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길복순', 전도연이 가진 매력의 집약체

[Y리뷰] '길복순', 전도연이 가진 매력의 집약체

2023.02.22. 오전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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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길복순'은 배우 전도연 씨가 가진 매력과 장기의 집약체다. 그는 A급 킬러이면서 한 아이의 엄마인 캐릭터의 괴리를 밀도 있는 감정 표현과 액션으로 소화하며 이름값을 증명했다. 다만 영화의 개연성, 다른 캐릭터들의 일차원적인 소비는 아쉽다.

'길복순'은 청부살인 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 메이커' 등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변성현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이미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인정받았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길복순'에서도 변 감독만의 독특한 미장센이 길복순 역을 맡은 전도연 씨를 더욱 강렬하고 매력적인 킬러로 표현될 수 있게 했다.

길복순은 상대를 앞에 두고 수를 계산한다. 엄마로서 사춘기 딸을 대할 때도, 킬러로서 상대를 제압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때 감독은 길복순의 상상을 화면에 그려낸다. 특히 마지막 대결에서 수많은 상상이 차례로 펼쳐질 때,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의 방점을 찍는다.

이러한 액션 연출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펼쳐지는데, 영화의 시작은 특별출연으로 지원사격한 황정민 씨가 연다. 길복순은 그와 칼싸움을 했을 때 일어날 상황을 상상하고, 그 상상이 화면에 펼쳐진다. 결정적인 순간 그는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야쿠자를 제거한다.

이유는 '마트가 문 닫을 시간이라.' A급 킬러이지만 싱글맘인 길복순의 정체성을 단번에 드러내는 위트있는 대사다. 이후에도 길복순은 집에서는 딸의 밥을 챙기고,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면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는데, 그에게 킬러 본업보다 더 힘든 일이기도 하다.

A급 킬러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후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온 길복순이지만, 사춘기 딸을 대하는 건 오히려 더 어려운 것. 길복순은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이라며 킬러로서의 길과 엄마로서의 책임 사이 갈등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출산 전 길복순은 아이 때문에 일에 지장 주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회사와 약속했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는 상태. 마침 자신을 고용한 킬러 회사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미션을 수행하던 중 모성애가 발동한 그는 미션을 일부러 실패하고, 더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된다.

전도연 씨가 연기하는 길복순은 그가 연기한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 속 남행선 역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남행선 역시 자녀의 교육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학부모이기 때문. 하지만 '길복순'에서 그는 여유롭고 우아한 얼굴로 피 튀기는 액션까지 소화해 내며, 남행선과는 또 다른 길복순만의 다층적인 매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전도연 씨의 다채로운 매력을 집약시킨데 반해, 다른 캐릭터들은 다소 밋밋하게 소비돼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같은 회사 소속 킬러 한희성으로 분한 구교환 씨는 미약한 존재감만 남기고 다소 허무하게 퇴장한다.

변성현 감독 특유의 위트, 전도연 씨의 고군분투에 비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서사는 싱겁게 느껴진다. 화려한 액션을 아끼지 않고 넣었지만, 영화 말미에 가서는 휴먼 가족 드라마 느낌으로 마무리되는 느낌도 조금 아쉽다.

각본·감독 변성현.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등 출연. 3월 31일 넷플릭스 공개.

[사진제공 = 넷플릭스]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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