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SM 인수전, 아티스트·︎팬 배려 못해 미안...카카오와 합의 만족"

방시혁 "SM 인수전, 아티스트·︎팬 배려 못해 미안...카카오와 합의 만족"

2023.03.15. 오후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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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SM 인수전, 아티스트·︎팬 배려 못해 미안...카카오와 합의 만족"
사진=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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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대해 언급했다.

방시혁 의장은 오늘(1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초청 관훈포럼'에 참석했다.

방시혁 씨는 "어쩌다 보니 K팝을 대표해 이런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는 순간까지 오게 됐지만 사실 난 음악을 좋아하는 작곡가였을 뿐 내가 직접 사업을 할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창업하기 1년 전까지도 어떤 경우에도 사업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 상사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박진영 씨에게도 공언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던 내게 하이브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해 18년 째 사업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엔터테인먼트 의장을 맡고 있으니 인생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난 음악을 오래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작곡가는 본질적으로 프리랜서라 오래하고 싶다고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더라도 날 영원히 고용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차리자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했다. 내가 이 회사에 없더라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도록 준비해야 하는 걸 깨달았다. 그게 5년, 10년 후가 됐든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내 많은 제작자,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하고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해 온 것이 그러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시도했다가 중단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하이브가 SM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건 여러분 중 루머로 들은 적도 있겠지만 2019년부터다. 그때 이미 조용히 오퍼를 넣었기에 기사화되지 않고 루머로만 돌아다녔다. 두 차례 오퍼 후 거절당한 것도 맞다. 계속 내부에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다. 찬성 의견은 공개적으로 이야기드렸듯 글로벌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K팝에서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고 반대 입장에서는 그 정도의 돈을 글로벌 시장에서 좀 더 미래적으로, 혁신적으로 쓰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수를 결심한 계기로는 이수만 씨의 갑작스러운 연락과 이에 따른 전략 변화였다고. 방시혁 씨는 "지난해 중순 좀 더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왔고 다시 한번 인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때는 개인적으로 의장으로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고, SM 인수가 우리에게 반드시 지금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한테도 아주 갑작스럽게 이수만 씨에게 연락이 왔고 지분 인수 의향을 물었다. 내부에서 짧게 토론이 있었지만 당시 우리가 과거 인수를 반대했던 요인들이 많이 사라졌고 지금은 인수해도 좋겠다고 생각해 결정했다. 이수만 씨 지분을 인수하고 평화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방시혁 씨는 "이 뒤로 시장 과열,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에 대해서는 우리 예상 밖이었던 게 사실이다. 굉장히 오랜 시간 SM에 대한 생각을 해왔기에 명확한 가치가 있었고 어느 순간 그 가치를 넘어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끝내 인수해야 하는 게 맞느냐는 논의가 치열하게 있었다. 우리 주주 가치를 이렇게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이것을 전쟁으로 바라보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비용은 외부에서 볼 때 숫자만 보이지만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인수에 들어가는 유무형 비용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기업 통합 과정에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이 들어가고 구성원들의 감정 노동이 들어가는데 이것까지 감내하고 선택하는 건 우리한테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원래 로드맵에 있었던 대로 글로벌로 나가자, 혁신 기업에 좀 더 투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하이브가 카카오와의 인수전에서 대패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방시혁 씨는 "지난주 주말에 보아 씨가 20주년 콘서트를 했다. 우선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기업이 K팝을 이 자리까지 끌고 오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이 어떤 기여를 했건 이 사업 중심에서 본인의 업을 다하며 이 산업 전체를 리드했던 게 아티스트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사실 사람들이 인수를 전쟁으로 바라보는, 어쩌면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아티스트들은 자기 자리에서 가슴앓이를 하며 본업에 충실했고 팬들도 그 자리에서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응원했다. 우리나 카카오나 아티스트의 더 나은 환경을 생각하며 인수 절차를 시작했지만 실제 인수 과정에서 K팝과 아티스트, 팬들을 배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수 자체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쟁으로 바라본 적이 없어 크게 골치 아프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슴이 굉장히 아팠다. 일단 미안했다. 우리 본질은 아티스트들과 팬들의 행복인데 이렇게까지 그들이 괴로운 환경이 되는 게 맞느냐는 생각에 밤잠을 못 자고 괴로워했다. 이 자리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사과했다.

그는 "인수라는 걸 승패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여론이나 사람들 관점에서는 이걸 재미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승과 패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수는 누군가를 이겨야겠다는 오기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으로, 우리 미래에 맞는 것인가 생각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이게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지 않는지 상장사로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들어 가 오랫동안 문제가 된 SM 지배구조에 큰 기여를 한 것에 만족하고 있고 동시에 하이브스러운 선택을 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내가 말해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방시혁 씨는 "이번 인수에서 후퇴하며 우리는 미래시대에 가장 중요한 점인 플랫폼에 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냈기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승패를 기준으로 보고 싶으신 분들께는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가장 적절한 대답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덩치를 떠나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다.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많은 기업들의 인수, 투자 발표가 연내 있을 것 같다. 그것들을 통해 미국에서 존재감 있는 기업으로 커나갈 계획이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10일 SM 최대주주였던 SM 전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 씨 지분 14.8%를 사들여 SM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SM 현 공동대표(이성수, 탁영준)를 필두로 한 현 경영진, SM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 지난 12일 대내외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YTN 공영주 (gj9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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