디 가서 게으르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데…”

나영석 PD와 함께 tvN ‘뿅뿅 오락실’을 공동 연출하고 있는 박현용 PD가 먼산을 바라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출연진 4인방(개그우먼 이은지, 오마이걸 미미, 래퍼 이영지, 아이브 안유진)의 때아닌 질타에 당혹스러웠던 때가 떠오른 모양이다.

지난달 24일 방송을 시작한 '뿅뿅 지구오락실'은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뭉친 4명의 용사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1박2일’과 ‘신서유기’의 계보를 잇는 ‘나영석 사단’의 새로운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형식만 보면 ‘신서유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이 프로그램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하나. 바로 새로운 출연진이다.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씨로 구성된 새 크루는 종전 프로그램과 똑같은 상황과 미션이 주어져도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낸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일 때도 쉴 새 없이 제작진에 게임을 요구한다.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지친다며 다음 미션을 재촉하고, 제작진의 실수에 가차없이 “땡!”을 외친다. 웬만한 게임은 예사로 통과해 제작진이 긴급회의에 돌입하게 만들고, 급기야 “영석이 형, 지금 몇 년 차인데 그러시냐”라며 ‘역꼰대’ 발언으로 제작진을 쩔쩔매게 만든다.

박현용 PD는 첫 촬영부터 저 세상 텐션을 보여준 이들의 젊은 에너지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고. 이후 열흘 간의 태국 로케이션 기간에도 제작진의 예상을 뒤엎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박 PD는 출연진에게 '나태하다'는 질타를 받았던 때를 연출 인생에서 가장 난감했던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또한 박 PD는 이것이 익숙한 틀을 벗어나게 하는 ‘긍정적인 자극'이라고 느꼈다. 그의 직감대로, 제작진이 돌발 상황에 흘린 진땀이 모여 변화로 나아가는 새로운 물길이 됐다. 자칫 ‘여자판 신서유기’에 그칠 수 있었던 이 기획은, 단 하나의 변수로 ‘자가 복제’의 한계를 뛰어 넘는 연출의 힘을 보여줬다.

Q. '뿅뿅 지구오락실'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요?
박현용 PD(이하 박) : 새로운 크루와 여러 나라를 누비며 게임을 하는, 우리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여러 키워드를 생각했어요. #지구 #세계 #오락실 같은 키워드와 수만 가지 가제가 나왔죠. 나영석 PD님, 이우정 작가님과 오랜 회의를 하다가 ‘지구오락실’을 무심코 던졌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근데 레트로 무드가 강해서, 이 작가님이 앞에 ‘뿅뿅’을 넣자는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뿅뿅 지구오락실로 하게 됐죠.

Q. ‘금광을 캤다’라고 표현할 만큼 굉장한 예능 크루가 나타났습니다. 이 조합은 어떻게 꾸려졌나요?
박 :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합이 좋아서 진짜 많이 놀랐어요. MZ세대들이 유튜브에서 많이 활약하고 있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한 예능은 tvN에 없는 거 같아서 한번 해보자 싶었어요. 그 대표 주자들을 열심히 조사해 봤죠. 영지 씨는 워낙 그 세대의 아이콘이고 에너제틱한 모습이 있어서 섭외를 했고, 유진 씨는 예능에 출연한 모습을 보니까 활기 넘치고 재미있어서 같이 해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은지 씨는 유튜브 ‘피식대학’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코빅’ 연출하는 제 동기 남경모 PD가 추천을 정말 많이 했어요. 야외 버라이어티 해보면 잘 할 거 같다고 늘 말해서 같이 해보고 싶었죠. 그리고 제 아내가 유튜브에서 ‘밈피디’ 채널을 자주 보는데, 무대 위 모습과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몰라봤어요. 나중에 오마이걸 미미라고 해서 놀랐죠. 미미 씨의 리얼한 모습이 좋았어요. 열흘 간 해외에서 촬영을 하면 가식으로는 버틸 수 없거든요. 정말 자기 모습을 내놓는 사람이 필요한데, 미미 씨가 그랬죠.

