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새로운 디테일 장인 왔다…입봉작 '스떨뿐' 선보인 김태준 감독

[Y터뷰] 새로운 디테일 장인 왔다…입봉작 '스떨뿐' 선보인 김태준 감독

2023.03.04.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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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새로운 디테일 장인 왔다…입봉작 '스떨뿐' 선보인 김태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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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결국 소통에 관한 이야기예요. 소통이 잘 안되면 오해가 생기잖아요. 자두가 우리나라 말로 '오얏'인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라는 말처럼, 오해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현대인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을 소재로, 탄탄한 내공을 가진 배우들을 총출동시켜 인기몰이 중인 작품이다. 영화는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34개국에서 톱10에 등극, 호평을 받고 있다.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이유는 원작을 보다 공감 가도록 각색했고, 메타포(은유적인 표현)을 곳곳에 배치했기 때문. 바로 디테일한 연출의 힘인데, 이 작품은 전 세계 시청자들과 처음 만나는 신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이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이하 '스떨뿐')이 입봉작인 김태준 감독(40)을 만나 첫 작품을 선보이게 된 계기부터 기획 의도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Y터뷰] 새로운 디테일 장인 왔다…입봉작 '스떨뿐' 선보인 김태준 감독

◆ 임시완·천우희·김희원, 황금 라인업 완성

'스떨뿐'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스마트폰만으로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도전의식이 발동해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원작과 구성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원작 소설은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방식이지만, 영화에서는 초반부에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하고 그가 범행을 어떻게 해나갔는지 그리고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그려냈다.

"소설에서는 이름을 바꾸며 범인을 숨길 수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범인을 정확히 보여주고,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보여주면 영화의 주제가 조금 더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형사이면서 실종된 아들을 찾는 아버지인 '지만' 캐릭터를 넣었죠."

'스떨뿐'은 캐스팅 라인업이 화려했다.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나미' 역은 천우희 씨가, '나미'의 스마트폰을 주운 '준영' 역은 임시완 씨가, 실종된 아들을 찾는 아버지이가 형사 '지만' 역은 김희원 씨가 맡았다. 임시완 씨와 김희원 씨는 영화 '불한당'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춰본 사이. 김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며 "지인 찬스를 썼다"고 말했다.

"악역은 정보전, 심리전을 하는 스마트폰 같은 이미지의 사람을 원했어요. 임시완 씨는 워낙 잘 하지만 불쑥불쑥 재미있는 게 튀어나올 때가 많았어요. 마지막 신에서 '뭐?'라고 외치는 부분이 있는데 시나리오에 없던 대사에요. 상황에 적절하다 생각했고, 정말 좋았죠. 천우희 씨는 감정을 나노 단위로 조정할 정도로 섬세했고, 김희원 씨는 집중력이 대단했고, 제가 개인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습니다."

[Y터뷰] 새로운 디테일 장인 왔다…입봉작 '스떨뿐' 선보인 김태준 감독

◆ 자두에이드에도 숨은 뜻이…은유적 표현 다채롭게 사용해

아무리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베테랑들이 모였다 하더라도, 기획안이 탄탄하지 못하면 작품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배우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을 정도로 '스떨뿐'을 열정적으로 준비했다. 콘티북의 두께를 보고 배우들이 놀랐을 정도. 사실 인터뷰 자리에서도 김 감독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정리해오는 파워 J(계획형 MBTI)의 모습으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스떨뿐'이 제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제가 어떤 스타일로 연출할지 아무도 알 수 없었어요. 뿌연 상태에서 제 그림을 빨리 보여드리는 게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하기 전부터 촬영 콘티 작업을 시작했고, 배우분들이 그걸 보고 신뢰를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그림을 놓고 찍으면 어떻게 찍을지 알 수 있고 소통하기 편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김 감독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가장 공을 많이 들여 준비한 장면은 오프닝이었다고. '스떨뿐' 오프닝에서는 나미(천우희 분)가 일상생활을 하며 다양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깨는 것으로 시작해 음악을 듣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티켓팅을 하고, 택배를 주문하는 등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루틴을 그려내 공감대를 높였다.

"오프닝에서 시청자들이 '나미'와 나 사이에 동질성을 발견하지 못하면 이 영화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많이 연구했고, 보편적인 앱을 많이 담아내려 했어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앵글은 더 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황에 몰입하다가도 화면이 튀면, '이 남자가 지켜보고 있구나'를 인지할 수 있어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도 긴장감이 유지될 거라 생각했어요. "

은유적인 표현으로 영화의 주제와 장면이 더욱 강렬하게 기억되도록 하는 기법을 쓰기도 했다. 나미의 아버지가 살던 주택 한편에 자리한 자두나무, 카페에서 단골손님들에게만 내놓던 자두에이드, 나미의 노란색 스마트폰 케이스와 마지막 장면에서 준영이 입은 노란색 상의에도 모두 숨은 뜻이 담겨있었다.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고, 다시 찾아보게 하는 효과를 만든 지점이다.

"자두가 우리나라 말로 '오얏'인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라는 말처럼, 오해를 상징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지만도 아들이 집을 나간 이유를 오해했고, 나미의 직장 동료들도 그를 오해했잖아요. 소통이 잘 안되면 오해가 생기죠. 나미의 집에도 자두가 있는데, 그 자두는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피자두에요. 나미는 겉과 속이 모두 같다는 걸 표현했죠."

[Y터뷰] 새로운 디테일 장인 왔다…입봉작 '스떨뿐' 선보인 김태준 감독

◆ 결국 '소통'에 대한 이야기…한 번 더 연락하는 계기됐으면

이처럼 흥미로운 요소를 곳곳에 갖춘 '스떨뿐'은 지난달 17일 첫 공개된 이후 국내외에서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김 감독은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다 전 세계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뤘기에 덕을 본 것 같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다만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인만큼, 주변 사람들과 작품을 함께 보고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보면 좋은 영화라 생각해요. 결국 '소통'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영화를 보고 연락 한 번 더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고요. 개인정보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주는만큼 부모님께 보여드리면 경각심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비대면으로 하는 일들이 익숙해졌는데, 스마트폰으로만 소통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기발한 구성과 아이디어로 첫 작품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만큼 김 감독의 차기 행보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스떨뿐'으로 이제 막 이름을 알렸지만, 입봉 전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범죄와의 전쟁', '감기', '좋은 친구들' 연출팀, '오피스' 조감독을 맡아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왔기에 오랜 현장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가 높다.

"(스떨뿐의) 결과가 (앞으로)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제가 '스떨뿐' 때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고사를 못 지냈고, 그전에 영화 한 편이 엎어진 적이 있어 그때도 고사를 못 지냈어요. 고사를 한 번 지내보고 싶고요. 영화가 엎어졌을 때 타격이 컸어요. 그래서 평소에 글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스릴러도 좋지만, 밝은 코미디가 연출의 끝판왕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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