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정이' 류경수,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 돋보인 이유

[Y피플] '정이' 류경수,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 돋보인 이유

2023.01.28.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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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피플] '정이' 류경수,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 돋보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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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수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설계를 잘하고, 표현에 주저함이 없는 배우다."(영화 '정이' 제작발표회 中 연상호 감독)

최근 신작 영화 '정이'를 공개한 연상호 감독은 극중 연구소 소장 상훈 역을 소화한 배우 류경수 씨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 감독의 말처럼 류경수 씨는 고(故) 강수연 씨와 김현주 씨, 두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눌리지 않고 물 만난 듯 날아다녔다.

지난 20일 공개된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류경수 씨는 극중 연구소장 '상훈' 역을 맡았다.

'정이'는 공개 직후 반응이 엇갈렸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지만, 익숙한 설정과 신파 코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호연, 특히 류경수 씨의 표현력을 놓고는 이견이 없었다.

그가 얼마나 '정이'에 진심이었는지, 그간 준비했던 과정을 보면 들어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연습실을 빌려 따로 연습에 매진하고, 부지런히 조언을 구했던 그의 열정이 연출과 선배 연기자들의 칭찬을 끌어내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Y피플] '정이' 류경수,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 돋보인 이유

◆ '지옥'→ '정이'→ '선산'…이 정도면 '연상호의 뮤즈'

류경수 씨가 연상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연상호 감독이 작가로 참여한 '선산'에도 캐스팅돼 3연속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 정도면 '연상호 감독의 뮤즈'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지옥'에서 새진리회 유지사제 캐릭터를 맡았던 류경수 씨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다인극인 '지옥'에서는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반면, '정이'에서는 주연 3인방 중 한 명으로 롤이 커진 데다 비밀을 가진 인물로 캐릭터의 톤을 바꿔가며 연기해야 했기 때문.

류경수 씨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고 대선배님들이 나오시는데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나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걱정하는 만큼 더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연습실을 빌리고, 액션스쿨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상훈'을 만들어나갔다.

연 감독이 극찬할 만큼, 세밀한 캐릭터 분석을 끝낸 뒤 촬영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연기한 '상훈'은 굉장히 표현하기 까다로운 캐릭터다. 전투용병 개발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인물인 줄로만 알았던 상훈이 알고 보니 회장이 스스로를 복제한 로봇이었던 것.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 류경수 씨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인물로 상훈을 표현한다. 보는 내내 불편하게 느꼈다면, 그의 의도가 들어맞은 셈이다. 캐릭터의 숨은 서사가 밝혀지는 순간 시청자가 느낄 반전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도록 준비했다.

상훈의 숨은 비밀이 베일을 벗는 장면에도 아이디어를 보탰다. 상훈이 순간적으로 멈추며 로봇임이 드러나는 순간, 그는 웃는 얼굴로 정지했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웃는 얼굴로 멈추면 더 아이러니하게 보이겠다고 생각하며 완성한 장면이다.

[Y피플] '정이' 류경수,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 돋보인 이유

◆ 故 강수연이 "너무 매력있다"고 칭찬한 후배 연기자

'정이'는 故 강수연 씨의 유작이기도 하다. '원조 월드스타'로 불렸던 고인은 '정이'로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를 확정한 상황이었고, 함께 캐스팅된 김현주 씨도 류경수 씨에게는 대선배였다. 그럼에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자신의 몫을 해낸 지점이 놀라운 것.

촬영장에서 류경수 씨는 故 강수연 씨와 김현주 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귀염둥이로 불렸다. 좋은 촬영장 분위기는 어느 한쪽만 노력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후배들을 따듯하게 보살피는 선배, 선배를 존경하고 따르며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후배가 있기에 가능했다.

故 강수연 씨는 류경수 씨를 특히 귀여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류경수 씨는 간식을 챙겨가 나눠주고, 첫 촬영 후에는 바로 故 강수연 씨에게 달려가 어땠는지 피드백을 받는 등 카메라 안팎에서 예뻐할 수밖에 없는 후배의 모습을 보여준 것.

故 강수연 씨는 첫 촬영 후 류경수 씨에 대해 "너무 매력있다"고 칭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경수 씨는 당시 현장을 되돌아보며 "선배님 말씀에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사실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몇 번 드리긴 했는데 더 이상 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정이' 말미 상훈(류경수 분)과 서현(강수연 분)이 기차 안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 하나의 액션신을 위해 류경수 씨는 액션스쿨에서 한 달간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정이'에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엔딩씬을 보다 박진감 넘치게 완성했다.

열정적인 그의 성향은 유년 시절 일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류경수 씨는 15살 무렵 연기가 하고 싶어 무작정 영화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프로필 사진을 넣은 노란 봉투를 들고 영화사 문을 두드렸던 소년이 그대로 자라 매 작품 얼굴을 갈아끼우는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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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면 엉뚱+세심…다채로운 연기 변주 기대

2007년 데뷔해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대중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건 대부분 세고 광기 어린 빌런 역으로 등장한 최근 작품들에서였다. '이태원 클라쓰' 속 조폭 출신 단밤 홀 직원 최승권이 그랬고, '지옥' 속 새진리회 유지사제가 그랬다.

실제로도 그를 만나면 무쌍의 눈과 쿨톤임이 확실해 보이는 새하얀 얼굴 때문에 먼저 선뜻 다가가긴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만이 가진 분위기에서 오는 오묘한 매력이 독창적인 캐릭터를 맡을 수 있게 하는 강점이다.

물론 시크한 첫인상과 상반된 엉뚱한 면면들은 반전 매력을 더한다. 한 예로, '정이'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활동 방향성을 놓고 소속사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묻는 말에 "소속사 사람들과 같은 뇌를 공유 중"이라며 '정이'에 빗대 답을 해 폭소를 터트리게 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직접 쓴 손편지를 건네 작품에 대한 애정을 당부하는 세심함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류경수 씨는 "앞으로 더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망했는데, 뜯어볼수록 다채로운 면을 가진 그의 연기 변주를 앞으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류경수 씨는 이미 차기작에 차차기작까지 확정하며 대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정이'에 이어 올해 '구미호뎐1938'로 시청자들을 만나며,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도 캐스팅돼 연상호 감독과의 세 번째 작업에 돌입한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OSEN]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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