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칼럼] 김태호VS 나영석, 여행 예능을 다루는 다른 솜씨

[김겨울칼럼] 김태호VS 나영석, 여행 예능을 다루는 다른 솜씨

2023.03.2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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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칼럼] 김태호VS 나영석, 여행 예능을 다루는 다른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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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 PD로 꼽히는 꼽히는 김태호 PD와 나영석PD가 연출을 맡은 여행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김 PD는 ENA '주사위 한 번에 대륙이동-지구마불 세계여행(이하 '지구마불'), 나PD는 tvN '서진이네'를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 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두 예능에서 보여지는 두 PD가 가진 확연한 색깔 차 덕분에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지구마불'은 여행 크리에이터 3대장으로 불리는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 씨가 3주 동안 세계 부루마블 게임에 참여해 지구 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여행하는 여행 버라이어티다. '서진이네'는 과거 '윤식당'에서 이사였던 이서진 씨가 사장으로 승진한 후, 멕시코의 작은 마을 바깔라르에서 배우 박서준 정유미 최우식 씨와 새롭게 직원으로 합류한 BTS 멤버 뷔 씨와 코리아 분식집을 여는 내용이다.

[김겨울칼럼] 김태호VS 나영석, 여행 예능을 다루는 다른 솜씨

문화는 체험 VS 문화는 전파
두 PD의 여행 예능에서 가장 큰 차이는 문화를 보는 관점이다. '지구마불'에서 여행은 "문화 체험"이다. 출연자들은 굴러가는 주사위에 운명을 맡기며 사전 답사도 예약도 없이 여행에 나서야 한다. 덕분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예능 판처럼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이며, 교통 수단까지 다양하게 공개된다. 뿐 아니라 이들이 현지에서 먹는 스트리트 푸드이며, 쇼핑, 현지인과 흥정하는 모습까지 보여지면서 흡사 VR 여행 체험을 하는 느낌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해외를 못 간 이들에게 제대로 된 랜 선 해외 여행이랄까.

반면 '서진이네'는 일주일 동안 한 장소에서 분식 집을 연다. 해외에서 한국 분식을 판다는 콘셉트에 맞게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돼 있다. 출연자들도 앞서 언어나 요리를 배우고, 식당 경영에 대해 공부하며 준비한다. 실제 분식 집에서는 김밥과 떡볶이, 라면을 메인 메뉴로 판다. 결코 쉽지 않은 요리들이다. 주말 성수기를 대비해 양념 치킨까지 등장한다. 한국 식당을 찾아온 외국 손님들은 처음 먹어보는 맛에 연일 감탄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할 정도다.

[김겨울칼럼] 김태호VS 나영석, 여행 예능을 다루는 다른 솜씨

대결 버라이어티 vs 케미 버라이어티
'지구마불'에서 처음부터 내건 조건은 최후의 승리자에게 우주 여행 상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유튜브 콘텐츠 조회수가 중요한 여행 크리에이터에게 이보다 매력적인 상품이 있을까. 이들은 승리의 조건인 더 많은 조회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 혈안이 됐다. 가장 기피했던 나라 싱가포르가 당첨된 빠니보틀 씨는 심사숙고 끝에 '만원으로 하루 버티기'까지 내놓으며 창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곽튜브 씨는 탄자니아의 현지 헤어숍에서 레게 머리에 도전했다. 도합 3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이들이 우승을 위해벌이는 피 터지는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서진이네'는 다르다. 해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만큼 케미가 중요한 게 또 어딨을까. 애초 사장 이서진 씨의 역할과 메인 주방장인 정유미, 박서준 씨의 역할, 인턴인 최우식 씨와 뷔 씨가 할 일은 분업화로 나뉘어있다. 흡사 오피스 드라마처럼 식당 운영에도 엄연히 직급이 있고 역할이 있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끼리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다. 때로는 티격태격하고, 불만도 표출하다가도 서로 끈끈한 동료애를 발휘하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한다. 과거 나PD는 여행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함께 하는 사람들"을 꼽았다. 그의 여행 예능을 보면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부터 함께 하는 이들의 케미를 중시한다. 사실 좋은 사람과의 여행은 어디에 있어도 즐겁지 않을까.

[김겨울칼럼] 김태호VS 나영석, 여행 예능을 다루는 다른 솜씨

고생 버라이어티 vs 낭만 버라이어티
3주 동안 무려 26개국을 돌았다. 지구를 5바퀴 도는 거리였다는 설명처럼 대륙 간 이동도 빈번하다. 20시간 비행 끝에 경유하고, 대륙으로 15시간 이동하는 여정은 지옥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은 더욱 예측 불가능하다. 처음 가보는 지역에서 공항 찾기부터 숙소를 찾아가는 과정, 교통 수단을 예약하는 과정도 실수가 생긴다. 모두 스스로 해내야만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없는 게 오히려 신기할 일이다. 비행기 시간을 놓치거나, 승차가 거부되거나 예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다. 급기야 화장실을 못 찾는 사고(?)까지 등장하며 제대로 고생한다. 과거 김 PD가 연출했던 '무한도전'이 떠오른다.

나 PD의 예능에서 여행은 판타지 적 요소가 많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 한 번 즈음 누리고 싶은 호사. 매일 일에 치여 사는 사람들에게 멕시코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칼라르 호수를 끼고 있는 한식당에서 친구들과 소박한 식당을 여는 것만큼 낭만적인 꿈이 또 있을까. 주말에는 친구들과 그 해변에서 서핑과 수영을 즐기며 칵테일 한 잔을 마시는 삶이란. '서진이네'는 그 판타지를 채워준다. 그래서 보이는 모든 게 다 예쁘다. '서진이네' 식당 안 인테리어 하나하나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여행을 간다면 꼭 들리고 싶은, SNS에 사진 찍어 올리고 싶은 그런 식당이 바로 '서진이네'다.

YTN 김겨울 (winte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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