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김창완 "쥬라기 공룡처럼 되살아나"(종합)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김창완 "쥬라기 공룡처럼 되살아나"(종합)

2022.10.06. 오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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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내 목소리, 겉멋 든 요즘 내 노래 꾸짖어"
"산울림의 부활...소녀에서 할머니 된 팬들에 선물될 것"
45주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김창완 "쥬라기 공룡처럼 되살아나"(종합)
가수 김창완 씨 / 사진 = 이파리엔터테이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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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록 밴드 그룹 산울림의 모든 앨범이 바이닐 레코드(LP)로 재발매된다.

산울림 데뷔 45주년을 맞아 이들이 남긴 유산을 새롭게 조명하고자하는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산울림의 앨범이 LP 형태로 정식 재발매되는 것은 1970~1990년대 최초 발매 이후 처음이다.

김창완 씨(보컬, 기타), 김창훈 씨(보컬, 베이스), 김창익 씨(드럼) 형제로 이뤄진 산울림은 1977년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1997년 '무지개'에 이르기까지 20년간 정규 앨범 13장과 동요 앨범 4장 등 17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이번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산울림 전작 17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이 순차적으로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될 예정이다. 그 중 1~3집이 10월 중 먼저 발매된다.

김창완 씨는 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공연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쥬라기 공원'이 따로 있지 않더라. 산울림의 DNA가 공룡처럼 되살아 났다"라며 앨범 재발매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이날 김창완 씨는 "제 음악을 45년 만에 다시 듣는 게 슬펐다. 이 세상에 사라지지 않는 것, 스러지지 않는 것이 있겠나. 그저 늘 후회없이 살자는 삶의 철학을 지키려 했고, 사실 '이제 와서 옛날 것을 끄집어 낸 듯 무엇하겠는가' 하고 내키지 않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세상에, '쥬라기 공원'이 따로 있지 않더라. 산울림 DNA가 있을까 뒤적이던 릴 테이프에 이런 게 있구나. 처음 리마스터 음반을 듣고 요즘 내가 순 엉터리로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구나, 순 가짜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제 노래는 너무 겉멋이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그때의 떨림과 불안이 다 느껴졌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김창완 씨의 마음을 돌린 것은 산울림의 음악이 자신과 형제들의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는 "처음에는 복각판을 만들자는 줄 알고 거절했다. 그런데 LP 작업을 제안해 주신 분들의 설명을 들어보니 아니더라. 가요사에 한 족적이 될 수 있으니 남겨 놓자는 취지라더라. 산울림의 음악은 저희 형제들만의 것이 아니니 남겨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산울림으로 다시 공연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밝힌 김창완 씨는 "이번 앨범이 산울림의 부활"이라고 평했다. 그는 "소리가 너무나 다르다. 77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치는 서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는데, 이상하게 판만 나오면 소리가 쪼그라들고 불만이 있었다. 이번에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니 2008년에 세상을 떠난 막내 생각이 너무 나더라. 연주를 이렇게 했는데 숟가락 두드리는 소리로 녹음이 됐네"라며 "그만큼 산울림 지켜준 분들께 큰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퀄리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산울림 초판을 처음 집에 가져간 날 오밤중이니까 앰프는 켜지도 못하고 삼형제가 골방에 모여서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바늘에서 나오는 조그만 소리를 들었다. 그게 그렇게 크게 들렸다. 그게 다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공룡처럼 되살아 날 줄 몰랐다. 45년 전 제 목소리가 '노래 좀 똑바로 하고 다녀라'라며 질책하는 듯했다"라면서 "어쩌면 소중한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이번 리마스터 앨범들은 모두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 간직하고 있던 릴 테이프로 작업했다.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하여 김창완의 감수 아래 섬세하게 리마스터 작업을 거친 후 미국에서 래커 커팅(래커 판에 마스터 음원을 소리골로 새기는 작업) 및 스탬퍼(LP 대량 생산을 위한 원판) 작업이 이뤄졌다.

