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방송서 고꾸라진 韓 코미디, 어떻게 유튜브 인기 1위로 거듭났나

[Y초점] 방송서 고꾸라진 韓 코미디, 어떻게 유튜브 인기 1위로 거듭났나

2022.12.05. 오후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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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방송서 고꾸라진 韓 코미디, 어떻게 유튜브 인기 1위로 거듭났나
사진 = KBS 공식 홈페이지, 숏박스, 너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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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의 위기"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방송에서는 올해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도전이 좌절됐지만, 유튜브에서는 코미디 채널이 승승장구다.

지난 2020년 KBS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종영은 방송가에 큰 충격을 선사했다. 한국 코미디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모든 시청자 앞에서 선언하는 순간으로 여겨졌고, 웃음을 줄 기회조차 사라진 코미디언들은 망연자실했다.

"코미디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쯤, KBS가 책임감을 안고 새롭게 코미디에 도전,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 프로그램 '개승자'를 론칭했다. 그러나 '개승자'는 코미디 열풍을 불러오기는커녕, 저조한 화제성, 시청률을 남긴 채 방송가에서 불씨가 꺼진 코미디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코미디 자체의 몰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코미디는 새로운 활로를 유튜브에서 찾았다. 시청자들 역시 방송가의 올드한 접근법보다는 신선한 방식으로 구현한 코미디 유튜브 채널들로 직접 발길을 돌렸다.

5일 유튜브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1위와 2위 자리에 모두 코미디 채널이 이름을 올렸다. 한 해 동안 구독자 수 변동을 기준으로 1위는 숏박스, 2위는 너덜트가 차지하며 코미디 콘텐츠 채널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두 채널 모두 일상적인 소재를 재치 있는 짧은 영상으로 구성한 코믹 숏무비 또는 스케치 코미디 장르를 흥행시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사와 상황으로 웃음을 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숏박스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들이 만든 채널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개그 콘서트'를 필두로 한 코미디 왕국의 망국을 지켜본 공채 개그맨 마지막 세대인 이들이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준 역전 신화는 '코미디의 부활'이라는 과제에 "대중은 공감 가득한 콘텐츠의 힘을 원한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방송에서 살리지 못한 코미디 열풍이 어떻게 유튜브에서는 가능했을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은 회당 시간이 길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보기 어렵다. 반면 유튜브 영상은 길이가 짧다보니 어디서나 휴대전화로 볼 수 있고, 이런 시청 방식이 최근 누리꾼들의 생활 패턴과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플랫폼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 같은 플랫폼의 차이에 따라 코미디 콘텐츠를 바라보는 대중의 기대도 달라진다는 것. 하재근 평론가는 "방송 프로그램을 볼 때 시청자들은 큰 웃음을 기대하는 반면, 짧은 인터넷 영상을 볼 때는 가볍게 웃고 넘어간다"며 코미디 장르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더 많이 소비되는 이유를 분석했다. 즉, 짧은 형식의 유튜브 콘텐츠 특성이 코미디 장르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차이가 있다.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 콘텐츠가 두는 타깃 시청층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 하재근 평론가는 "방송 프로그램은 모든 국민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평균 지점을 찾는 과정에서 그 어느 세대도 제대로 공감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영상은 특정 세대의 누리꾼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더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코미디가 일상과 가장 가까운 장르인 만큼, 유튜브의 코미디 채널들은 소비 방식, 내용 등 여러 면모에서 방송보다 더 시청자들의 일상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방송가가 안고 있는 코미디에 대한 숙제도 '일상과 가까워진다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YTN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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