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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FIFA 허가도 받았는데 왜 경기를 안 찍고 사람 얼굴을 찍어?"
전세계 방송사 카메라들이 국가대표 황희찬 선수의 극장골에 집중할 때, 홀로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린 제작진이 있다. FIFA가 공인한 유일한 예능프로그램 MBC '히든 카타르'를 만든 김명진PD, 노승욱PD, 장효종PD, 이주원PD다.
'히든 카타르'는 안정환 해설위원, 김성주 캐스터, '히든 서포터즈' 김용만 씨, 정형돈 씨가 뭉쳐 카타르 월드컵 현장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전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총 4회에 걸쳐 방송됐다.
MBC '궁민남편' '안 싸우면 다행이야'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제작진과 안정환 씨가 술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뜻을 모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유일한 FIFA 공인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중계 화면에는 담기지 않았던 태극전사들의 순간을 '히든캠'으로 포착해 화제를 모았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조규성 선수가 이강인 선수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유일하게 포착한 것도 '히든 카타르'의 '히든캠'이다. 김 PD는 "중계 방송에 나오는 건 절대 찍지 말라고 강조했었다"며 '히든캠'의 전략을 들려줬다.
다만 촬영 허가를 받아놓고도 골 장면을 안 찍으니 FIFA나 다른 나라 취재진의 입장에서는 기이한 상황인 셈이다. 노 PD는 "우리의 카메라 워킹을 이해를 못해서 초반에 소통의 문제가 조금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를 안 찍으니 '히든캠'을 찍는 촬영 감독들은 경기장에 있어도 경기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노 PD는 "경기가 끝나면 벤치 찍는 촬영 감독님들만 '경기 내용 좋았다'고 하시더라"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처럼 '히든 카타르' 제작진이 경기 내용을 찍지 않고 숨겨진 이야기만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MBC 내부 협업에 대한 신뢰 덕분. 노 PD는 "스포츠국, 서버실, 편성국 모두가 협조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FIFA의 허가도 스포츠국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김 PD는 "편성의 승리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경기 중계 직전에 '히든 카타르'를 편성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이런 협업은 MBC가 최초"라고 강조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촬영부터 방송까지 회당 2~3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 PD는 "살벌한 스케줄이었다"며 고개를 내저었고, 노 PD는 "어떻게 촬영할 건지, 어떻게 전송할 건지, 어떻게 편집할 건지, 어떻게 방송할 건지, 모든 과정들을 두고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다"며 매 순간 어려웠던 과정을 담담하게 전했다.
첫 번째 관문은 방대한 촬영분을 한국으로 빠르게 전송하는 것. 사전 답사를 통해 서버, 인터넷 회선을 미리 구축한 것이 '히든 카타르'의 불가능한 일정을 가능하게 한 열쇠였다. 오죽하면 카타르 현지의 한국 대기업을 찾아가 인터넷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마저도 거절당했지만, 좌절할 틈도 없었다. 제작진은 결국 현지 코디네이터의 집에 가장 빠른 인터넷 회선을 깔고 나서야 촬영분을 한국으로 제시간에 보낼 수 있었다.
그 다음 단계인 촬영과 편집은 철저한 분업과 협업으로 힘을 모아 해결했다. 이들은 국내와 현지 제작진으로 이원화해 긴밀하게 움직였다. 현지 여론과 국내 여론을 동시에 취합해서 편집 방향을 설정하고, 현지 촬영팀은 국내 편집팀을 믿고 다음 촬영을 곧장 준비했다. 장 PD는 "시차가 나니까 국내 제작진은 새벽에도 회의실에 모여서 현지 제작진이랑 계속해서 소통을 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MBC 예능국의 인원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모여 '히든 카타르'를 지원사격 하기도 했다. 이 PD는 "'전지적 참견 시점' '놀면 뭐하니' 등 다른 팀 후배들이 불평, 불만 전혀 없이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도와줬다"며 "스무명이 넘는 PD들이 '히든 카타르'를 함께 만들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타이트한 일정 속에 촬영부터 방송까지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단계만으로도 복잡했지만, 월드컵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도 '히든 카타르' 제작진의 큰 고민이었다. 장 PD는 "16강행 경우의 수를 모두가 따졌듯이, 우리도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회의를 많이 했다. 경기에 이겼을 때, 졌을 때, 아깝게 비겼을 때 등에 따라 어떤 내용의 분량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 미리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가나전은 제작진도 예상치 못한 경우의 수였다. 장PD는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지긴 했지만,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그렇다 보니 경기 내용 외적으로 휘슬을 불고 난 뒤에 우리가 보여줄 수 있었던 내용이 생각보다 더 많았다"고 말했다. '히든 카타르' 제작진은 어떠한 설명 대신, 가나전 부심이 1분의 추가 시간 더 주겠다는 표현을 손으로 보여줬던 모습을 포착해 경기의 아쉬움을 더욱 극대화했다.
이처럼 '히든 카타르'는 남들이 담지 않는 경기장의 모습을 통해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더 진정성 있는 축구 경기 내용을 전했다. 그 흔한 관객 인터뷰나 연예인들의 카타르 '먹방' 같은 예능적인 요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축구에 집중을 하자는 목표뿐이었죠." 'FIFA 공인 예능'다운 이 전략은 그대로 국내 시청자들의 니즈를 관통해 최고 시청률 8.2%를 기록했다.
불가능한 일정을 가능하게 하고, 예능 요소보다 스포츠에 집중해 성공한 예능 '히든 카타르'의 여정을 마친 PD들은 이제 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생에 언제 또 해보겠어요." 그들의 짧은 한 마디에서는 '유일' '최초'의 타이틀을 단 프로그램의 무게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Y메이커] '히든카타르', 김용만·정형돈까지 카타르 길에 나앉은 사연 ②'로 이어짐.