디지털 변환 및 리마스터는 그래미 수상자인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 씨가 맡았다. 황씨는 지난 2012년, 2016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녹음 기술상과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황병준 씨는 "작년 겨울에 김창완 선생님과 만났을 때 왜 LP 안 내시냐고 물었는데, 이렇게 참여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프로젝트 참여 소감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원본 마스터 릴테이프가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60~70년대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릴 테이프를 미국이나 일본에서 구해와서 LP를 만들고 난 후 릴 테이프는 재활용했기에 남은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황 씨의 설명이다.

그는 "핑크 플로이드의 릴 테이프가 잘 보관돼 음향 기술 발달 후 리마스터링이 아니라 아예 리믹스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워했다. 진정 아날로그는 엔지니어 입장에서 두 가지이다. 녹음 직전의 소리, 매체에 담긴다면 릴 테이프에 담긴 소리. 그렇기 때문에 릴 테이프는 말하자면 오리지날이다. 그것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게 엄청난 어드밴티지였고, 최대한 릴의 소리를 그대로 전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다"라며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복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황병준 씨의 손길을 거친 음원은 세계적인 마스터링의 거장 버니 그런드만에게 넘어갔다. 마이클 잭슨의 걸작 앨범 'Thriller', 프린스의 대표작 'Purple Rain', 닥터 드레의 명작 'The Chronic' 등을 포함해 지미 헨드릭스, 도어스, 핑크 플로이드, 카펜터스 등 지난 60년간 수많은 앨범의 마스터링과 래커 커팅을 맡아 온 주인공이다.

스탬퍼 작업을 담당한 RTI는 1970년대에 설립돼 세계 최고의 고음질 음반 전문 제작사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최종적으로 LP 프레싱은 일본의 토요 레코딩에서 마쳤다.

김창완 씨는 버니 그런드만을 언급하며, 후배 가수들에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버니 그런드만도 생면부지의 청년들이 만든 사운드가 '이걸거야' 하고 작업하신 것 아닌가. 요즘에 후배들, 래퍼들의 노래를 사실 흘려들었다. 젊은 친구들이 불만이 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지, 지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했다. 77년 데뷔했을 때도 '저게 무슨 노래냐', '파격이다'란 반응이었다. 우리보다 어린 친구들이 환호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웬만하면 듣지 마라', '저게 노래냐'라고 했다. 그런드만이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데 '어린애의 노래를 가감없이 듣는 어른들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젊은 가수들에게 웬만하면 좋은 말 해야 할 거 같다. 50년 뒤에 무슨 평을 들을지 어찌 아나. 지금 착하게 살아야겠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초반과 리마스터 앨범을 비교하는 청음 시간도 10여 분 진행됐다. 전반적으로 소리의 해상도가 높아져서 다소 흐릿하게 뭉개져 있던 소리의 질감이 선명한 모습을 띠게 됐다. 각각의 악기와 목소리는 뚜렷하게 제자리를 찾은 듯 균형을 이루고 있고, 보다 깊고 넓어진 중저음과 말끔해진 고역대가 이루는 조화 덕에 엷게 드리워졌던 장막을 깨끗이 걷어 낸 듯 생생한 산울림의 음악이 펼쳐진다.

김창완 씨는 산울림이 오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 데뷔할 때 마냥 환영받지는 못했다며 소수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향한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음악 시장이 편협한 것 아닐까, 어떤 한 장르에 쏠림이 있지 않는가 하는 얘기도 나온다. 어떤 문화나 타고난 환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어떤 방책을 내놓기보다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희미하더라도 골고루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예술가들이 고난을 뚫고 가야하지 않겠나. 척박한 환경도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산울림 태어날 때도 너무나 척박했다. 환경이 좋은 때는 별로 없었다. 아직 빛을 덜 받는 국악이나 소수 장르도 꿋꿋이 일해 주셨으면. 시집이 안 팔려도 계속해서 시를 쓰시는, 그런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산울림 앨범의 LP는 1990년대 이후 재발매된 적이 없어 시중에서 중고 매물이 고가에 거래돼 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다 보니 국내·외에서 저작권을 갖고 있는 김창완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비공식 재발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산울림 앨범 17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은 내년까지 모두 발매될 예정이다. 1집 '아니 벌써'와 3집 '내 마음'이 오는 20일 발매되며,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11월 22일 발매된다.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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