Q. 멤버들은 제작진이 생각한 그대로였나요?
박 : 전부 생각이랑 달랐어요. 의외의 매력을 드러냈죠. 영지 씨는 생각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였어요. 긍정적이고 정말 똑똑한 친구고,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진 씨는 이력을 보고 예상하는 이미지가 다들 있을텐데, 그 이상의 ‘은은한 광기’가 있달까, 강한 언니들 사이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더라고요. 레트로 음악 퀴즈 할 때 뜬금없는 ‘엔딩요정’ 활약도 그렇고, 유진 씨는 갈수록 더 웃겨요. 시청자도 놀라실 거예요. 미미 씨도 제가 생각한 거보다 더 털털하고, 더 리얼했어요. 특히 예의 바르고, 사람 배려하는 모습이 좋아서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 섭외였어요. 은지 씨는 예능인이 혼자라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 안에서 각자 캐릭터를 잡아주고 그 캐릭터의 어떤 부분이 도드라지고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지 짚어주는 역할이 탁월했죠. 장수하는 예능인이 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동생들을 잘 이끌어주고 얘기도 잘 받아주고 언니로서 역할도 잘 해줬고요. 영지 씨가 방송에서 ‘김피탕(김치피자탕수육)’ 같은 조합이라고 하잖아요(웃음). 섭외를 하고 보니 서로가 만난 적이 없고 정말 김피탕처럼 생소한 조합이었죠. 다들 초면이라 걱정했는데, 긴 촬영 기간 동안 한 번도 잡음이나 트러블이 없었어요. 기대한 것의 수만 배 이상 잘해줬어요.

Q. 첫 촬영지를 태국으로 정한 이유는?
박 : 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나라가 어디일까 하다가 태국이 떠올랐어요. 코사무이 같은 해변도 있고, 방콕이라는 대도시도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죠. 나중에 정글로도 들어갑니다. 특히 음식이 맛있는 곳이 많은데, 저희 게임에서 음식이 중요하거든요. 하하. 맛있는 음식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다양하게 낼 수 있는 곳이라 태국으로 갔습니다.

Q. ‘여자판 신서유기’가 시작점이었을 거 같은데요.
박 : 팬들은 알고 계실 텐데, 저희 팀 작업실 벽에 기획안이 많이 붙어 있어요. 그 중에 ‘신서유기 여자 크루들과 하고 싶다’라는 기획도 있었는데, 다행히 섭외가 잘 돼서 진행할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성별’보다는 ‘세대’에 주목하려고 했어요. 젊고 새로운 크루와 더욱 다이내믹한 촬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좀 민망한 얘기지만, 다르게 하려고 노력도 했거든요. 하지만 같은 제작진이기도 하고, 게임도 편집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저는 버라이어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멤버십’인 거 같아요. 멤버들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이전과 전혀 다르니 결국 스토리도 달라지더라고요. 제작진이 계속 역전당하고, 따라가지 못하고. 이 친구들은 너무 잘하고, 모여서 자체 콘텐츠도 찍고, 전혀 쉬지 않고. 그렇게 요즘 세대다운 순간들이 쌓여서, 이전에 없던 관전 포인트가 된 거 같아요. ‘신서유기’는 좀더 가족적이라면, ‘지구오락실’은 친구 같은 바이브예요. ‘신서유기’가 워낙 함께 한지 오래됐고 서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가족애가 느껴진다면, ‘지구오락실’은 놀러 온 여고생들이나 MT 간 대학생들 느낌이죠.

Q. 낙오 미션을 너무 쉽게 해결했어요. 혹시 제작진의 큰 그림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박 : 저희가 반전까지 계산해서 큰 그림 그릴 정도로 영민하지 못해요(웃음). 낙오 미션은 꽤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한 번에 찾을 줄은 몰랐거든요. 시뮬레이션도 해봤는데, 해외에서 한 번에 내가 탈 지하철을 찾고, 환승하고, 출구를 찾고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그 중에 하나만 실수해도 제 시간에 못 오는데 너무 순탄하게 와버렸죠. 다음 시즌에는 난이도를 업그레이드 해 볼 계획입니다. 하하.

Q. 리얼 버라이어티는 돌발 상황이 많죠. 당황스러울 때도 있겠어요.
박 : ‘지구오락실’ 친구들이 게임 없냐고 재촉했을 때 많이 당황했던 거 같아요. 하하. 첫 촬영도 당혹스러움이 있었죠. 시청자들이 ‘첫 만남에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하던데, 저희도 첫 만남부터 그렇게 좋은 텐션이 나올 줄 몰랐어요. 20년 차 카메라 감독님들이 ‘첫 만남 촬영이 이렇게 웃긴 거 처음이다’, ‘최근에 찍은 것 중에 가장 재밌었다’고 하더라고요.

Q. ‘대박’ 느낌이 왔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박 : 부끄럽지만, 그런 느낌이 왔어요. 그래서 제작발표회 때 자신 있게 말씀드린 거 같아요. 촬영도 너무 재미있어서 시청자들이 요즘 예능의 기강을 잡을 수 있는 친구들이 나타났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여러 선배들이 ‘너무 뉴페이스들만 모인 것 아니냐’고 걱정도 하셨어요. ‘익숙한 인물도 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도 해 주셨고요.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아예 새롭게 하자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했던 거 같아요.

