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정우성, 이정재 첫 연출작에 보인 진심

[Y터뷰] 정우성, 이정재 첫 연출작에 보인 진심

2022.08.08. 오전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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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정우성, 이정재 첫 연출작에 보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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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씨와 우리 둘 만의 의미에 도취된 게 아니라 이 영화를 제대로 잘 만들어보자고 다짐했어요."

정우성 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영화 '헌트'의 시작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의 절친 이정재 씨의 첫 연출작이기도 한 ‘헌트’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 액션 드라마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진다. 조직내 침투한 스파이를 잡는단 명목하에 서로를 의심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다. 특히 '청담동 부부'란 별명이 붙을 만큼 평소 각별한 정우성, 이정재 씨가 극중 서로 대립하는 장면들은 '헌트'의 백미다.

이번 영화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두 사람이 한 스크린에 담겨 그 의미를 더 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작으로도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1973년생 동갑인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1990년대 청춘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정우성 씨는 이번 '헌트'에서 강인하고 강직한 성품과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김정도를 통해 '인생캐' 수식어도 얻었다. 그가 표현한 김정도는 절제의 끝판왕이다. 늘 정갈하고 깔끔한 비주얼을 유지하는 군인 출신 안기부 요원이다. 반전의 연속 가운데에서도 흔들림 없는 눈빛과 알 수 없는 표정 연기는 관객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제작발표회에서도 정우성 씨는 "군인으로서 가져서 안 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걸 들키지 않게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며 "누군가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정우성 씨 역시 영화 '보호자'로 연출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헌트'의 개봉이 앞서긴 했지만 내달 열리는 토론토 영화제에 두 사람이 연출을 맡은 영화가 나란히 초청된 것도 절묘한 타이밍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우성 씨는 "'보호자'도 초청됐단 소식에 이정재 씨가 나보다 더 좋아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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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호자' 연출을 하며 밤 늦게 집에 들어와서 녹초가 돼 있는 걸 이정재 씨가 보고 '괜찮아?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그랬어요. 그런데 그 지옥 문을 열고 들어오고 싶다고 하니... 감독 도전도 큰 짐인데 본인이 출연까지 한대서 걱정은 됐죠. 하지만 먼저 도전했던 사람으로서 저도 연출의 값어치를 아니까 응원할 수밖에 없었어요."

정우성 씨는 '헌트' 출연 제안을 4번이나 거절했다. 이유를 묻자 “이정재 씨가 영화 원작 시나리오 판권을 사고 감독들을 만나봤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어느날 제게 ‘나보고 직접 연출해보라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출연을 제안하더라. 근데 저까지 합류하면 ‘너희 둘이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하는 시선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냥 가볍게 도전하란 차원에서 거절을 했는데도 계속 출연 제안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재 씨와의 액션 장면이 유독 많은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 씨는 "계단에서 액션 장면을 찍다가 정강이가 까지면서 피멍이 들었다. 그런 메이킹 영상이 꼭 공개되면 좋갰다"라며 웃었다. 이어 "나이 탓인지 체력이 빨리 고갈됐다. 리허설만 해도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났고 서로 괜찮은지 묻기 바빴다"고 회상했다.

또 "현장에서 이정재 씨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짠했다. 혼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었다. 굳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당연히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지 힘들다고 할 때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동료가 되고 싶었다"고 말해 이들의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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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업계에 있으면서 특별한 관계를 이어온 비결을 묻자 정우성 씨는 "서로 바라는 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다른 점을 존중하고 장점인 부분은 흡수하고, 끊임없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다. 닮은 점이 있다면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는 거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면이 비슷하다"고 답했다.

"우리가 최근에 이야기 나눈 게 '좀 더 자주 뭔가를 하자'는 거예요.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상상력이 과거와 또 달라졌으니 다시 한번 예전에 기획했던 것들을 꺼내보자는 대화를 했어요. 전 지금껏 다양한 역할을 해본 것 같아요. 앞으로는 제게 오는 작품과 배역을 최대한 '나'스럽게 하고 싶은 게 목표예요."

요즘 K콘텐츠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폭발적이라고 하자 정우성 씨는 "이정재 씨가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됐고, 방탄소년단도 인기가 많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좋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면서도 "자만하지 말고 계속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기회가 왔다고 본질을 넘어선 노림수를 가지고 접근하는 건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쉴 땐 촬영 현장이 늘 그리워요. 스케줄이 이어지면 힘들다 싶어도 막상 쉬면 현장이 계속 생각나고 거기가 제일 편하구나 싶죠. 이렇게 열심히 하지만 살면서 어느 것 하나 내 것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칭찬도 욕도 내 것이 아니죠. 오로지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가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고찰하는 게 중요해요."

'헌트'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YTN 공영주 (gj9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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