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영화는 우리 연결시켜”…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절망 속 피어난 위로

[Y터뷰] “영화는 우리 연결시켜”…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절망 속 피어난 위로

2023.02.07.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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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영화는 우리 연결시켜”…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절망 속 피어난 위로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 ⓒ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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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에는 여전히 절망감 속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있거든요. 마지막에 관객들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감정이 제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가장 큰 목적이에요. 저는 영화가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슬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위로할 수 있길 바랍니다.”

지난 2014년 장편 영화 데뷔작 ‘도희야’로 제6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초청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과 사랑을 받은 이후 9년. 정주리 감독이 마침내 신작을 들고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오랜 팬들의 기다림 속에 그가 선보이는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다음 소희’.

영화는 현장실습을 명목으로 콜센터로 파견돼 실적 압박에 시달리게 되는 고등학생 소희(김시은)와 그가 겪은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정주리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2번째 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고, 판타지아영화제, 아미앵국제영화제, 도쿄필맥스영화제, 핑야오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릴레이 수상으로 오랜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도희 이후 소희.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기까지 정 감독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6일 정주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해외 영화제 수상 소감을 비롯해 ‘다음 소희’를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을 공개했다.

정주리 감독은 “‘도희야’를 끝내고 꼭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어서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자마자 투자자를 찾아 나섰지만 투자사가 없어 제작이 끝내 무산됐다. 이후 ‘다음 소희’의 시나리오를 쓰기까지 3년, 제작을 타진하는 과정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라며 영화 제작에 부침을 겪었던 시간을 회상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모든 것을 본인의 손으로 매만지는 정 감독은 ‘온전히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이며 이번 영화에 대한 애정과 노력을 짐작게 했다.

‘전주 콜센터 사건’ 이후 6년이 지나서 다시금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정주리 감독은 “너무 늦었지만 지금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제가 이제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는데 책임 있는 사람들의 반성이나 애도가 없다는 점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분노가 아니라 절망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 사건 이후의 일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사건의 무게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강박적으로 사실적인 것을 많이 담아 영화의 현실성을 담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출자로서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풀어가고 싶었다. 감히 연민하거나 쉽사리 동정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을 최대한 이해하고 이들의 상황을 묘사하려고 노력했다”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특성상 연출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음을 밝혔다.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작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 감독은 “칸 영화제 측이 저를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감사한데, 두 번 연속 초청해줘서 과분한 일이라고 느끼고 있다. 해외에서 ‘다음 소희’를 이렇게 공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깊이 공감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구체적인 것은 다르지만 젊은 친구들이 삶에서 느끼는 압박이나 의지와 상관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공통적으로 있는 것 같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도희야’부터 '다음 소희' 까지, 페르소나가 된 배두나 배우와 두 번째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정주리 감독은 “이번 영화가 온전히 가능했던 것은 배두나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무슨 영화를 만들고 싶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부담이 큰 낯선 형식이었지만 배두나는 제대로 알아봐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라며 배두나 씨에 대한 깊은 신뢰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장편 영화에 데뷔하며 영화계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른 김시은 씨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처음 본 김시은이 ‘소희가 꼭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마음속에 다가왔다. ‘도희야’ 당시 배두나 배우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그는 “엄청난 오디션을 할 각오를 하고 있었으나 담담하게 일상을 얘기하는 김시은을 보며 ‘다음에 만날 때는 이런 걸 해보자’라고 얘기했다. 말을 하고 나서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게 됐다. 시은이와 대화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미 소희를 만나고 있다고 느낀 것 같다”라며 소희 그 자체로 분한 김시은 씨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영화의 개봉을 이틀 앞둔 이날 정주리 감독은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말로 ‘다음 소희’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저희 영화는 다른 영화에 견 줄 만한 스펙터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스케일이 거대한 작품도 아니다. 하지만 모르는 여러 사람과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다른 체험인 것 같다. 소희를 따라가며 결국엔 다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특히 소희처럼 본인이 혼자라고 생각하신 분들은 우리는 다 함께 있다는 감정을 체험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 감독의 말처럼 ‘다음 소희’는 화려함과 박진감으로 꾸며진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무채색이 더욱 짙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잔잔한 여운은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지나간 소희와 현재의 소희 그리고 다음 소희를 위해 우리가 영화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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