YTN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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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방송사 카메라들이 국가대표 황희찬 선수의 극장골에 집중할 때, 홀로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린 제작진이 있다. FIFA가 공인한 유일한 예능프로그램 MBC '히든 카타르'를 만든 김명진PD, 노승욱PD, 장효종PD, 이주원PD다.
'히든 카타르'는 안정환 해설위원, 김성주 캐스터, '히든 서포터즈' 김용만 씨, 정형돈 씨가 뭉쳐 카타르 월드컵 현장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전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총 4회에 걸쳐 방송됐다.
MBC '궁민남편' '안 싸우면 다행이야'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제작진과 안정환 씨가 술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뜻을 모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유일한 FIFA 공인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중계 화면에는 담기지 않았던 태극전사들의 순간을 '히든캠'으로 포착해 화제를 모았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조규성 선수가 이강인 선수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유일하게 포착한 것도 '히든 카타르'의 '히든캠'이다. 김 PD는 "중계 방송에 나오는 건 절대 찍지 말라고 강조했었다"며 '히든캠'의 전략을 들려줬다.
다만 촬영 허가를 받아놓고도 골 장면을 안 찍으니 FIFA나 다른 나라 취재진의 입장에서는 기이한 상황인 셈이다. 노 PD는 "우리의 카메라 워킹을 이해를 못해서 초반에 소통의 문제가 조금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를 안 찍으니 '히든캠'을 찍는 촬영 감독들은 경기장에 있어도 경기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노 PD는 "경기가 끝나면 벤치 찍는 촬영 감독님들만 '경기 내용 좋았다'고 하시더라"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처럼 '히든 카타르' 제작진이 경기 내용을 찍지 않고 숨겨진 이야기만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MBC 내부 협업에 대한 신뢰 덕분. 노 PD는 "스포츠국, 서버실, 편성국 모두가 협조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FIFA의 허가도 스포츠국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김 PD는 "편성의 승리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경기 중계 직전에 '히든 카타르'를 편성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이런 협업은 MBC가 최초"라고 강조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촬영부터 방송까지 회당 2~3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 PD는 "살벌한 스케줄이었다"며 고개를 내저었고, 노 PD는 "어떻게 촬영할 건지, 어떻게 전송할 건지, 어떻게 편집할 건지, 어떻게 방송할 건지, 모든 과정들을 두고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다"며 매 순간 어려웠던 과정을 담담하게 전했다.
첫 번째 관문은 방대한 촬영분을 한국으로 빠르게 전송하는 것. 사전 답사를 통해 서버, 인터넷 회선을 미리 구축한 것이 '히든 카타르'의 불가능한 일정을 가능하게 한 열쇠였다. 오죽하면 카타르 현지의 한국 대기업을 찾아가 인터넷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마저도 거절당했지만, 좌절할 틈도 없었다. 제작진은 결국 현지 코디네이터의 집에 가장 빠른 인터넷 회선을 깔고 나서야 촬영분을 한국으로 제시간에 보낼 수 있었다.
그 다음 단계인 촬영과 편집은 철저한 분업과 협업으로 힘을 모아 해결했다. 이들은 국내와 현지 제작진으로 이원화해 긴밀하게 움직였다. 현지 여론과 국내 여론을 동시에 취합해서 편집 방향을 설정하고, 현지 촬영팀은 국내 편집팀을 믿고 다음 촬영을 곧장 준비했다. 장 PD는 "시차가 나니까 국내 제작진은 새벽에도 회의실에 모여서 현지 제작진이랑 계속해서 소통을 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MBC 예능국의 인원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모여 '히든 카타르'를 지원사격 하기도 했다. 이 PD는 "'전지적 참견 시점' '놀면 뭐하니' 등 다른 팀 후배들이 불평, 불만 전혀 없이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도와줬다"며 "스무명이 넘는 PD들이 '히든 카타르'를 함께 만들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타이트한 일정 속에 촬영부터 방송까지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단계만으로도 복잡했지만, 월드컵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도 '히든 카타르' 제작진의 큰 고민이었다. 장 PD는 "16강행 경우의 수를 모두가 따졌듯이, 우리도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회의를 많이 했다. 경기에 이겼을 때, 졌을 때, 아깝게 비겼을 때 등에 따라 어떤 내용의 분량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 미리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가나전은 제작진도 예상치 못한 경우의 수였다. 장PD는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지긴 했지만,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그렇다 보니 경기 내용 외적으로 휘슬을 불고 난 뒤에 우리가 보여줄 수 있었던 내용이 생각보다 더 많았다"고 말했다. '히든 카타르' 제작진은 어떠한 설명 대신, 가나전 부심이 1분의 추가 시간 더 주겠다는 표현을 손으로 보여줬던 모습을 포착해 경기의 아쉬움을 더욱 극대화했다.
이처럼 '히든 카타르'는 남들이 담지 않는 경기장의 모습을 통해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더 진정성 있는 축구 경기 내용을 전했다. 그 흔한 관객 인터뷰나 연예인들의 카타르 '먹방' 같은 예능적인 요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축구에 집중을 하자는 목표뿐이었죠." 'FIFA 공인 예능'다운 이 전략은 그대로 국내 시청자들의 니즈를 관통해 최고 시청률 8.2%를 기록했다.
불가능한 일정을 가능하게 하고, 예능 요소보다 스포츠에 집중해 성공한 예능 '히든 카타르'의 여정을 마친 PD들은 이제 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생에 언제 또 해보겠어요." 그들의 짧은 한 마디에서는 '유일' '최초'의 타이틀을 단 프로그램의 무게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Y메이커] '히든카타르', 김용만·정형돈까지 카타르 길에 나앉은 사연 ②'로 이어짐.
YTN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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