Q. 돌발상황들이 주는 재미가 크지만, 그만큼 제작진의 대처력도 많이 필요할 듯해요.
박 : 저는 대처력이 없는 편이고, 나영석 PD님과 이우정 작가님이 계시니까요. 하하. 항상 맞는 선택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때 그때 ‘실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무엇이 현명한 방법일까’ 고민하죠. ‘꽃보다 청춘’이나 ‘스페인 하숙’처럼 다큐에 가까운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선택에 맡기는 상황도 많아요. 무리하면 항상 사고가 나더라고요. 중용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신서유기’ 때는 출연진 위에 나는 제작진 느낌이었는데, 전세가 역전됐어요.
박 : 우리가 어디서 게으르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출연진에게 나태하다는 말을 들을 줄은 생각도 못했죠(웃음). ‘신서유기’는 멤버들이 서투르고 못해서 재미가 있다면, ‘지구오락실’은 너무 잘해서 반전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보면 비슷하지만 난이도나 퀴즈의 소스가 달라요. 프로그램에 따라 완급 조절을 하는데, ‘신서유기’ 형들은 쉽게 해도 잘 못하더라고요. 하하. ‘지구오락실’은 나름 난이도 조절을 했다고 하는데 잘 해버리고요.

Q. 그래서인지 ‘지구오락실’ 할 때 제작진이 적잖이 힘들어 보이던데요?
박 : 제작하는 입장에서 출연자들 기분이 좋고, 신나고, 좋은 반응이 나와야 방송도 재미있거든요. 때문에 제작진도 출연진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죠. 그런데 워낙 게임도 좋아하고, 성격도 급하고, 흥도 많은 멤버들이라. 또 제작진은 그 니즈에 맞추려 보니까 그렇게 보이나 봐요(웃음). 상품이나 음식 준비할 때도 더 신경을 쓰게 돼요. 오히려 긍정적인 자극인 거 같아요.

Q. 성별보다는 세대에 주목했다고 했는데, 특히 ‘레트로 음악 퀴즈’에서 세대 차이가 도드라져요.
박 : 보면서 ‘아,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도 박경림 씨의 ‘착각의 늪’이 나왔을 때 조금 놀랐어요. 제 기억에는 아주 생생한데 그 친구들은 아예 모르니까요. ’가을동화’ 이런 것도 잘 모르니까 세대 차가 실감났죠. 은지 씨는 그래도 비슷하게 기억하는 것 같은데, 영지, 미미, 유진씨는 다 모르더라고요. 근데 또 그 모습이 재미 포인트인 거 같아요.

Q. 토롱이의 정체는 나중에 공개되나요?
박 : 마지막까지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달리기가 참 빠른 분인데 초반에 너무 쉽게 잡혀서 당황하기도 했어요. 그 이야기는 감독판에서 살짝 풀어볼까 싶어요.

Q. Y2K 시대로 타임슬립 했다는 설정에 이은지 씨 활약이 빛났어요. 게임에서 다른 시대가 걸렸으면 어쩔 뻔했나 싶기도.
박 : 빙하기나 조선시대 걸리면 웃기겠다는 생각에 터무니없이 막 갖다 붙였죠. 하하. 80년대나 2000년대가 나와도 당시 유행을 재해석하면서 나름의 재미가 있겠다 싶었는데, 멤버들이 랜덤 플레이 게임을 잘해서 다행히 너무 과거로 가지 않았어요. 은지 씨가 그 시대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게 없더라고요. 콘텐츠 왕이에요. 틈만 나면 콘텐츠를 보니까 많이 아는 거 같아요.

Q. 좀 이르지만 시즌2 계획도 궁금한데요?
박 : 시즌 1이 감독판까지 총 12부작이고요. 시즌2는 빨리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회사 나름의 편성 계획 같은 것도 있고, 답사도 가야하고, 출연진 스케줄도 맞추고 하려면 금방은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시즌 1으로 난이도 영점 조절을 한 상태라, 시즌2에서는 좀더 칼을 갈고 재밌는 퀴즈로 오겠습니다. 재정비해서 새로운 게임과 좀더 민첩한 전략으로, 깜짝 놀랄 모습으로 돌아올게요. 멤버들이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거 같지만. 하하. 치밀하게 짜 보겠습니다.

[사진 = 전용호 PD (yhjeon95@ytn.co.kr)]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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