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엘리멘탈’로 날개…픽사 애니메이터 이채연 “한국인 강점은 끈기”

[Y터뷰] ‘엘리멘탈’로 날개…픽사 애니메이터 이채연 “한국인 강점은 끈기”

2023.05.31. 오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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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엘리멘탈’로 날개…픽사 애니메이터 이채연 “한국인 강점은 끈기”
픽사 영화 '엘리멘탈'의 이채연 애니메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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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끈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말을 100% 이해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서 보여주겠다는 독기가 한국인의 특징이죠.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는 거 아닐까 싶어요."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버즈 라이트이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거쳐 ‘엘리멘탈’까지. 세계적인 스튜디오 마블과 픽사의 굵직한 작품들을 작업하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있다.

주인공은 이채연 씨. 토종 한국인인 그는 어떻게 픽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됐을까?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

지난 27일 막을 내린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는 디즈니·픽사 최초의 한국인 크리에이터 피터 손 감독이 연출을 맡아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3D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처음 테스트 영상을 보고 ‘이게 가능한가? 애니메이션이 이 정도 기술력까지 왔단 말인가?’ 싶었다”라며 ‘엘리멘탈’과 놀라웠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불과 물이라는 원소를 감정이 살아있는 주인공으로 만들어 낸 그는 캐릭터들의 끊임없는 움직임과 섬세한 표정 묘사 등이 가장 어려웠다고. 특히 ‘불’로 대표되는 앰버를 담당했던 만큼 그는 캐릭터를 한층 매력적으로 구현을 위해 빛의 투명도와 불의 일렁거림, 색에 따른 변화 등 디테일한 요소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게임 애니메이터로 근무하다 애니메이션 ‘라푼젤’을 보고 ‘이야기로 감동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유학을 시작했다는 이채연 애니메이터. ‘엘리멘탈’이 이민자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에 대해 그린 만큼, 그는 이번 작품이 갖는 특별한 의미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영어도 못 하는 비주류 이민자의 삶을 살았어요. 외로움을 넘어선 고독감이 있었죠.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어서 온전히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시간이 생겼던 것 같아요. ‘엘리멘탈’이 그런 부분을 영화로 다뤄줘서 개인적으로 더욱 마음에 와닿았어요.”

실제로 픽사는 ‘엘리멘탈’의 내부 시사회 당시 작품에 참여한 이민자 스태프들의 모든 사진을 모아 상영 전 스크린에 띄우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고.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당시를 회상하며 “실제 이민자들 각자의 스토리가 담긴 사진과 마주하며 울컥했다. 영화 작업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그가 글로벌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그림에 꽂히거나, 특정한 스튜디오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많은 실패를 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용기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영화를 연출한 피터 손 감독님 역시 한국계이고, 동양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인 만큼 조금 더 공감하고 이입하면서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했으니 엔딩크레디트 속 그들의 이름을 보며 조금이라도 뿌듯한 마음을 느끼신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다”라며 한국 관객을 향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영화 ‘엘리멘탈’은 오는 6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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