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연기? 덜 후회하려 더 긴장해”… 이성민, 진회장에서 정치 실세로 돌아오다

[Y터뷰] “연기? 덜 후회하려 더 긴장해”… 이성민, 진회장에서 정치 실세로 돌아오다

2023.03.0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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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연기? 덜 후회하려 더 긴장해”… 이성민, 진회장에서 정치 실세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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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고? 밥알 말이다, 몇 개고?”

지난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로 분해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배우 이성민 씨가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장막 뒤에서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정계 실세로 돌아왔다. 영화 ‘대외비’를 통해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고 읊조리며 본인의 마음대로 정치계를 주무르는 권순태 역할을 소화한 이성민 씨는 다시 한번 자신의 연기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며 호평을 끌어냈다.

이성민·조진웅·김무열 씨가 의기투합한 새 영화 ‘대외비’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

영화 ‘리멤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이성민 씨는 다시 한번 노년의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연이어 세 차례나 노인 역할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리벰버’에서는 캐릭터가 살아온 삶이 만만찮은 역할이었고, 가장 고령이라 굉장히 위험하고 도전적인 역할이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은 노인 연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가상의 픽션에서 근현대사의 여러 인물이 연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반면 ‘대외비’에서는 특별히 나이나 직업에 대한 설정도 없었기에 그런 지점에서 나의 상상력과 재량을 활용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기록적인 시청률과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만큼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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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벌집’이 잘 됐을 때도 한 달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한 석 달은 갔는데 한 달 정도 가겠군 싶었죠. 하지만 같이 작업한 배우들 너무 다 잘돼서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잊을 만하면 몇 년에 한 번씩 잘되는 작품이 있어서 살아가는 맛이 있구나 싶죠.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싶어요. 미스터리한 건 어떤 작품이 잘될지 모른다는 거죠. ‘재벌집’도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었죠”

진양철 회장이라는 캐릭터가 주목받은 것 역시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작품 자체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배우에 대한 평가는 영화와 같이 가는 것 같다. 내가 만족해도 영화가 잘되지 않는다면 잊혀 질 뿐이다. 특히 이제 제가 영화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점도 고려한다면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것 같다”라고 흥행의 무게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가감 없이 전하기도 했다.

1985년 연극으로 데뷔 이후 꾸준히 활동하며 비교적 최근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만약 20대 때 전성기가 왔다면 50년, 60년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고 스트레스는 받았을 것 같다. 지금은 앞으로 10년, 20년만 더 하다 보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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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이성민 씨는 “사실 20대, 30대 때는 아예 미래가 없었다. 당장 내일을 살아가기 바빴기 때문에 어떤 모습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할 수 있는 것을 다 이룬 것 같다”라며 덤덤하게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이성민 씨는 새벽 3시부터 다음 날 오후까지 분 단위로 설정된 수십 개의 알람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이 배우가 여유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극강의 예민함과 극강의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다. 오전 6시 촬영이면 특수분장을 위해 2시간 전에 일어나야 하고, 밤을 새면 다음 날 오후에 일어나야 한다. 감정적으로 어려운 장면이 있다면 며칠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한다”라며 배우의 삶과 연기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2017년 영화 ‘보안관’ 이후 가족과 한 번의 태국 여행, 다음 해 영화 ‘공작’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며 프랑스로 한 번. 곧 갱신을 앞둔 그의 여권에는 단 두 개의 도장만이 찍혀 있다고. “쉬는 것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가끔은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그가 그럼에도 연기를 쉬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성민 씨는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잡힐 듯 잡힐 듯 안 잡히는 무지개 같은 느낌”이라며 훗날 자신의 작품을 봤을 때 조금 덜 후회하기 위해 더 긴장하며 최선을 다하고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다시 태어나면 연기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담담히 얘기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방망이 깎던 노인’과 ‘독 짓는 늙은이’가 떠올랐다. 이미 이성민 씨의 방망이와 독은 그 자체로 완성형처럼 느껴졌지만, 더 나은 것을 선보이겠다는 그의 신념은 요즘 시대 찾아보기 어려운 장인 정신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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