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김은숙 작가, '더 킹'으로 구긴 자존심 '더 글로리'로 완벽히 펴다

[Y초점] 김은숙 작가, '더 킹'으로 구긴 자존심 '더 글로리'로 완벽히 펴다

2023.03.14. 오전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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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김은숙 작가, '더 킹'으로 구긴 자존심 '더 글로리'로 완벽히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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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가 신작 '더 글로리'로 자존심을 완전히 회복했다. 여러 아쉬움을 남기며 종영했던 '더 킹: 영원의 군주' 이후 새롭게 내놓은 신작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전 세계 1위에 등극하면서 흥행에 대성공한 것.

특히 '더 글로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로 불려온 김은숙 작가가 처음으로 도전한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촘촘한 전개와 중독성 있는 대사로 호평받았다. 이로써 장르를 불문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스타작가임을 입증하며 명예를 회복했다.

김은숙 작가는 2003년 '태양의 남쪽'으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인기작을 집필해왔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감각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 SBS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고 말았다. 첫회 8.1%로 시작했던 드라마는 꾸준히 시청률 하락세를 그리다 최종회 8.1%로 막을 내렸다. 또한 방대한 세계관, 시대착오적인 설정, 과도한 PPL 등으로 외면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주춤하는 듯 보였던 그가 첫 복수극으로 화려한 복귀에 성공했다. 김은숙 작가는 고등학생 딸을 가진 학부형으로서,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는 늘 가까운 화두였다며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집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Y초점] 김은숙 작가, '더 킹'으로 구긴 자존심 '더 글로리'로 완벽히 펴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파트1에서 복수를 위한 빌드업이 이뤄졌고, 파트2에서 휘몰아치는 전개를 그리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김은숙 작가는 방대한 대사량과 명대사로 늘 화제를 모아왔는데, '더 글로리' 역시 중독성 있는 찰진 대사들로 밈(meme,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기분이나 웃긴 상황 등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함)을 탄생시킬 정도의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극중 임지연 씨가 연기한 악역 '박연진'이 시청자들에게 강렬함을 선사하면서 이 이름이 '빌런의 아이콘화'가 됐고, "연진아"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김 작가가 '더 글로리' 파트2의 GV 이벤트에서 전 세계에 있는 박연진 씨들에게 사과를 했을 정도.

작품을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짚는데도 성공했다. 극중 학교폭력의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은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가했지만 기억도 못할 뿐더러 진정한 반성도 하지 않는 반면, 문동은(송혜교 분)은 삶을 저버릴 생각을 할 만큼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아픔을 조명하고,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라는 것을 이야기 속에서 강조하며 학교폭력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대두시켰다. 또한 진정한 모성애와 부성애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지점도 만들었다.

[Y초점] 김은숙 작가, '더 킹'으로 구긴 자존심 '더 글로리'로 완벽히 펴다

김은숙 작가가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감각을 보여줬던 만큼, 복수극 '더 글로리'에서도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 비판이 일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적절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남주인공 주여정(이도현 분)을 '칼춤 추는 망나니'인 복수를 위한 조력자로 규정하고, 남녀주인공이 긴 시간을 돌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 키스신 한 컷트만을 넣는 등 애정신을 최소화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더 글로리'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고, 그가 의혹이 사실이라 인정하면서 씁쓸함을 자아내긴 했지만, 김은숙 작가가 당초 집필하며 의도했던 바는 변함이 없다. 또한 논란 자체가 작품의 흥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14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날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공개 하루 만에 3위, 이틀 만에 2위로 올라섰던 '더 글로리'는 3일 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순위를 집계한 총 89개국 중 3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칠레,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에콰도르, 과테말라,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페루,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에서 정상에 올랐고, 미국과 영국에서는 3위에 안착했다.

'더 글로리'를 통해 김은숙 작가는 작가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며, 앞으로 또 보여줄 작품세계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더 글로리'는 이제 하얗게 세어버린 그의 백발만큼이나 깊었던 고민의 깊이를 보여주며, 그의 필모에 새로운 인생작으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OSEN, 넷플릭스]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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