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더 웨일'... 삶에서 단 한 명만 구원할 수 있다면?

[Y리뷰] '더 웨일'... 삶에서 단 한 명만 구원할 수 있다면?

2023.02.22. 오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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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더 웨일'... 삶에서 단 한 명만 구원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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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72kg의 거구,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껏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내가 있다. 에세이 작문에 관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대학 강사인 그의 이름은 찰리. 보행 보조기 없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든 그가 그나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제자리에서 먹고, 마시고, 말하는 것뿐이다.

영화 ‘더 웨일’은 찰리(브렌든 프레이저)가 점차 망가져 가는 삶을 ‘선택’한 이유와 죽음을 직감한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일주일간의 궤적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결혼 생활을 하며 딸까지 있었던 그는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며 가족을 등진다. ‘쓰레기’라는 힐난 속에서 8살의 딸 대신 남자친구를 선택했지만, 그는 얼마 안 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후 찰리는 자기 자신을 절망에 빠뜨린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음식을 입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한 그는 온몸이 지방으로 뒤덮이고 스스로의 모습 조차 역겹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복하고 이겨낼 생각은 저버린 지 오래다. 찰리는 또 음식을 몸속에 우겨 넣는다.

울혈성심부전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병원에 가지 않으면 곧 죽을 것이라는 것 또한 온몸으로 느끼고 있지만 그는 치료받는 것 대신 담담하게 죽기를 각오한 듯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아니, 꾸역꾸역 기어간다.

[Y리뷰] '더 웨일'... 삶에서 단 한 명만 구원할 수 있다면?

여기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신의 연인과 세상에 남겨질 자신의 딸에 대한 미안함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미안함보다도 더 크고 거대한 감정은 자신 때문에 망가져 가는 딸을 구원하고 싶다는 절박함이다.

우연히 자신을 찾은 선교사 토마스(타이 심킨스)를 향해 “저는 구원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손길은 딸 엘리(세이디 싱크)를 향한다.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는 치료보다도 용서와 구원 그리고 사랑을 택한다. 자신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을 혐오하는 딸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 딸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놀라운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찰리의 소망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힘이 세다.

감독은 관객에게 진창에 빠진 인생에서 진정한 구원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삶에서 단 한 명만 구원할 수 있다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그리고 찰리의 행동을 통해 딸에 대한 희생과 사랑이 구원의 열쇠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찰리가 자신의 딸 엘리를 구원하기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한편으로 찰리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Y리뷰] '더 웨일'... 삶에서 단 한 명만 구원할 수 있다면?

전 아내 메리(사만다 모튼)를 향해 딸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길 확인하고 싶다”라고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내지르는 찰리의 모습은 자신이 딸을 구원하면 본인 역시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구원의 주체와 그 의도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만큼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약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섬세한 눈빛과 극적인 표정 변화로 캐릭터와 동화된 경이로운 연기를 보여준 브렌든 프레이저와 그의 호흡에 완벽하게 반응하며 눈부신 하모니를 완성한 세이디 싱크의 호연. 여기에 적재적소에 배치돼 극을 한층 더 풍성한 볼륨감으로 완성시킨 홍 차우와 타이 심킨스의 활약까지.

이야기가 지닌 뜨거운 힘과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흠잡을 곳 없이 강박적으로 촘촘하게 느껴지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연출 등. 영화는 작은 스케일과 화려함이 없더라도 강력한 매력으로 무장한다면 관객이 극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더 웨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 연출.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타이 심킨스 등 출연.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3월 1일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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