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 칼럼] ‘대행사’, 이보영 열연에도 재벌 회장 구하기는 '씁쓸'

[김겨울 칼럼] ‘대행사’, 이보영 열연에도 재벌 회장 구하기는 '씁쓸'

2023.02.05. 오전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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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 칼럼] ‘대행사’, 이보영 열연에도 재벌 회장 구하기는 '씁쓸'
드라마 '대행사' 스틸 이미지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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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7일 첫 방송을 한 JTBC ‘대행사’가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갱신 중이다. 지난달 29일 방송에서는 두 자릿수 시청률 12%(닐슨 제공)까지 달성했다. 최근 OTT로 시청자 이탈을 감안하면 매우 선전 중이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이보영의 인기는 대단하다. 원 톱 주연으로 봐도 무방한 이보영은 흙수저에서 대기업 VC 그룹 최초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 역할을 만나 매회 핵사이다 같은 에피소드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보영의 열연 덕분에 상대 배우의 연기력 논란이나 배경과 설정이 다소 진부하다는 평에도 시청률은 상승 중이다.

드라마는 고아인이 그토록 욕망하는 여성 임원에 오르는 천당을 밟은 직후부터 빠르게 진행된다. 고아인의 대기업 VC 그룹 최초 여성 임원 승진은 알고보니 오너의 딸 강한나(손나은)의 무난한 입성을 돕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 고아인이 시한부 임원의 한계를 알고 분노하지만 영리하게 이를 극복해 나가며 위기를 돌파해가는 내용이 3부까지 이어진다.

고아인은 이 과정에서 열정적인 카피라이터 출신 광고 기획자로서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꼭 올바른 방식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서 직장 내 정적인 최창수(조성하) 상무의 라인 CD들을 팀원으로 강등시킨다. 부장급 특별 인사평가를 통해 명목상은 근무태만하거나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직원을 날리겠다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편을 늘리겠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본인이 당했던 방식으로 되갚아주는 방식은 의문이 남는다.

이후 고아인은 최상무와 강한나 상무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펼친다. 이들 사이에서 군림할 방법을 찾던 강한나 상무는 장차 사돈이 될 우원 그룹의 대규모 광고 프로젝트에 두 사람을 경쟁시킨다. 이에 고아인이 이끄는 제작본부, 최상무가 이끄는 기획본부로 나눠 각각 사활을 걸고 준비하는데. 결국 승리는 고아인이 가져갔으나, 그 승리가 퍽 통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들이 준비한 광고 프로젝트의 속뜻은 '우원그룹 회장 구하기'. 현재 구속 수감된 김우원(정원중) 회장의 보석허가를 받아내기 위한 여론몰이였다. 이를 위해 23년 동안 억울하게 교도소에 수감됐다 무죄로 풀려난 시민을 인터뷰하고, 초라한 사무실에서 억울한 피해자들을 위해 싸우는 재심 전문 변호사를 섭외한다. 우원그룹은 300억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자사 기업 홍보 비용으로 쓰겠다 공언한다. 결국 여론몰이에 성공하고 재벌 회장은 풀려난다. 여의도 입성을 하려는 명분이 필요했던 김우원 회장 담당 판사에게 바친 고아인의 여론몰이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고아인은 VC 그룹 강 회장(전국환)에게 저녁 식사를 초대 받으며 공로를 인정받는다.

대한민국 엘리트들이 모인다는 대기업 인재들이 머슴으로 불리며 탈세혐의로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는 재벌 회장 한 명을 위해 아무 비판도 없이 고군분투한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다. 이제 절반 온 드라마의 전개는 지켜봐야겠지만, 고아인이 재벌의 일 잘하는 머슴 역할만 자처한다면 그 성공에 대해 마냥 박수 치긴 어려울 수도 있다.


YTN 김겨울 (winte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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