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참아야 돼"...日 쟈니스 설립자, 소년 성 착취 파문

"성공하려면 참아야 돼"...日 쟈니스 설립자, 소년 성 착취 파문

2023.03.08. 오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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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가 일본 대형 아이돌 기획사 쟈니스 사무소 설립자이자 J팝의 전설 故 쟈니 기타가와의 성 착취 만행들을 보도했다.

BBC2는 7일 오후 9시(현지시간) 탐사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을 공개해 이 같은 내용을 다뤘다.

1931년생인 쟈니 기타가와는 지난 1962년 연예 기획사인 쟈니스 사무소를 설립해 스맙(SMAP), 아라시 등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을 배출해왔다. 지난 1999년부터 쟈니스 소속 연습생들에게 성적 학대를 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불거졌지만, 2019년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하기 전까지 J팝의 거장으로 떠받들여져왔다.

BBC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쟈니 기타가와가 외부의 간섭이나 감독 없이 어린 소년 연습생들에게 접근하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특히, '주니어'라고 불리는 연습생 제도를 이용해 10대 소년들을 성추행하고 성적 학대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아이돌 연습생 하야시(가명)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타가와와 처음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그의 자택 중 한 곳에 머물렀던 일화를 공개했다. 하야시는 "기타가와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가서 목욕하라’고 했다. 그는 내가 인형인 것처럼 내 온몸을 씻겼다"고 털어놨다. 기타가와로부터 성적 행위를 당했다고도 말했다.

하야시는 당시 기타가와의 자택에 함께 거주하던 다른 소년들이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던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성공한 소년들은 쟈니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마워했다. 이게 일반적인 성범죄와 다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99년에도 비슷한 폭로가 있었다. 앞서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도 같은 의혹을 제기했고, 2003년 도쿄고등재판소는 해당 보도에 대해 기타가와의 성희롱 행위를 인정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쟈니스 사무소는 슈칸분슌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형사재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슈칸분슌 취재팀이었던 나카무라 료타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3년간 이 일로 절망했다"고 심경을 밝히며, 뉴욕타임스 등의 외신과는 다르게 일본 내에서는 해당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BC는 쟈니 기타가와의 사건이 하비 와인스타인 등 해외 연예계 성 착취 사례와 대비된다고 지적하며 수치스러움을 숨기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피해자들이 쉽게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남성 성 착취 피해자를 돕는 치료사 야마구치 노부키 씨는 BBC에 "일본은 '수치'(恥) 문화가 있다.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라며 "그러나 회복의 첫 단계는 학대가 발생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EPA 연합뉴스]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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